한국 개봉이 임박한 크리스토퍼 놀란(56)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는 작품 밖에서 여러 논쟁이 진행 중이다. 트로이의 절세미녀 헬레네 역에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43)를 캐스팅한 데 대한 반발이 대표적이다. 원작의 파격적인 재해석이라는 호평 한편에는, 기존 캐릭터에 너무 큰 변화를 준 디즈니와 다를 바 없다는 영화 팬도 적잖다.
5일 한국에 개봉하는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원작이다. 10년간 계속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이 이야기의 뼈대다. 신들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귀로를 조명하며 영웅의 내면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메멘토’와 ‘배트맨’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놀란은 지난 7월 17일 ‘오디세이’를 선보였다. 다만 헬레네 역이 루피타 뇽오라는 점 때문에 개봉 이래 논란이 계속됐다. 루피타 뇽오는 분명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지만, 헬레네 역에 왜 흑인을 기용했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한국에 선을 보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새 영화 ‘오디세이’ 헬레네를 흑인 배우가 소화해 PC 논란이 벌어졌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비슷한 논란은 전에도 벌어졌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원작과 다른 피부색의 배우를 주인공에 캐스팅하는 사례가 잇따라 찬반 논쟁이 반복됐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2023)가 대표적이다. 디즈니는 원작의 백인 캐릭터 에리얼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26)를 캐스팅했다. 다양성을 확대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원작 이미지와 다르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실사 영화 ‘백설공주’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원작에서 ‘눈처럼 흰 얼굴을 가졌다’고 묘사된 백설공주 역에 라틴계 배우 레이철 지글러(25)를 앉히자 “현대적 해석”이라는 평가와 “원작 설정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맞섰다. 작품 해석을 둘러싼 이슈까지 겹치면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고, 결국 영화는 쫄딱 망하고 말았다.
원작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며 참패한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 「사진=디즈니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Disney’s Snow White | Official Trailer | In Theaters March 21’ 캡처」
‘오디세이’는 개봉 직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호메로스가 묘사한 헬레네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편에서는 “신화는 시대에 따라 재해석될 수 있으며, 배우의 연기력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캐스팅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배우의 피부색 자체보다 원작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원작의 상징성과 시대적 배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대 관객을 위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충돌하는 분위기다. 양쪽 이야기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국내 관객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주목된다.
모든 장면을 IMAX로 촬영한 감독의 고집 등은 이 영화의 세계적 흥행을 이끈 요소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오디세이’는 캐스팅 논란이 반드시 흥행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지난 7월 30일 기준 7억715만 달러(약 1조230억원)를 벌어들이며 기세를 올렸다. 모든 장면을 IMAX로 촬영한 감독의 고집, ‘오펜하이머’ 이후 3년 만에 선을 보이는 놀란의 신작인 점,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어떻게 해석했는냐를 둘러싼 호기심이 수많은 관객을 모았다.
할리우드의 캐스팅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모아나’ 실사 영화는 폴리네시아 문화를 배경으로 한 원작의 특성을 살려 마오리계와 사모아 혈통 배우를 캐스팅했음에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이 단순한 다양성인지, 아니면 원작과 작품 세계를 존중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재해석인지는 여전히 영화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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