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선뜻 전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자녀가 결혼하면 가족은 늘어난다. 하지만 관계는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들은 “잘 지내냐”는 안부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도 여러 번 망설인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가족끼리 자연스럽게 연락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요즘은 상대의 생활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먼저 다가가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주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전화하고 싶은데 괜히 참는다”는 말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혹시 바쁜데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상대를 배려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평일에는 퇴근도 늦고 주말에도 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을 알기에 시어머니들은 “지금 전화하면 일하는 중일까”,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없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실제로 60대 김모 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화는 1분이면 끝나는데 괜히 타이밍이 안 맞아서 부담을 줄까 봐 문자도 몇 번 지웠다. 그냥 잘 지내겠지 하고 넘길 때가 많다.” 이 말이 오래 남았다. 연락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려하려고 참는 것이었다.

“간섭하는 시어머니로 보일까 봐”
예전에는 안부를 자주 묻는 것이 관심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행동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졌다. 자주 연락하면 사생활을 간섭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어머니들은 일부러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말한다. “밥은 먹었니?”, “주말에는 뭐 하니?” 같은 평범한 말도 혹시 부담이 될까 봐 쉽게 꺼내지 못한다.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시어머니가 먼저 연락을 거의 안 하시는데 알고 보니 괜히 부담 줄까 봐 참으셨다고 하더라”는 글에 공감 댓글이 수백 개 달리기도 했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침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명절이나 생일이 다가오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혹시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식사를 해야 하나 하는 부담을 줄까 봐 먼저 연락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70대 이모 씨는 “며느리가 편해야 오래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고 싶어도 먼저 참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괜히…”였다. 괜히 신경 쓸까 봐, 괜히 부담될까 봐, 괜히 오해받을까 봐. 짧은 단어 하나에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연락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다
가족마다 연락 방식은 모두 다르다. 매일 통화하는 가족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연락해도 전혀 서운하지 않은 가족도 있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가족 상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도 무조건 자주 연락하는 것보다 서로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결국 좋은 관계는 연락 횟수가 아니라 신뢰에서 만들어진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가장 많을지도 모른다
며느리에게 전화를 망설이는 시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끼기 때문에 조심한다는 것이다. 전화 한 통이 부담이 될까 봐, 쉬는 시간을 방해할까 봐, 괜한 오해를 만들까 봐. 그렇게 휴대전화를 몇 번이나 들었다 내려놓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가까워 보이지만, 서로를 배려할수록 더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망설이고 있는 그 안부 한마디도 “잘 지내면 됐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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