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인연이라고 모두 좋은 인연은 아니다
살다 보면 관계를 끊는 것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10년을 알고 지낸 친구, 매일 얼굴을 보는 직장 동료, 가족처럼 가까워진 지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 있어도 “원래 저런 사람이니까” 하며 넘기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떤 사람은 만나고 돌아오면 마음이 편안한데, 어떤 사람은 별일도 없었는데 유독 진이 빠진다.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이용당한다는 느낌까지 든다면 오래된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붙잡을 필요는 없다. 사람을 오래 만났다는 사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내 생각은 맞고 네 생각은 틀렸다”는 사람과는 대화가 사라진다
어떤 주제로 이야기해도 자신의 결론만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음식 취향처럼 사소한 문제부터 자녀교육, 직장생활, 돈 문제까지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상대가 잘못 알고 있다고 단정한다. 처음에는 그냥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반복되면 옆에 있는 사람이 점점 말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의견을 이야기해봤자 반박당하고, 때로는 가르침까지 들어야 하니 차라리 입을 닫게 된다.
주변의 한 50대 직장인은 오랜 친구와 멀어진 이유를 두고 “언제부터인가 만나면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검사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표현이 묘하게 와닿는다. 좋은 관계에는 동의보다 존중이 먼저다. 생각이 달라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과 오래 지내면 결국 한쪽만 계속 참게 된다.

앞에서는 선한 사람인데 뒤에서는 모든 관계를 이익으로 계산한다
더 알아채기 어려운 유형도 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친절하다. 어려운 사람을 걱정하고 의리를 강조하며 주변 사람도 살뜰하게 챙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행동에 일정한 방향이 보인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유난히 잘하고,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에게는 태도가 차갑게 변한다. 사람을 관계가 아니라 쓸모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과 이용하는 것의 경계는 생각보다 흐리다. 처음에는 “정말 나를 챙겨주는구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부탁과 요구가 계속 늘어난다. 그리고 거절하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때 알게 된다. 친절했던 것이 아니라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기분이 언제나 가장 중요한 사람도 주변을 지치게 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세상 다정하다가 기분이 나쁘면 주변 사람에게 그대로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화났다는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 그런데 상대가 서운함을 이야기하면 “그 정도도 이해 못 해주냐”고 되묻는다. 자신의 감정에는 이유가 있지만 남의 감정은 예민함으로 취급하는 식이다. 한두 번 힘든 시기에 그럴 수는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평소의 관계 방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까운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표정부터 살피게 된다. “오늘은 기분이 괜찮나?” 눈치를 보는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친밀함은 한 사람이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허가증이 아니다.

관계를 유지하려고 나만 계속 참는다면 한번 돌아봐야 한다
좋은 관계에서도 싸움은 생긴다. 섭섭한 말을 할 수도 있고 실수도 한다. 차이는 그다음에 나타난다. 건강한 관계에서는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조금씩 조정한다. 반면 좋지 않은 관계에서는 늘 같은 사람만 사과하고, 같은 사람만 이해하며, 같은 사람만 조심한다.
어느 순간 연락이 오면 반가움보다 긴장부터 되고 약속이 잡히면 벌써 피곤하다. 기자 주변에서도 인간관계를 정리한 뒤 “진작 거리를 둘 걸 그랬다”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봤다. 관계를 끊어서 행복해졌다기보다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아 편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차이가 꽤 크다.

인연을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살면서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서로 생각이 달라도 존중해주는 사람, 앞과 뒤에서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사람, 자신의 기분만큼 상대의 감정도 살피는 사람이 결국 오래 남는다. 반대로 내 생각을 계속 무시하고, 관계를 이익으로 계산하며, 자신의 감정을 위해 주변 사람을 희생시키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꼭 크게 싸우고 절교를 선언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연락을 조금 줄이고 만나는 횟수를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인생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이 생긴다. 누구와 있을 때 내가 가장 편안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결국 남겨야 할 인연을 판단하는 기준은 의외로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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