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무비빔밥은 맛있지만 집에서 만들면 어딘가 한 끗이 부족하다
잘 익은 열무김치에 따뜻한 밥을 넣고 고추장 한 숟가락, 참기름을 둘러 쓱쓱 비비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그런데 자주 먹다 보면 맛이 조금 단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무의 새콤하고 시원한 맛과 고추장의 매콤함은 분명 좋은데,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입안에 오래 남는 깊은 맛이 부족한 것이다. 이럴 때 냉장고와 찬장을 뒤져보면 의외의 해결책이 나온다. 버터와 강된장, 캔참치다.
셋 모두 열무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넣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열무의 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부족했던 고소함과 감칠맛, 묵직함을 채워준다. 중요한 것은 많이 넣는 게 아니다. 한두 숟가락의 작은 변화면 충분하다.

버터 한 조각 넣으면 고소함이 완전히 달라진다
첫 번째는 조금 낯선 버터다. 열무비빔밥에 웬 버터인가 싶지만 따뜻한 밥에 작은 버터 한 조각을 넣어 녹인 뒤 열무김치와 함께 비벼보면 생각보다 궁합이 좋다. 버터의 지방은 열무김치의 강한 신맛과 고추장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동시에 특유의 유제품 향이 더해지면서 평범했던 비빔밥이 훨씬 고소하고 묵직해진다. 버터간장밥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뜨거운 밥에서 녹은 버터가 밥알 하나하나를 코팅하면서 풍미가 확 퍼지는데 여기에 새콤한 열무가 들어가 느끼함을 바로 잡아준다. 이 조합의 재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소해질 만하면 열무가 치고 들어온다. 버터는 너무 많이 넣지 말고 밥 한 공기에 작은 조각 정도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강된장을 넣으면 고추장만 넣었을 때 없던 ‘집밥의 깊은 맛’이 생긴다
두 번째는 강된장이다. 사실 열무와 된장은 원래 궁합이 좋은 조합이다. 보리밥에 열무와 된장을 넣어 비벼 먹는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것도 비슷한 이유다. 특히 일반 된장보다 여러 재료를 넣고 자작하게 끓인 강된장을 활용하면 맛이 훨씬 풍성해진다. 된장의 짭조름한 발효 풍미와 감칠맛이 열무김치의 산뜻한 맛 아래쪽을 받쳐주면서 비빔밥 전체가 훨씬 진해진다.
애호박이나 양파, 두부를 넣어 만든 강된장이라면 씹는 맛까지 추가된다. 고추장은 매콤달콤한 맛이 앞쪽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반면 강된장은 먹고 난 뒤 남는 구수함이 있다. 그래서 둘을 무작정 많이 넣기보다 고추장 양을 조금 줄이고 강된장을 한 숟가락 넣어보는 방식이 좋다. 한입 먹어보면 바로 안다. 같은 열무인데 갑자기 시골 밥상에서 먹던 비빔밥처럼 맛이 깊어진다.

캔참치 한 숟가락이면 열무비빔밥이 제대로 된 한 끼가 된다
세 번째는 집에 하나쯤 있을 법한 캔참치다. 기름을 적당히 뺀 참치를 열무비빔밥에 넣으면 담백한 생선의 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진다. 특히 열무김치만 넣었을 때는 아삭한 식감이 강한데 참치가 들어가면 그 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준다. 고추장과 참치의 궁합은 이미 참치비빔밥이나 참치주먹밥에서 익숙한 조합이다. 여기에 열무의 새콤함이 들어가니 참치 특유의 기름진 느낌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계란 프라이까지 하나 올리면 더 든든하다. 냉장고에 반찬은 없고 열무김치만 남아 있는 날, 캔참치 하나 뜯어 넣는 것만으로도 반찬 같은 비빔밥이 한 끼 식사처럼 바뀐다. 정말 별것 아닌데 만족도가 꽤 크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넣기보다 그날 먹고 싶은 맛에 따라 고르면 된다
버터와 강된장, 캔참치는 각각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열무비빔밥을 부드럽고 고소하게 먹고 싶다면 버터, 구수하고 진한 집밥 느낌을 원한다면 강된장, 든든하면서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캔참치가 잘 맞는다. 물론 취향에 따라 두 가지를 조합해도 된다. 개인적으로는 강된장과 참치 조합이 꽤 괜찮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를 얹고 김가루를 조금 뿌리면 별도의 반찬이 없어도 된다.
반대로 입맛 없는 여름날에는 버터를 아주 조금만 녹이고 열무를 넉넉하게 넣어 비비면 색다른 맛이 난다. 결국 비빔밥의 재미는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는 데 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 하나가 맛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열무비빔밥이 질렸다면 고추장보다 ‘한 숟가락’을 바꿔보자
열무비빔밥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해서 양념장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잘 익은 열무김치가 있다면 이미 절반은 끝난 음식이다. 여기에 버터의 고소한 지방 풍미, 강된장의 구수한 발효 감칠맛, 캔참치의 담백하고 진한 맛 가운데 하나만 추가해도 평소 먹던 것과 전혀 다른 비빔밥이 된다.
늘 고추장과 참기름만 넣어 먹었다면 다음에는 냉장고를 한 번 더 열어보자. 버터 한 조각, 강된장 한 숟가락, 참치 몇 점. 이 정도 차이가 평범했던 열무비빔밥을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한 그릇으로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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