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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생으로 먹던건데” 후라이팬에 볶으면 영양흡수 3배 높아지는 ‘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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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무조건 생으로 먹어야 좋다는 생각, 영양소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채소를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물으면 가장 먼저 ‘생으로 먹어야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비타민 C처럼 열에 민감한 영양소는 가열 과정에서 일부 감소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영양소가 똑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당근과 호박에 풍부한 카로티노이드처럼 지용성인 성분은 오히려 식물의 단단한 세포 구조가 열에 의해 부드러워지고 소량의 기름과 함께 먹었을 때 우리 몸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가 된다.

카로티노이드의 생체이용률을 다룬 연구에서도 식품을 가공하거나 가열해 식물 조직을 변화시키고 지방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카로티노이드 흡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래서 생당근을 아삭하게 씹어 먹는 것과 당근을 기름 한 숟가락보다 적은 양으로 살짝 볶아 먹는 것은 몸으로 들어온 뒤의 과정이 같지 않다. 소장에서 지방이 소화될 때 만들어지는 미셀에 지용성 카로티노이드가 포함돼야 장세포로 이동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마늘은 조금 다른 경우다.

마늘을 볶는다고 모든 영양소의 ‘흡수율이 크게 상승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잘게 썰거나 으깨면서 알리인과 알리이나제가 만나 알리신 계열 황화합물이 형성되고 이후 가열 과정에서 여러 지용성 황화합물로 변화한다. 따라서 세 식품을 하나의 원리로 묶기보다는 당근과 호박은 ‘카로티노이드+기름’, 마늘은 ‘썰기·으깨기+적절한 가열’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볶음이라는 평범한 조리법 안에서도 음식마다 영양소가 움직이는 방식은 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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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기름에 볶으면 베타카로틴을 몸이 꺼내 쓰기 훨씬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당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양소가 베타카로틴이다. 당근 특유의 선명한 주황색도 바로 이 카로티노이드 계열 색소에서 나온다. 베타카로틴은 몸에 들어오면 필요에 따라 비타민 A로 전환될 수 있으며 정상적인 시각 기능과 면역 기능, 피부와 점막 유지 등에 관여한다. 문제는 당근에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우리가 그것을 실제로 얼마나 흡수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생당근에서는 카로티노이드가 식물 세포 조직 속에 갇혀 있어 씹는 것만으로 전부 빠져나오지 않는다.

반면 잘게 썬 당근을 가열하면 조직이 부드러워지면서 카로티노이드가 음식의 구조에서 빠져나오기 쉬워진다. 여기에 식용유를 소량 넣으면 지용성인 베타카로틴이 지방과 함께 소화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채소 샐러드의 지방량과 카로티노이드 흡수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지방이 없는 드레싱을 먹었을 때보다 지방을 포함한 드레싱을 함께 섭취했을 때 알파카로틴·베타카로틴·리코펜 등의 흡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당근볶음은 단순히 맛을 내기 위한 조리법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생당근 몇 조각을 억지로 씹는 것보다 채 썬 당근을 팬에 넣고 식용유를 소량 둘러 빠르게 볶아 반찬으로 먹으면 카로티노이드 이용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뿐 아니라 알파카로틴과 루테인, 식이섬유, 칼륨 등도 들어 있다. 다만 기름을 많이 넣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카로티노이드 흡수에 필요한 지방은 많은 양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당근이 번들거릴 정도로 기름을 붓는 것은 오히려 전체 열량만 높일 수 있다. 당근은 기름에 튀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소량의 기름과 열을 이용해 안에 갇힌 베타카로틴을 꺼내 먹는다는 개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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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노란 속살에 숨어 있는 카로티노이드도 기름을 만났을 때 이용하기 좋아진다

애호박이나 단호박을 잘라보면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노란색이나 주황빛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도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이 존재한다. 특히 단호박처럼 색이 짙은 호박류에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하고 루테인과 제아잔틴 같은 성분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항산화 작용과 함께 눈 건강 등과 관련해 연구되는 성분이다. 호박에는 이 밖에도 칼륨과 식이섬유, 비타민 C와 여러 미량영양소가 들어 있어 식탁에서 활용도가 높은 채소다. 호박 역시 카로티노이드가 지용성이라는 점 때문에 기름을 소량 사용해 조리하는 방법이 잘 맞는다.

식품 속 카로티노이드의 생체이용률은 식물 조직의 상태와 조리 방식, 함께 섭취하는 지방의 양 등에 영향을 받으며, 열처리로 세포벽과 단백질-색소 복합체가 변화하면 카로티노이드가 방출되기 쉬워질 수 있다. 실제 식탁에서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애호박을 얇게 썰어 식용유를 살짝 두른 팬에 볶거나, 단호박을 익힌 뒤 견과류나 달걀처럼 지방을 포함한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특히 애호박볶음은 한국 가정에서 흔한 반찬이라 따로 건강식을 만들 필요도 없다. 문제는 조리할 때 새우젓과 소금, 참기름을 계속 추가해 지나치게 짜고 기름진 반찬으로 만드는 경우다. 호박 자체는 열량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량의 기름으로 빠르게 볶고 간을 적당히 하면 장점을 살리기 좋다. 호박을 볶는 이유는 단순히 물컹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안에 들어 있는 지용성 색소를 몸이 활용하기 좋은 식사 환경으로 바꿔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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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볶기 전에 ‘썰고 잠깐 두는 과정’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마늘은 당근이나 호박과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마늘의 대표적인 생리활성 성분을 이야기할 때 흔히 알리신을 떠올리지만 통마늘 안에 알리신이 그대로 가득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마늘을 자르거나 으깨 세포가 손상되면 알리인이라는 성분과 알리이나제라는 효소가 만나 알리신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이후 알리신은 비교적 불안정하기 때문에 여러 황화합물로 변한다. 마늘의 건강 효과를 연구할 때 diallyl sulfide, diallyl disulfide, diallyl trisulfide 같은 유기황화합물이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그런데 알리이나제는 열에 민감하다.

통마늘을 자르자마자 뜨거운 팬에 넣어 강한 불로 오래 볶으면 효소가 빠르게 비활성화돼 알리신 생성 과정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마늘의 유기황화합물을 고려한다면 먼저 다지거나 편으로 썬 뒤 잠시 두었다가 조리하는 방법이 자주 제안된다. 이 작은 차이가 꽤 흥미롭다. 실제 주방에서는 대부분 팬에 기름부터 두르고 마늘을 그 자리에서 바로 썰어 넣는데, 순서를 조금만 바꾸면 된다. 먼저 마늘을 다져놓고 다른 재료를 준비한 다음 마지막에 볶는 식이다. 마늘에는 유기황화합물 외에도 망간과 비타민 B6 등의 영양소가 들어 있으며, 마늘과 그 황화합물은 항산화·염증 관련 작용을 포함한 여러 생리활성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다만 마늘을 새까맣게 태울 정도로 오래 볶을 이유는 없다.

향이 올라오고 노릇해지는 정도로 조리해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늘은 ‘무조건 오래 볶을수록 영양가가 올라가는 음식’이 아니다. 먼저 썰어 성분이 만들어질 시간을 주고, 그다음 적절하게 가열하는 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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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당근·호박을 한 팬에서 볶으면 평범한 반찬이 꽤 알찬 영양 조합으로 변한다

세 가지 음식의 장점을 실제 식사에 적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당근과 애호박을 채 썰고 마늘은 먼저 다져 잠시 둔다. 팬에는 식용유를 과하지 않게 두른 뒤 당근을 먼저 넣어 살짝 익히고 호박과 마늘을 차례로 넣어 빠르게 볶는다. 이렇게 하면 당근과 호박의 카로티노이드는 가열과 소량의 지방을 만나 몸에서 이용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고, 마늘은 미리 잘라두면서 유기황화합물 생성 과정을 거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달걀이나 두부를 넣으면 단백질까지 더해져 한 끼 반찬으로 훨씬 든든해진다. 당근에서는 베타카로틴과 알파카로틴, 루테인 등을, 호박에서는 베타카로틴과 루테인·제아잔틴, 칼륨과 식이섬유 등을, 마늘에서는 다양한 유기황화합물과 미량영양소를 가져갈 수 있다. 결국 볶음 요리의 장점은 단순히 채소를 부드럽게 만들어 많이 먹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지용성 영양소는 ‘무엇을 먹느냐’만큼 ‘무엇과 어떻게 먹느냐’가 실제 흡수를 좌우한다.

다만 모든 영양소가 가열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열에 민감한 비타민 C처럼 조리 중 일부 줄어드는 성분도 있기 때문에 생채소와 익힌 채소를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기보다 식단에서 다양하게 섞는 편이 좋다. 오늘 저녁 반찬으로 당근과 호박을 준비했다면 생으로 억지로 먹기보다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볶아보는 것도 괜찮다. 평범한 조리법 하나가 같은 채소에서 실제로 얻는 영양의 양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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