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 옆에 놓인 적양파, 알고 보면 색깔부터 다르다
삼겹살을 먹을 때 생양파를 곁들이거나 샐러드에 양파를 썰어 넣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하얀 양파 대신 보랏빛이 도는 적양파가 식탁에 올라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적양파의 붉은색과 보라색에는 단순한 색소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적양파에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퀘르세틴과 안토시아닌을 비롯해 여러 페놀성 화합물이 들어 있으며, 이런 성분들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대상으로 꾸준히 연구돼 왔다. 특히 양파 품종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적양파가 일반적인 황색 양파보다 안토시아닌과 플라보놀 함량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 몸의 염증은 무조건 나쁜 현상이 아니다. 상처가 생기거나 감염이 발생하면 면역계가 작동해 손상된 부위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정상적인 방어 과정이다. 문제는 이런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속되는 만성적인 염증 상태다. 이때 산화 스트레스와 면역 신호 등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여러 만성질환과 연결되는 과정이 연구되고 있다.
적양파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퀘르세틴과 안토시아닌 같은 식물성 화합물이 산화·염증 관련 신호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퀘르세틴 연구들을 모은 메타분석에서는 퀘르세틴 보충 섭취가 혈중 C-반응성단백질(CRP)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이 연구는 적양파 자체를 매일 먹은 효과를 확인한 것이 아니다. 보충제 형태로 퀘르세틴을 섭취한 연구가 중심이므로 적양파를 먹는 것과 같은 결과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적양파가 건강 식재료로 관심을 받는 배경은 충분히 설명된다. 식탁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채소 하나에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적양파의 진짜 매력은 ‘염증을 한 번에 없애는 음식’이 아니라 평소 식사에서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를 자연스럽게 더할 수 있는 채소라는 데 있다.

적양파의 핵심 성분으로 꼽히는 퀘르세틴, 왜 염증과 연결될까
적양파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기 어려운 것이 퀘르세틴이다. 퀘르세틴은 사과, 양파, 여러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플라보노이드로, 항산화 및 염증 관련 작용을 대상으로 연구돼 왔다. 적양파에서는 특히 껍질과 바깥쪽 층을 포함한 부위에 퀘르세틴 계열 화합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 품종과 부위에 따라 함량은 달라지지만, 여러 연구에서 양파가 식이 퀘르세틴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퀘르세틴이 염증과 관련해 관심을 받는 원리는 꽤 복잡하다.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면역세포가 여러 신호물질을 분비하고, 세포 내부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다양한 신호 경로가 움직인다. 퀘르세틴은 실험실 연구에서 이런 경로 가운데 일부와 산화 스트레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관찰됐다. 쉽게 말하면 염증 반응이 커지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여러 생물학적 ‘신호선’에 퀘르세틴이 관여할 가능성이 연구된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결과도 일부 흥미롭다. 퀘르세틴 보충 섭취와 CRP의 관계를 조사한 7개 무작위 대조시험을 묶은 메타분석에서는 퀘르세틴 섭취군에서 혈중 CRP가 유의하게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사증후군 관련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도 퀘르세틴 섭취가 CRP를 낮추는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IL-6와 TNF-α에서는 유의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아 모든 염증 지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은 기사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퀘르세틴 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과 적양파를 많이 먹으면 체내 염증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연구에서 사용한 퀘르세틴의 양과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적양파는 어디까지나 퀘르세틴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을 음식 형태로 제공하는 식재료다. 따라서 적양파를 매일 식탁에 올리는 것은 좋은 습관이 될 수 있지만, 염증을 낮추기 위해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방식은 권하지 않는다. 적당량을 다른 채소와 함께 꾸준히 먹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적양파의 보랏빛을 만드는 안토시아닌도 눈여겨볼 성분이다
적양파를 일반 양파와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색이다. 껍질부터 속살까지 붉은빛 또는 자주색이 도는 이유는 안토시아닌을 비롯한 색소 성분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나 포도, 자색고구마 등 진한 색을 가진 식물성 식품에서 많이 발견되는 폴리페놀 계열 화합물이다. 양파에서도 품종에 따라 함량 차이가 크며, 연구에서는 적양파가 황색이나 백색 양파보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것으로 보고됐다. 안토시아닌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관련 작용 때문이다.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런 환경은 염증 반응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안토시아닌은 여러 실험 연구에서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항산화 특성과 염증 관련 신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보여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종합한 연구에서도 안토시아닌 섭취가 CRP와 IL-6, TNF-α 등 일부 염증 지표를 낮추는 방향으로 나타났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있다. 다만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정제된 안토시아닌이나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추출물을 섭취했을 때 CRP가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연구 결과가 서로 엇갈리는 이유에는 섭취량, 식품 형태, 참가자의 건강 상태, 연구 기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적양파의 보랏빛을 보고 ‘안토시아닌이 많으니 염증을 없애준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오히려 색이 진한 채소를 다양하게 먹는 습관 자체에 의미가 있다. 적양파는 생으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강한 향이 살아 있어 샐러드나 고기 요리에 잘 어울리고, 살짝 구우면 매운맛이 줄어들면서 단맛이 올라온다. 토마토와 함께 샐러드로 먹거나 오이, 양배추와 섞어도 좋다. 여기서 기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약처럼 먹지 않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적양파를 억지로 많이 먹기보다 평소 먹는 채소 종류를 하나 더 늘리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된다. 붉은색을 가진 식품이 식탁에 자주 등장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식사의 다양성이 좋아진다.

양파의 황화합물과 식이섬유도 빼놓을 수 없다
적양파의 장점은 퀘르세틴과 안토시아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양파에는 황을 포함한 여러 유기화합물도 들어 있으며, 양파를 자르거나 으깰 때 특유의 매운 향이 올라오는 것도 이런 화합물과 관련이 있다. 양파의 황화합물은 혈관과 대사 건강,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 관련 작용을 대상으로 여러 연구에서 조사돼 왔다. 여기에 양파는 식이섬유를 제공하는 채소이기도 하다. 염증을 이야기할 때 식이섬유가 직접적인 소염제처럼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이용해 여러 대사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면역계의 상호작용은 최근 장 건강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적양파를 포함한 채소를 충분히 먹는 식사 패턴이 단순히 특정 항산화 성분 하나를 섭취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삼겹살을 먹을 때 적양파를 몇 조각 곁들이는 것과 함께 상추, 마늘, 버섯까지 먹는 식사를 생각해보자. 적양파 하나가 갑자기 고기 식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만 먹던 식탁에 다양한 채소가 들어오면서 식이섬유와 여러 식물성 화합물의 섭취가 함께 늘어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적양파에는 비타민 C와 엽산, 칼륨 등 다양한 영양소도 들어 있지만, 적양파를 ‘특정 비타민이 압도적으로 많은 음식’이라고 소개하기보다는 여러 영양소와 생리활성 물질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채소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양파는 조리법에 따라 성분의 생체이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 양파의 플라보놀은 조리 과정에서 크게 사라지지 않거나 조리 방식에 따라 오히려 일부 성분의 이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적양파를 반드시 생으로만 먹을 필요는 없다. 생으로 먹을 때는 아삭한 식감과 매운맛을 즐길 수 있고, 살짝 구우면 단맛이 살아난다. 볶음밥이나 스튜, 카레에 넣어도 된다. 다만 지나치게 오래 끓이는 등 조리 방식에 따라 수용성 성분의 손실이 생길 수 있으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번갈아 먹는 것이 좋다.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생각보다 매일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적양파가 염증 관리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하루에 몇 개씩 먹어야 하는지부터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양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다. 퀘르세틴과 안토시아닌 연구에서 관찰된 결과는 주로 특정 성분이나 추출물을 일정량 섭취한 실험에서 나온 것이며, 일반적인 적양파 섭취량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실제로 퀘르세틴 보충제 연구에서 CRP 감소가 관찰된 연구들은 수백 mg 수준의 퀘르세틴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음식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의 양은 식품 종류와 품종, 부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적양파 몇 개를 먹으면 연구 용량이 된다’는 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적양파는 매일 먹는 반찬이나 샐러드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토마토와 적양파를 곁들인 달걀 요리를 먹고, 점심에는 비빔밥에 적양파를 조금 넣고, 저녁에는 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식이다. 생으로 먹기 어렵다면 식초를 이용한 양파절임도 방법이다. 단, 절임 과정에서 설탕이나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적양파의 좋은 성분을 챙기면서 다른 식습관에서 불필요한 나트륨이나 당류가 늘어나면 장점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양파는 사람에 따라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생양파를 많이 먹었을 때 복부 불편감이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양을 줄이거나 익혀 먹는 것이 낫다. 건강식품처럼 한꺼번에 몰아서 먹는 방식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적양파 하나가 아니라 식탁 전체다.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생선 등 다양한 식품을 먹고 과도하게 가공된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식사 패턴이 기본이다. 적양파는 그 식탁을 구성하는 좋은 재료 가운데 하나다. 특히 색깔이 다른 채소를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인다면 적양파는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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