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파 손질할 때 가장 먼저 버렸던 뿌리, 사실 먹을 수 있는 부위다
대파를 사 오면 흰 줄기와 초록 잎은 잘라 냉장고에 넣지만 맨 아래 붙어 있는 뿌리는 거의 반사적으로 잘라 버린다. 흙이 잔뜩 붙어 있고 손질하기 귀찮다는 이유가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대파 뿌리를 ‘총백’과 구분해 식재료나 차 재료로 활용해왔고, 요즘에는 국물용 재료로 다시 찾는 사람도 있다. 특히 멸치나 다시마만 넣은 육수가 어딘가 밋밋할 때 깨끗하게 손질한 대파 뿌리를 함께 넣으면 은근한 파 향과 단맛이 국물에 더해진다.
생강이나 대추와 함께 끓여 따뜻한 차처럼 마시는 방법도 있다. 버리던 부분을 활용한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대파에 존재하는 여러 식물성 성분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 활용해볼 만하다.

육수에 넣으면 국물의 잡내를 잡고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대파 뿌리를 가장 쉽게 활용하는 방법은 역시 육수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고 뿌리 사이에 박힌 흙을 작은 솔 등으로 완전히 제거한 다음 멸치와 다시마, 양파 같은 재료와 함께 끓이면 된다. 대파 특유의 향을 만드는 황화합물 계열 성분과 여러 향미 성분이 우러나면서 국물에 파 특유의 시원하고 구수한 느낌이 더해진다.
특히 고기나 생선을 넣는 국물에서는 파의 향이 재료 특유의 냄새를 완화하는 데도 잘 어울린다. 실제 주방에서는 성분보다 이 차이가 먼저 느껴진다. 된장찌개나 어묵탕, 만둣국을 끓였는데 국물이 조금 허전하다 싶을 때 대파 뿌리 몇 개를 넣으면 맛의 밑바탕이 달라진다. 조미료를 더 넣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대파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대파를 단순히 향을 내는 채소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파속 채소에는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 황을 함유한 식물성 화합물 등이 존재한다. 이런 성분들은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반응을 조절하는 항산화 성분으로 연구되고 있다. 대파 뿌리 역시 이러한 식물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파의 뿌리 추출물에 들어 있는 페놀성 화합물과 항산화 활성 등을 살펴본 연구들도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추출물을 이용해 확인한 효과와 집에서 뿌리 몇 개를 육수로 끓여 먹는 것은 농도부터 다르다. 따라서 특정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음식처럼 보기보다는 평소 버리던 채소 부위를 다양하게 활용해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방법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뜻한 차로 끓이면 생강·대추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대파 뿌리는 육수 외에도 차처럼 끓여 마실 수 있다. 깨끗하게 씻은 대파 뿌리를 물에 넣고 충분히 끓인 다음 건더기를 걸러내면 된다. 대파 뿌리만 끓였을 때 향이 부담스럽다면 생강 몇 조각이나 대추를 함께 넣는 방법도 괜찮다. 생강의 알싸한 향과 대추의 은근한 단맛이 더해지면서 파 냄새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특히 날씨가 쌀쌀하거나 따뜻한 음료가 생각나는 날 마시면 몸을 데우는 음료로 즐기기 좋다.
예부터 파를 감기에 활용했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대파 뿌리차 자체를 감기 치료제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 자체가 목이 건조할 때 수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며 대파 뿌리차는 이를 조금 더 향긋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흙이다, 사용할 생각이라면 세척을 제대로 해야 한다
대파 뿌리를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오히려 영양보다 세척이다. 땅속에 직접 닿아 있던 부위라 뿌리 사이사이에 흙과 이물질이 상당히 많이 끼어 있다. 겉만 물로 한번 헹구고 바로 냄비에 넣어서는 안 된다. 시들거나 상한 뿌리는 잘라내고 흐르는 물에서 뿌리를 벌려가며 여러 차례 씻는다.
작은 채소용 솔을 사용하면 안쪽의 흙을 제거하기 편하다. 씻은 뒤에도 흙이 남아 있다면 미련 없이 버리는 편이 낫다. 여러 개가 생겼다면 깨끗하게 손질해 물기를 충분히 제거한 뒤 소분해서 냉동해두면 육수를 끓일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기도 편하다. ‘버리지 않는 것’보다 ‘안전하게 먹는 것’이 먼저다.

대파 한 단을 샀다면 이제 뿌리까지 한번 챙겨볼 만하다
대파 뿌리를 먹는다고 갑자기 건강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버렸던 식재료를 육수와 차로 한번 더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꽤 실용적이다. 국물에 넣으면 파 특유의 향과 은근한 단맛을 더할 수 있고, 따뜻하게 끓이면 생강이나 대추와 어울리는 차가 된다.
대파를 손질할 때마다 뿌리가 제법 많이 나오는 집이라면 더 아깝다. 깨끗한 것만 골라 충분히 세척하고 냉동실 한쪽에 모아두자. 다음번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육수팩과 함께 대파 뿌리 몇 개를 넣어보면 된다. 평소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던 부위가 생각보다 쓸모 있는 육수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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