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아테네 인근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집단 매장된 남성 79명의 정체가 한층 좁혀졌다. 외부에서 침입한 적이나 용병일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치아에 남은 화학적 흔적은 이들이 대부분 아테네 주변에서 자란 현지인임을 보여줬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그리스 팔레론 유적 공동묘지 중 성인 남성 79명이 한꺼번에 매장된 일명 에스플라나다 집단묘의 유골 분석 결과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8월 호에 게재했다.
팔레론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남서쪽으로 약 5㎞ 떨어진 고대 항구 유적이다. 이곳의 대규모 공동묘지는 기원전 8세기말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대 그리스 사회와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꼽힌다.

가장 큰 수수께끼는 2016년 에스플라나다 구역에서 발견된 집단매장 흔적이다. 성인 남성 79명이 세 줄로 나란히 묻혔고, 상당수는 손목에 금속 족쇄가 채워졌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집단 처형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풀이됐지만, 이들이 누구였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침입자나 해적, 용병이라는 해석부터 정치적 반란 세력이나 범죄자, 아테네 내부 권력투쟁의 희생자라는 가설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치아 법랑질에 남은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분석했다. 스트론튬은 암석과 토양에서 나와 물과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지역마다 지질 조건이 달라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율도 차이가 생긴다. 특히 어린 시절 만들어진 치아 법랑질은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아 한 사람이 성장한 지역의 지질학적 흔적을 오래 보존한다.
에스플라나다 집단묘의 남성 79명 중 66명과 팔레론의 다른 공동묘지 유골 등 총 163명을 분석한 결과는 예상외였다. 집단묘 남성 66명 가운데 64명, 96.9%의 스트론튬 동위원소가 아테네를 포함한 아티카 지역 신호와 일치했다. 비현지인으로 분류된 사람은 단 2명이었다. 팔레론 공동묘지 전체로 따져도 분석 대상 163명 가운데 156명, 95.7%가 현지인으로 확인됐다.

새로운 분석은 이들이 어디에서 성장했는지를 알려줄 뿐 왜 족쇄에 묶여 죽었는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했다. 79명의 정확한 정체가 밝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집단묘가 외부에서 들어온 대규모 침입자나 용병 집단의 무덤이라는 가설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조사를 이끈 줄리앤 스테이머 박사는 “망자들이 현지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수수께끼는 아테네 내부로 향하게 됐다”며 “무덤이 만들어진 기원전 7~6세기 아티카는 정치·사회적 변화가 많았다. 귀족 세력 간 권력투쟁과 정치적 반란, 법과 국가 권력의 확대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된 남성들은 정치적 충돌의 패배자나 국가 차원의 처형 대상, 또는 현지 범죄자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매장이 보여주는 폭력이 외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아티카 사회 내부의 사람들에게 가해졌을 가능성은 아테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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