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2000년 전 북아메리카에서 사라진 검치호의 일종 스밀로돈 파탈리스(Smilodon fatalis)가 멸종을 앞두고 각종 질병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개체 수 감소에 따른 근친교배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직접적인 유전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웨덴 수의학 교육기관 에비덴시아 아카데미 및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라브레아 타르 피츠에서 발굴된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척추 화석을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성과를 담은 보고서는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 먼저 발표했다.
연구팀은 라브레아 타르 피츠 박물관이 보관하는 천골 849점과 요추 2130점, 제7경추 743점 등 척추뼈 총 3722점을 조사했다. 화석이 대부분 흩어진 상태로 발견돼 정확한 개체 수를 알기 어렵지만, 천골 수를 기준으로 최소 849마리분으로 추측됐다. 라브레아 타르 피츠는 천연 아스팔트가 지표로 스며 나와 형성된 웅덩이 지형으로, 많은 고생물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화석이 됐다.

이번 조사에서 다양한 척추 이상이 확인됐다. 서로 다른 척추의 특징이 한 뼈에 나타나는 선천성 이행척추가 226건, 척추 일부가 둘로 갈라진 이상이 32건, 발생 과정에서 인접한 척추뼈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붙은 이상이 48건 확인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나온 세 개체의 요추다. 척수에서 갈라진 신경이 지나는 통로 추간공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돼 있었다. 한 표본은 왼쪽 추간공이 반대쪽보다 약 2배 컸고, 다른 두 표본도 정상보다 넓었다. 구멍의 경계가 매끄럽고 종양이 신경 통로 안팎으로 자랄 때 나타나는 형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을 근거로 세 스밀로돈이 심한 척수신경 종양을 앓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 종양 조직이 파악된 것은 아니다. 연조직은 보존되지 않아 조직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팀도 종양으로 단정하지 않고 뼈의 변화가 척수신경 종양과 부합한다고 봤다. 만약 실제 종양이었다면 생존에는 상당한 문제가 됐을 수 있다. 개에서 이런 종양은 통증과 파행, 근육 위축을 일으킬 수 있다. 먹잇감에 달려들어 제압해야 했던 스밀로돈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연구팀은 몸이 불편한 개체가 사냥이 불가능해지자 천연 아스팔트에 이미 갇힌 초식동물을 노리다가 자신도 빠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근친교배 가능성도 함께 점쳤다. 사람의 일부 척수신경 종양은 유전자 변이와 관련되고, 제한된 혈통의 가축에서도 말초신경 종양이 많이 나타난 사례가 있다. 스밀로돈 파탈리스 역시 멸종할 무렵 개체 수가 줄면서 근친교배가 증가했다면 유해한 유전적 변이가 발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 가설이다. 이번 연구에서 스밀로돈의 DNA를 분석한 것은 아니며, 척추 이상과 근친교배 사이의 인과관계도 확인되지 않았다. 감염이나 환경 유해물질 같은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비덴시아 아카데미 수의외과 전문의 후고 슈뫼켈은 “그럼에도 수백 마리분에 이르는 스밀로돈 파탈리스의 뼈에 남은 흔적들은 멸종 직전 이 포식자 집단의 건강 상태를 들여다볼 드문 자료”라며 “거대한 송곳니를 앞세운 최상위 포식자도 멸종으로 향하던 시기 각종 질병과 선천적 이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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