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처음부터 원수로 만나는 경우보다 가까웠던 관계가 틀어지면서 더 크게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순자는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다툼이 생길 수 있기에 예와 분별로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고 보았다.
그의 철학을 인간관계에 적용해보면 가까울수록 오히려 조심해야 할 인연이 보인다.

1. 이익이 있을 때만 가까워지는 사람
내가 잘나갈 때는 자주 연락하고 친한 척하지만 형편이 어려워지면 금세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관계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얻을 것이 없어지는 순간 태도도 달라진다. 이런 인연은 오래될수록 믿음보다 계산이 커지기 쉽다.

2. 작은 손해도 절대 보지 않으려는 사람
밥값 몇천 원부터 사소한 부탁까지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양보를 항상 상대의 몫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받은 호의는 쉽게 잊는다.
순자가 경계했던 욕망 역시 절제와 기준이 없다면 결국 서로의 몫을 두고 다투게 된다.

3. 내 약점을 알게 된 뒤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
힘든 순간 털어놓은 가정사와 돈 문제를 싸움이 생겼을 때 공격거리로 꺼낸다. 다른 사람에게 비밀을 이야기하거나 “내가 너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데.”라며 은근히 관계의 우위를 잡으려 하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신뢰가 깨졌을 때 상처도 훨씬 깊어진다.

4. 잘못을 지적하면 오히려 원망하는 사람
자신이 잘못했어도 사과하기보다 “네가 먼저 그랬잖아.”라며 책임을 돌리고, 충고해준 사람을 자신을 무시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순자는 배움과 자기 수양을 통해 잘못된 욕망과 행동을 바로잡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는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위험한 인연은 실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다.

순자의 철학은 사람을 무조건 의심하고 끊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욕망과 감정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관계에도 지켜야 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데 가깝다.
이익에 따라 태도가 변하고, 양보할 줄 모르며, 신뢰를 이용하고, 잘못까지 인정하지 않는 관계라면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붙잡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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