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 잔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차를 고르느냐에 따라 섭취하는 식물성 성분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녹차,홍차,메밀차에는 콜레스테롤과 혈관을 생각한다면 눈여겨볼 만한 성분이 각각 숨어 있다. 세 차의 차이와 제대로 마시는 방법을 살펴봤다.
콜레스테롤 관리에 ‘차’가 주목받는 이유… 설탕 없는 한 잔에는 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다
건강검진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면 기름진 음식부터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평소 어떤 음료를 반복해서 마시는지도 식습관 전체를 바꾸는 요소가 된다. 특히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은 차는 열량 부담이 거의 없으면서 찻잎과 곡물에서 유래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녹차와 홍차는 같은 차나무인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의 잎으로 만들지만 가공 과정이 달라 주요 폴리페놀의 구성이 달라진다. 녹차에는 카테킨이 많이 남아 있고 홍차에서는 발효,정확히는 산화 과정에서 카테킨 일부가 테아플라빈과 테아루비긴으로 변한다. 메밀차는 아예 출발점이 다르다. 찻잎이 아니라 볶은 메밀을 우려내며 루틴을 비롯한 플라보노이드가 특징이다.
그래서 세 차를 단순히 ‘콜레스테롤 낮추는 차’로 묶기보다는 각기 다른 식물성 성분으로 혈중 지질과 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식생활을 보완하는 음료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첫 번째는 ‘녹차’… 핵심은 카테킨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EGCG다
콜레스테롤과 관련해 세 차 가운데 연구가 활발한 편에 속하는 것이 녹차다. 녹차에는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를 비롯한 카테킨 계열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카테킨은 강력한 항산화 활성을 나타내는 식물성 성분으로 지질 대사와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오랫동안 연구돼 왔다. 여러 임상시험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녹차 또는 녹차 카테킨 섭취가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을 소폭 낮추는 것과 연관된 결과가 보고됐다. 작용 원리는 하나가 아니다.
카테킨이 장에서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흡수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담즙산 대사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LDL 자체의 양뿐 아니라 산화 스트레스도 혈관에서는 중요한 문제다. LDL 입자가 산화되면 동맥경화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데 녹차의 항산화 폴리페놀은 이런 산화 과정과의 관계에서도 연구되고 있다.
녹차에는 카테킨 외에도 소량의 비타민과 아미노산인 테아닌 등이 존재한다. 다만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녹차를 마신다면 달콤한 녹차라테나 설탕이 들어간 병음료보다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따뜻한 녹차가 기본이다.

두 번째는 ‘홍차’… 녹차와 같은 잎이지만 산화되면서 완전히 다른 폴리페놀이 만들어진다
녹차와 홍차가 전혀 다른 식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둘은 같은 차나무 잎에서 출발한다. 차이는 제조 과정이다. 홍차는 찻잎을 충분히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녹차에 많던 카테킨 일부가 결합하고 변화하면서 테아플라빈(theaflavins)과 테아루비긴(thearubigins) 같은 홍차 특유의 폴리페놀이 만들어진다. 홍차의 짙은 색과 특유의 떫은맛에도 이 성분들이 관여한다.
테아플라빈을 비롯한 홍차 폴리페놀 역시 항산화 작용과 지질 대사,혈관 내피 기능 등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일부 임상 연구와 메타분석에서는 꾸준한 홍차 섭취가 LDL 콜레스테롤이나 심혈관 위험요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보고됐다. 하지만 여기서 의외의 함정이 하나 있다.
홍차 자체보다 홍차에 무엇을 넣느냐가 문제다. 설탕과 시럽,연유,크림을 넣어 밀크티 형태로 자주 마시면 당류와 열량,제품에 따라 포화지방까지 늘어난다. 콜레스테롤 관리가 목적이라면 스트레이트 홍차로 마시거나 우유를 넣더라도 설탕과 시럽은 최소화하는 편이 좋다.

세 번째는 ‘메밀차’… 메밀 특유의 플라보노이드 ‘루틴’을 눈여겨볼 만하다
메밀차는 녹차나 홍차와 달리 카페인이 거의 없거나 없는 제품이 많아 저녁에도 비교적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특히 메밀에서 주목할 성분은 루틴(rutin)이다. 루틴은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식물성 성분으로 메밀,특히 일부 품종에서 풍부하게 발견되며 항산화 작용과 혈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
루틴은 체내에서 퀘르세틴 계열 대사산물과 연결되며 산화 스트레스와 혈관 내피 기능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메밀 자체에는 식이섬유와 마그네슘,여러 비타민 B군,식물성 단백질도 들어 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하다. 메밀을 통째로 먹는 것과 메밀차를 우려 마시는 것은 영양적으로 같지 않다.
식이섬유와 단백질,무기질 상당 부분은 우린 물보다 메밀 알곡에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밀차에서는 물에 우러나는 폴리페놀 성분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식이섬유까지 충분히 얻고 싶다면 메밀밥이나 메밀을 활용한 음식을 함께 먹는 편이 낫다. 볶은 메밀 알갱이까지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세 가지를 어떻게 골라야 할까… 아침 녹차,오후 홍차,저녁 메밀차도 방법이다
세 차 가운데 하나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녹차와 홍차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늦은 저녁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침이나 점심 식사 후에는 카테킨을 섭취할 수 있는 녹차를,오후에는 테아플라빈과 테아루비긴이 특징인 홍차를 선택하고 저녁에는 카페인 부담이 적은 메밀차를 마시는 식으로 나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차의 종류보다 달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겠다며 녹차를 마시면서 설탕이 들어간 디저트를 곁들이거나 홍차에 시럽과 크림을 듬뿍 넣는다면 차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기 어렵다. 또 녹차와 홍차의 탄닌 성분은 철분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은 철분이 풍부한 식사나 철분제와 바로 함께 마시는 것을 피하는 편이 좋다.
카페인에 예민하다면 진하게 여러 잔 마시기보다 연하게 우려 양을 조절하면 된다. 차는 약이 아니다. 하지만 매일 마시던 달콤한 커피나 가당음료 한두 잔을 무가당 녹차,홍차,메밀차로 바꾸는 것 자체가 장기간에는 상당한 식생활 변화가 될 수 있다.

차만 마셔서는 부족하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탁은 따로 만들어야 한다
콜레스테롤 관리에서 녹차와 홍차,메밀차는 어디까지나 식단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실제 LDL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려면 포화지방이 많은 가공육과 지방이 많은 육류,버터 등의 섭취를 조절하고 귀리와 보리의 수용성 식이섬유,콩류의 식물성 단백질,견과류와 생선의 불포화지방을 충분히 먹는 식습관이 함께 가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귀리와 견과류를 먹으며 녹차를 마시고 점심에는 채소와 콩류를 충분히 섭취하며 오후의 달콤한 음료 대신 홍차를 선택하는 식이다.
저녁 이후 입이 심심할 때 과자와 함께 음료를 찾는 대신 따뜻한 메밀차를 마시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보면 세 차의 진짜 장점은 특정 성분 하나가 콜레스테롤을 없애준다는 데 있지 않다. 카테킨과 테아플라빈,루틴 같은 서로 다른 식물성 성분을 섭취하면서 당류와 열량이 많은 음료를 자연스럽게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반복하는 한 잔을 바꾸는 것,콜레스테롤 관리는 이런 사소해 보이는 습관에서도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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