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곳을 스스로 메우고 표면에 묻은 물과 오염물질을 털어낸다. 수명을 다하면 흙 속에서 생분해되기까지 한다. 살아 있는 균사체를 소재로 활용한 독특한 옷감에 시선이 집중됐다.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SIAT) 리커 박사 연구팀은 동충하초의 일종인 번데기동충하초의 균사체를 죽이지 않고 섬유 소재로 가공한 신기술을 21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달 2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먼저 소개됐다.
균사체를 소재로 활용하는 시도는 처음은 아니다. 균사체는 가볍고 형태를 만들기 쉬우며 자연에서 분해돼 가죽 대체재나 포장재, 건축재료, 심지어 우주선 열 차폐재 등으로 연구돼 왔다. 다만 기존 방식은 완성된 소재의 형태 및 성능의 안정화를 위해 건조나 열처리를 거치기 때문에 균사체가 살아남지 못했다.

살아있는 균사체를 이용한 소재에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균사체를 살려두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번데기동충하초 균사체를 배양한 뒤 틀에 넣어 시트 형태로 만들고 45℃에서 6시간 건조했다. 글리세롤 처리를 거쳐 구부리거나 늘릴 수 있는 유연성을 더했다.
이렇게 완성된 소재의 균사체는 활발하게 성장하지는 않지만 생존 능력을 유지했다. 평소에는 대사활동을 크게 낮춘 상태로 있다가 적절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다시 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소재가 최근 주목받는 공학적 생체재료(engineered living materials·ELM)의 일종이라는 입장이다.
리커 박사는 “균사체를 살려둔 가장 큰 장점은 손상된 소재의 생물학적 복구”라며 “찢어진 부분에 살아 있는 균사체를 보충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면 새로운 균사가 자라면서 틈을 메웠다. 실이나 접착제로 이어 붙이는 기존 수선과 달리 소재 자체의 성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얽혀 시트 구조를 이루는 번데기동충하초 균사를 확대한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개발된 소재의 실사진. 신축성이 뛰어나 접거나 늘여도 변하지 않는다. 「사진=리커」
이어 “복구 능력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손상과 복구를 반복한 결과 10차례 수선한 뒤에도 소재는 원래 기계적 성능의 약 90%를 유지했다. 다만 찢어진 옷을 내버려두기만 해도 저절로 붙는 것은 아니며, 복구를 위해서는 살아 있는 균사와 적절한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살아 있는 소재는 표면의 성질도 흥미롭다. 영양분을 공급하면 소재 표면에서 공기 중으로 뻗는 미세한 균사인 공중균사가 새로 자라는데, 이 표면에서는 물방울이 쉽게 달라붙지 않고 굴러 떨어졌다. 물방울이 움직이며 오염물질까지 함께 제거해 일종의 자가세척 기능을 발휘했다.
연구팀은 다른 미생물까지 결합해 기능을 추가했다.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조작 효모가 균사체에 정착하자 별도의 염색 과정 없이 파랑을 비롯한 여러 색을 냈다. 멜라닌을 만드는 검은누룩곰팡이를 이용해서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이번에 제작된 균사체 소재는 뛰어난 생분해성도 갖췄다. 「사진=pixabay」
생분해성도 확인됐다. 이 소재로 만든 구조물을 흙에 묻어 관찰했더니 41일 만에 거의 완전히 분해됐다. 사용 단계에서는 살아 있는 소재의 기능을 이용하고, 폐기한 뒤에는 자연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재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연구팀은 실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균사체 소재로 드레스도 제작했다. 독일 베를린의 소재 개발업체와 협업한 시제품으로, 균사 성장과 미생물 착색 등 여러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리커 박사는 “일상적인 의류가 되려면 습기와 반복적인 움직임에 대한 내구성은 물론 세탁과 보관, 미생물 안전성, 대량생산 과정의 품질 관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인정했다. 다만 박사는 “기존 균사체 소재가 생물을 죽이고 안정적인 재료를 얻었다면, 이번 소재는 균사체를 살려두는 대신 성장과 복구라는 생물 고유의 능력을 고스란히 끌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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