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깊은 바다에 머물러 좀처럼 보기 어려운 산갈치가 멕시코 연안에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상황이 포착됐다. 해안에 떠밀려온 사체가 아닌 살아있는 대형 산갈치를 가까이서 관찰한 드문 사례다.
멕시코에서 해양생물 투어 가이드로 활동하는 이자벨 넬슨 모랄레스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4~5m로 추정되는 산갈치와 함께 헤엄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모랄레스는 언제 어느 해역에서 산갈치와 조우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투어가 끝날 무렵 수면 가까이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긴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길고 납작한 몸과 붉은 지느러미를 가진 산갈치는 수면 부근을 돌다 깊이 내려간 뒤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19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은갈치 「사진=이자벨 넬슨 모랄레스 인스타그램」
당시 모랄레스와 투어 참가자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물에 들어가자 산갈치는 달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몇 차례 사람들에게 똑바로 접근했다. 이들은 물고기에 닿지 않도록 조용히 길을 비켜줬다.
모랄레스는 “바다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동물 중 하나와 함께 헤엄친 것은 행운”이라며 “흥분과 긴장이 뒤섞인 가운데 더 가까이 가고 싶으면서도 속으론 망설였다. 결국 그 순간을 그저 조용히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번 영상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산갈치에 대한 정보 상당수가 살아 있는 개체가 아니라 해안에 떠밀려온 사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랄레스의 영상과 함께 공유된 연구 안내에는 산갈치가 표착할 경우 조직 일부와 몸 전체, 머리, 지느러미 사진을 확보해 달라는 요청까지 담겼다. 생태와 행동을 파악할 자료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사람들에게 접근하기까지 했던 산갈치 「사진=이자벨 넬슨 모랄레스 인스타그램」
산갈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경골어류로 꼽히며 정확한 생활 방식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특히 왜 일부 개체가 수면 가까이 올라오는지, 살아 있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산갈치는 신비로운 생김새 때문에 오래전부터 다양한 이야기와 연결됐다. 일본에서는 바닷속 용궁에서 온 사자라는 뜻의 류구노쓰카이(竜宮の使い)로 불리며, 영어권에서는 지진 등 재난의 전조라는 의미에서 둠스데이 피시(doomsday fish)라는 별칭이 붙었다.
몸길이 5m가량의 대형 산갈치. 대지진의 전조라는 루머가 있지만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아니다. 「사진=이자벨 넬슨 모랄레스 인스타그램」
산갈치 등 심해어의 출현이 대지진을 예고한다는 주장은 학술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도카이대학교와 시즈오카현립대학교 연구팀은 1928~2011년 일본의 심해어 출현 336건과 규모 6 이상 지진 221회를 비교한 결과 심해어가 발견된 뒤 30일 안에 반경 100㎞에서 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단 1건에 그쳤다고 2019년 발표했다.
학자들은 심해어 출현과 대지진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멕시코 산갈치가 수면 가까이 올라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재난의 징조보다는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심해 생물의 행동에서 비롯된 사례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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