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도 나오고 집도 있고 크게 아픈 데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일흔 넘은 분들 사이에 조용히 퍼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돈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말을 못 꺼냅니다. 자식에게 말하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까 봐서요. 오늘은 그 분위기의 정체를 3위부터 1위까지 짚어드리겠습니다.

3위.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오늘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하루를 무겁게 만듭니다. 돈보다 중요한 게 시간표라는 걸 은퇴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거창한 곳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도서관, 복지관, 동네 카페 중 한 곳을 내 자리로 정해두세요.

2위.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현직에 있을 땐 하루에도 몇 통씩 오던 전화가 뚝 끊깁니다. 그게 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서운합니다. 기다리기보다 먼저 부르는 쪽이 되어보세요. 밥 한번 먹자고 먼저 거는 전화가 관계를 되살립니다.

1위.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는 느낌입니다
가장 많이 꼽힌 것이 이것입니다. 평생 누군가를 먹여 살리고 뭔가를 책임지며 살아온 분일수록 크게 옵니다. 이 감정은 시간이 아니라 역할이 해결해 줍니다. 일주일에 두 시간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를 만드세요. 봉사든 소일거리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무엇부터 해볼까요?
마음을 통째로 바꾸려 하면 더 지칩니다. 다 하려 하지 마시고 이번 주에 하나만 하세요.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나갈 곳 한 군데를 정하는 겁니다. 일정이 생기면 마음이 따라옵니다.
오늘 정해둔 일정 하나가, 내일 아침 일어날 이유가 되어 줍니다.
출처 : ‘퇴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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