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접근하는 물고기의 성향을 파악해 대응 방식을 달리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역성이 강하고 공격적인 물고기에는 다리를 휘둘러 반격하고, 뒤를 따라다니는 물고기는 무시한 채 먹이 활동을 이어갔다는 관찰조사 보고서에 관심이 모였다.
브라질 ABC연방대학교와 캐나다 레스브리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 ‘복잡한 환경에서 사냥하는 어린 문어와 영역성 물고기·뒤따르는 물고기의 상호작용(Hunting in a complex neighborhood: Juvenile octopuses’ interactions with territorial and follower fishes)’을 21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비헤이비어럴 프로세시스 7월 호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브라질 연안 산호초에서 어린 문어와 물고기 10종 사이에서 벌어진 101차례의 조우를 촬영해 분석했다. 이 가운데 3종은 영역성이 강한 물고기였고, 나머지 7종은 특정 영역을 지키지 않고 문어 주변을 따라다니는 종이었다.

공격적인 물고기를 마주한 문어는 가차 없이 다리로 반격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만남의 양상은 상대방 성향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영역성이 강한 물고기는 문어에 빠르게 접근하거나 몸을 들이밀고 공격했다. 이에 문어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거나 다리를 빠르게 휘둘러 물고기를 때렸다. 영역성이 없는 물고기는 문어 주변을 맴돌거나 뒤를 따라다녔다. 문어가 먹이를 찾다 놓친 찌꺼기를 노리는 행동도 관찰됐다. 문어는 이런 물고기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이 행동의 순서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공격적인 물고기와 마주쳤을 때는 양쪽 모두 빠른 접근과 방어 행동을 연달아 보였다. 그저 따라다니는 물고기와 만남에서 문어는 이런 긴장 상태를 거의 나타내지 않았다. 물고기의 영역성이 문어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특이한 체색 변화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영역성이 강한 물고기가 접근할 때 문어가 몸 한쪽에만 흰색 얼룩을 띄우는 것을 관찰했다. 하프 블로치(half blotch)라는 이 무늬는 공격적인 물고기와 만났을 때만 발생했다.
영역성이 강한 물고기와 비영역성 물고기를 만났을 때 달라지는 어린 문어의 행동을 정리한 연구 개념도. 영역성 물고기가 공격적으로 접근하면 문어는 팔로 반격하거나 ‘하프 블로치’ 같은 방어 체색을 나타내지만, 뒤따르거나 주변을 맴도는 비영역성 물고기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진=Behavioural Processes」
재미있는 점은 하프 블로치가 나타난 뒤 물고기의 행동도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문어가 하프 블로치를 드러낸 뒤 물고기가 물러나는 행동이 증가하고 접근이나 공격은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 무늬가 일종의 방어 또는 경고 신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문어가 의도적으로 상대방에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문어가 물고기를 다리로 때리는 행동 자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다. 2024년에는 문어가 여러 종의 물고기와 함께 사냥하면서 제대로 기여하지 않는 물고기를 팔로 때리거나 무리에서 몰아내는 상황이 보고됐다. 당시 연구가 협동 사냥 과정에서 문어가 다른 종을 통제하는 사실을 보여줬다면, 이번 연구는 문어가 상대의 행동에 따라 공격 여부 자체를 달리한다는 점을 알게 해 줬다.
연구팀은 문어가 단순히 사냥감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여러 생물과 복잡한 관계를 동시에 처리하는 동물이라고 평가했다. 상대가 시비를 걸면 맞서고, 그렇지 않으면 굳이 손대지 않는 문어의 판단력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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