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에서 그렇게 웃기시니, 일상도 매일 즐거우시죠?” 강사 김창옥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였다.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내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일과 실제 자신의 내면 사이에는 늘 메울 수 없는 깊은 간격이 존재했다.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는 ‘괜찮다’며 웃어넘기고, 가족 앞에서는 ‘별일 없다’며 애써 씩씩한 척을 한다. ‘밝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는 순간, 힘들다는 속마음을 꺼내놓는 일은 한없이 뒤로 밀려난다. 그러다 문을 닫고 혼자 남는 밤이 되면, 정작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조차 모른 채 방전되어 버린다.

김창옥은 과거 번아웃으로 힘들었던 시절,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만난 신부에게서 이런 조언을 들었다고 전한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단, 거짓말하지 말고 짧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포도밭에 홀로 앉은 그는 한동안 자신에게 단 한마디도 건네지 못했다. 남에게 건넬 배려의 말은 넘쳐나는데, 정작 스스로에게 해줄 말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잘못한 일이나 부족한 점은 기가 막히게 찾아내면서도, 하루를 묵묵히 버텨낸 시간에 대해서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간신히 꺼내놓은 말은 거창한 다짐이 아니었다. 그저 “그래, 여기까지 참 잘 왔다”라는 짧은 한 문장이었다. 그 말을 뱉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대단한 성과를 칭찬한 것도, 내일 더 힘을 내자는 채찍질도 아니었다. 그저 긴 시간 지쳐 있던 자신을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순간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아직 닿지 못한 곳’을 기준으로 오늘의 나를 깎아내린다. 늦어진 계획, 남들보다 더딘 속도, 끝내지 못한 일들을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바쁘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포기하고 싶었던 날에도 출근을 했고, 마음이 무너져도 밥을 챙겨 먹으며 하루를 버텨낸 사람이다. 그 치열한 과정을 지워버린 채 결과만 바라본다면, 오늘의 삶은 언제나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오늘 밤에는 휴대전화 알림을 잠시 끄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가장 오래 외면해왔던 내 마음에 말을 걸어보자. 긴 반성문도, 대단한 결심도 필요 없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그 따뜻한 한마디면 충분하다. 비로소 나를 알아봐 준 그 인정 위에서, 내일의 걸음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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