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서아시아 중심으로 여겨졌던 네안데르탈인의 활동 영역이 아라비아반도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약 5만5000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에서 제작된 석기가 네안데르탈인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Quaternary Science Reviews 8월 호에 조사 보고서 ‘사막의 네안데르탈인? 아라비아 중기 구석기 석기 기술의 다양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집단의 역사(Neanderthals in the desert? Population history best explains Middle Palaeolithic technological heterogeneity in Arabia)’를 내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이 분석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네푸드 사막의 제벨 카테페-1(JKF-1) 유적이다. 이곳에서는 중기 구석기 석기가 여럿 발견됐지만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아라비아에서는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의 뼈나 DNA가 확인된 적도 없다.

네안데르탈인의 남방한계가 아라비아반도까지 포함될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놀라운 사실은 아라비아와 레반트,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나온 르발루아 석기의 비교 과정에서 확인됐다. 르발루아 기법은 돌의 중심부를 미리 다듬은 뒤 계획한 형태의 박편을 떼어내는 제작 기술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모두 사용했다.
연구팀은 연대와 환경, 석기 재료, 유적의 성격 등 여러 요인을 통계적으로 비교했다. 제작자가 확실한 유적의 석기로 만든 통계 모델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석기를 93% 넘는 일치율로 구별했다. 이를 제벨 카테페-1 석기에 적용하자 네안데르탈인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강하게 떠올랐다.
리버풀대 역사학자 제임스 블링크혼 박사는 “광자극루미네선스(OSL) 연대측정 결과 주요 활동 시기는 약 6만~5만 년 전으로 좁혀졌다”며 “이 시기는 네안데르탈인이 레반트와 서남아시아까지 진출한 때와 겹친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제벨 카테페-1과 서아시아·아라비아의 중기 구석기 유적 분포. 파란 별이 이번 연구 대상 유적이며 보라색은 네안데르탈인, 빨간색은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확인된 장소다. 「사진=Quaternary Science Reviews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이 아라비아 북부까지 내려왔을 가능성을 알게 해 줬다”며 “다만 당시 네푸드가 지금처럼 황량한 사막이었던 것은 아니고, 제벨 카테페-1은 고대 호수 주변 유적이다. 문제의 석기들은 건조한 기후가 습윤해지면서 호수와 초지가 다시 형성되던 시기에 제작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이유로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먹을 것을 따라 아라비아 내륙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점쳤다. 연구팀의 생각이 맞는다면, 네안데르탈인의 환경 적응력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추운 유럽에 특화된 고인류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들이 다양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르발루아 석기의 흔적이 결정적이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제임스 블링크혼 박사는 “흥미로운 점은 아라비아가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의 주요 이동로였다는 사실”이라며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 아라비아까지 진출했다면 두 인류의 활동 영역이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넓게 겹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아직 제벨 카테페-1의 주인을 네안데르탈인으로 확정하기는 이르다. 석기 형태는 강력한 단서지만 결국 뼈나 DNA 같은 직접 증거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의 남방한계를 아라비아반도까지 확장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