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름의 그 드라마,
지금도 인생작 1순위로
꼽는 사람이 유독 많다.
양동근, 이나영이라는
독특한 색깔의 주연들 사이에서
가장 솔직하고 쿨해서
더 눈물겨웠던 인물이 있었다.
스물두 살 공효진이 맡았던
‘송미래’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사실 양동근과 이나영 콤비가
기억에 너무 강하게 깔려있어
공효진이 나왔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부터 줄곧
우리가 느끼지 못할때 조차도
알게모르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치어리더 송미래,
그 시절 그 스타일
‘네 멋대로 해라’는
2002년 7월 3일부터
9월 5일까지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다.
인정옥 작가가 쓴
스무 편짜리 청춘극이었다.
송미래는 프로야구 치어걸 5년차,
틈틈이 간호사 공부를 하는
스물일곱의 여자였다.
반짝이는 치어 유니폼,
바짝 넘긴 포니테일,
통 넓은 스트릿 룩까지.
지금 다시 보면
그 시절 Y2K 감성이
그대로 박제된 화면이다.
미워할 수 없었던
짝사랑의 얼굴
기획 단계의 미래는
사랑을 빼앗기지 않으려
방해공작도 마다않는
말 그대로 ‘구여친’ 자리였다.
그런데 공효진이 연기하자
이 인물이 자꾸 달라졌다.
복수가 돌아온 날 밤,
미래는 화를 내는 대신
말없이 그의 머리를 깎아준다.
아픈 걸 알고 나서는
유기농 밑반찬을 싸 들고
남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끝내는 연적인 경을 앉혀놓고
복수의 병 주의사항을
하나하나 일러준다.
간호사가 되고 싶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 곁을
그렇게 비켜준 것이다.
울면서도 끝까지
상대를 위했던 얼굴.
이 드라마가 시청률보다
‘드라마 폐인’이라는 말을
먼저 만들어낸 이유이기도 하다.
‘공블리’의 시작점은
바로 여기였다
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한 공효진에게
이 작품은 분명한 분기점이었다.
예쁘게 나오는 것보다
진짜처럼 보이는 쪽을 택했고,
그 선택이 그를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만들었다.
이후 ‘미쓰 홍당무’, ‘파스타’,
‘최고의 사랑’, ‘동백꽃 필 무렵’까지.
우리가 아는 로코 퀸 ‘공블리’는
송미래에서 출발한 셈이다.
24년이 지나도
남는 것은 결국 태도
그리고 지금, 46세의 공효진은
MBC ‘유부녀 킬러’로
안방에 돌아와 있다.
시청률은 10% 고지를 넘겼고,
영화 ‘경주기행’도
이달 26일 관객을 만난다.
스물두 살에 치어 유니폼을 입고
펑펑 울던 배우가
스물네 해를 지나
여전히 현역으로 서 있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한 시절의 얼굴이 아니라
매번 진심으로 임했던
그 태도가 아닐까 싶다.
다시금 나의 옛날의 모습,
그 추억으로 돌아가보고
싶은 날이 찾아온다면
오래된 명작 한 편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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