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가 있다고 모든 과일을 식탁에서 없앨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과일에 당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탄수화물의 양과 식이섬유,한 번에 먹는 양,주스가 아닌 원물로 먹는지까지 함께 보는 것이다. 아보카도와 블루베리,자몽은 이런 기준에서 활용하기 좋은 과일이지만 세 과일이 혈당에 미치는 방식은 서로 상당히 다르다. 미국당뇨병협회 역시 당뇨 식사에서 과일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적절한 양의 통과일을 건강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활용하도록 안내한다.
당뇨환자가 과일을 무조건 피할 필요 없는 이유… ‘당’ 하나만 보면 답이 달라진다
당뇨 진단을 받은 뒤 가장 먼저 과일부터 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달콤한 맛 때문에 과일을 설탕과 비슷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일을 먹는 것과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것은 영양 구성이 다르다. 통과일에는 당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수분,비타민,미네랄,폴리페놀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소화와 흡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혈당 관리에 유리한 식사 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당뇨병협회도 블루베리와 자몽 같은 과일을 좋은 선택지로 제시하고 있으며 당뇨 식사에서 탄수화물을 완전히 제거하기보다 적절한 양과 종류를 선택하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여기서 ‘마음 놓고 먹는다’는 표현을 양과 관계없이 무제한 먹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과일 역시 탄수화물 공급원이므로 자신의 혈당 반응과 식사량에 맞춰 양을 조절해야 한다.

첫 번째 ‘아보카도’… 단맛이 거의 없고 지방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이다
아보카도는 일반적인 과일과 영양 구성이 상당히 다르다. 사과나 포도처럼 탄수화물에서 많은 열량을 얻는 과일이 아니라 지방 비중이 높고 당 함량은 낮은 편이다. 특히 지방의 상당 부분이 단일불포화지방이며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여기에 칼륨과 엽산,비타민 E,비타민 K,루테인과 제아잔틴 같은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도 들어 있다. 당뇨환자에게 아보카도가 유용한 이유는 이런 영양 구성을 식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흰 식빵에 달콤한 잼을 듬뿍 바르는 대신 통곡물빵에 아보카도를 적당량 올리거나 샐러드에 넣으면 불포화지방과 식이섬유를 보충할 수 있다. 특히 당뇨환자는 혈당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 관리도 중요하기 때문에 포화지방이 많은 버터나 일부 가공육 대신 불포화지방 공급원을 활용하는 식습관도 의미가 있다. 다만 아보카도는 열량이 높은 식품이다. 건강에 좋다고 한 번에 한두 개씩 계속 먹기보다는 한 끼에 4분의 1~2분의 1개 정도를 다른 음식과 곁들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두 번째 ‘블루베리’… 작은 알맹이 속 안토시아닌과 식이섬유를 함께 먹는다
블루베리의 진한 보라색을 만드는 대표적인 성분이 안토시아닌이다. 안토시아닌은 폴리페놀 계열의 식물성 색소이자 항산화 성분으로 산화 스트레스와 심혈관 및 대사 건강과 관련해 폭넓게 연구돼 왔다. 블루베리에는 이와 함께 식이섬유와 비타민 C,비타민 K,망간 등도 들어 있다. 특히 블루베리는 씨와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과일이라는 장점이 있다. 미국당뇨병협회 역시 블루베리를 통째로 섭취할 수 있는 최소가공 탄수화물 식품의 한 예로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블루베리를 어떤 형태로 먹느냐다. 생블루베리나 무가당 냉동 블루베리를 먹는 것과 설탕이 들어간 블루베리잼,시럽,가당 요거트나 스무디를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식사가 된다. 아침에 플레인 그릭요거트에 블루베리를 적당량 넣고 견과류를 조금 곁들이면 단백질과 지방,식이섬유를 함께 먹을 수 있다. 한 번에 큰 그릇을 가득 채우기보다 약 반 컵 정도부터 자신의 혈당 반응을 확인하면서 조절하는 방법이 좋다.

세 번째 ‘자몽’… 수분과 비타민 C 풍부하지만 ‘주스’보다 통째로 먹는 것이 낫다
자몽은 수분 함량이 높고 비타민 C와 칼륨,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는 감귤류 과일이다. 붉은색이나 분홍색 자몽에는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도 포함돼 있다. 미국당뇨병협회에서도 자몽을 첨가당이 없는 과일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다. 당뇨환자가 자몽을 먹는다면 착즙주스보다는 과육을 직접 먹는 편이 좋다.
통과일을 먹으면 식이섬유까지 섭취하고 씹는 과정이 생기는 반면 주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기 쉽다. 과일도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어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미국당뇨병협회의 설명이다. 아침 식사에 자몽 반 개 정도를 계란이나 무가당 요거트 같은 단백질 식품과 함께 먹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큼하다고 설탕이나 꿀을 잔뜩 뿌리면 장점이 사라지므로 자몽 자체의 맛에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

단,자몽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당뇨’보다 복용 중인 약이 중요하다
세 과일 가운데 자몽에는 별도의 주의점이 있다. 자몽과 자몽주스는 일부 약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자몽은 장에서 일부 약물을 대사하는 CYP3A4 효소 등에 영향을 주면서 혈액으로 들어오는 약물의 양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일부 콜레스테롤 치료제인 심바스타틴과 아토르바스타틴,일부 혈압약과 부정맥 치료제,면역억제제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모든 약물이 자몽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같은 종류의 약이라도 영향이 다를 수 있다. 특히 당뇨환자는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을 함께 관리하면서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몽을 매일 먹기 전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설명서를 확인하거나 의사·약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FDA 역시 약을 복용하는 경우 자몽과의 상호작용 여부를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당뇨환자에게 좋은 과일의 핵심… ‘마음 놓고’가 아니라 ‘제대로’ 먹는 것이다
아보카도와 블루베리,자몽의 장점은 세 과일 모두 혈당을 전혀 올리지 않는다는 데 있지 않다. 아보카도는 낮은 당 함량과 식이섬유,불포화지방이 강점이고 블루베리는 식이섬유와 안토시아닌을 함께 섭취할 수 있으며 자몽은 수분과 비타민 C,식이섬유를 얻을 수 있다는 서로 다른 장점이 있다. 당뇨 식사에서는 결국 양이 중요하다. 미국당뇨병협회는 과일을 포함한 탄수화물 식품의 적절한 양을 유지하고 단백질과 함께 먹으며 식사 전과 식후 1~2시간 혈당을 확인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방법을 안내한다.
따라서 오후에 케이크나 과자를 먹던 자리에 블루베리를 넣은 플레인 요거트를 선택하고 아침의 버터나 달콤한 잼 일부를 아보카도로 바꾸는 식의 변화가 훨씬 현실적이다. 당뇨환자에게 과일은 ‘먹어도 되느냐’보다 ‘얼마나,어떤 형태로,무엇과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원칙을 지킨다면 과일을 무조건 금지하지 않고도 다양한 영양소를 식탁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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