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통에 계란껍질을 넣었던 이유, 알고 보면 ‘탄산칼슘’에 답이 있다
김치를 담근 뒤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시원하고 아삭했던 맛에서 점차 새콤한 맛이 강해진다. 김치 속 유산균이 발효하면서 젖산을 비롯한 여러 유기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김치를 보관할 때 깨끗하게 준비한 계란껍질을 함께 넣어두는 살림법이 전해져 왔다. 김치가 지나치게 빨리 시는 것을 늦추고 아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 핵심은 계란껍질을 구성하는 탄산칼슘이다.
계란껍질은 대부분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성분은 산과 만나면 중화반응을 일으킨다. 김치가 익으면서 산성 물질이 계속 만들어질 때 계란껍질의 탄산칼슘이 일부 산과 반응하면서 산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것을 완충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치에 칼슘 성분을 활용한 연구에서도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산과 칼슘의 반응을 통해 산도 변화가 조절되는 현상이 보고됐다. 결국 김치통 속 계란껍질은 단순한 민간요법이라기보다 ‘산과 칼슘의 만남’이라는 원리를 활용한 옛 살림법으로 볼 수 있다.

김치가 시어지는 과정에서 계란껍질이 산도를 부드럽게 잡아준다
갓 담근 김치와 푹 익은 김치를 먹어보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가 신맛이다. 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젖산을 비롯한 유기산이 늘어난다. 산이 축적될수록 pH는 낮아지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잘 익은 김치’를 지나 점점 강한 신맛을 가진 신김치로 변한다. 이때 계란껍질의 탄산칼슘이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산칼슘은 산성 물질과 만나 반응하기 때문에 김치 속에서 만들어진 산의 일부를 중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쉽게 비유하면 계속 쌓이는 산을 계란껍질 속 칼슘이 조금씩 받아주는 셈이다. 실제로 칼슘을 이용해 김치의 산도를 조절하는 방법은 식품 연구에서도 다뤄져 왔다. 특히 칼슘 성분이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기산과 반응하면서 지나친 산성화를 늦추는 원리가 확인된 바 있다. 그래서 김치를 오래 두고 먹어야 하는 집이라면 이런 원리를 활용해 김치의 맛이 급격하게 시어지는 것을 조절하는 생활법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계란껍질을 넣으면 아삭함까지 오래간다는 말, 여기에도 칼슘이 숨어 있다
김치에서 신맛만큼 중요한 것이 식감이다. 갓 익은 배추김치를 씹었을 때 ‘아삭’하고 부서지는 느낌이 있어야 맛있는데 너무 오래 숙성되면 배추 조직이 점차 부드러워진다. 계란껍질이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데 활용된다는 이야기도 결국 칼슘과 연결된다. 식물의 세포벽에는 펙틴이라는 성분이 존재하는데 칼슘은 이러한 세포벽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관여한다. 식품 가공 과정에서도 일부 과일이나 채소의 단단한 조직감을 유지하기 위해 칼슘 성분을 활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치에서도 칼슘 성분은 배추 조직의 연화를 늦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치가 지나치게 빠르게 산성화되는 것을 완화하면서 조직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맛과 식감 두 가지를 함께 관리하는 원리로 연결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별도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계란껍질을 활용했던 것이다. 먹고 남은 계란껍질 하나에도 김치의 맛과 식감을 오래 유지하려 했던 생활의 지혜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계란껍질을 사용할 때는 김치 위에 깨끗하게 준비해 올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다. 김치를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은 다음 깨끗하게 준비한 계란껍질을 김치 위쪽에 올려두는 방식이다. 다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란을 깨고 나온 껍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계란껍질은 식품과 직접 접촉했던 부분인 만큼 안쪽에 흰자나 이물질이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처리하고 충분히 건조한 뒤 사용하는 편이 좋다.
김치를 꺼낼 때마다 계란껍질을 계속 만지기보다는 김치 위에 두고 필요한 김치만 깨끗한 집게로 덜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계란껍질을 너무 잘게 부수면 김치 사이로 들어가 나중에 골라내기 불편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큼직한 형태로 사용하는 편이 관리하기 쉽다. 또한 김치통 안에 많은 양을 넣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계란껍질 자체를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김치를 깨끗한 상태로 보관하면서 탄산칼슘의 특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계란껍질과 함께 ‘낮은 온도’를 지키면 김치 맛을 오래 유지하기 더 좋다
계란껍질을 활용하면서 함께 챙기면 좋은 것이 김치의 보관 온도다. 김치 발효 속도는 온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뜻한 환경에서는 유산균의 활동과 발효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짧은 시간에도 신맛이 강해질 수 있지만 낮은 온도에서는 숙성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진다. 실제로 김치를 저온에서 발효했을 때 높은 온도에서 보관했을 때보다 적정 숙성 단계에 도달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계란껍질을 활용하더라도 김치를 상온에 오래 꺼내두기보다 김치냉장고나 냉장고의 일정한 저온 환경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먹을 때마다 김치통 전체를 오랫동안 꺼내두기보다는 먹을 만큼 빠르게 덜고 다시 넣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계란껍질의 탄산칼슘으로 산도 변화를 보조하고 낮은 온도로 발효 속도를 관리하는 방식을 함께 적용하면 김치 특유의 시원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조금 더 오래 즐기는 데 유리하다.

버리던 계란껍질 하나, 알고 보면 김치 보관에 숨어 있던 옛날 사람들의 생활 과학이다
계란을 먹고 나면 껍질은 대부분 바로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버려진다. 하지만 예전 살림에서는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의 특성을 생활 곳곳에 활용했다. 김치통에 계란껍질을 넣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계란껍질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김치가 숙성되면서 만들어지는 유기산과 반응해 산도 변화를 완충하고, 칼슘은 식물 조직의 구조와도 관련돼 있어 김치의 식감을 유지하는 원리와 연결된다.
물론 계란껍질 하나만으로 김치 숙성이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저온 보관을 함께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할 때는 무엇보다 껍질을 위생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결국 이 방법의 재미있는 점은 특별한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 버리던 계란껍질 속 탄산칼슘의 성질을 김치 보관에 활용한다는 것, 알고 보면 옛날부터 이어져온 살림법에도 제법 그럴듯한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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