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과 채소의 껍질은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다. 식물이 외부 환경과 직접 맞닿는 부분인 만큼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카로티노이드 같은 식물성 성분이 풍부한 경우가 있다. 단호박과 감자,사과 역시 껍질째 활용할 수 있지만 무조건 생으로 먹는 것이 답은 아니다. 세 식품마다 영양성분도 다르고 안전하게 먹는 방법도 따로 있다.
껍질이 암 예방 식단에서 주목받는 이유… ‘항암식품’보다 중요한 것은 식물성 식품 자체다
먼저 ‘껍질을 먹으면 암을 예방한다’는 말을 조금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호박이나 감자,사과 껍질을 먹는다고 암세포를 직접 없애거나 암 발생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과일과 채소,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먹는 식사 패턴은 일부 암 위험을 낮추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연결된다. 세계암연구기금은 통곡물과 채소,과일,콩류 등 식물성 식품을 식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구성하도록 권고한다.
세계암연구기금 암 예방 권고 껍질의 장점도 이 안에서 이해하면 쉽다. 과육만 먹었을 때보다 껍질까지 먹으면 식이섬유와 일부 폴리페놀,카로티노이드 등 식물성 성분의 섭취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이섬유는 대장 건강과 장내 미생물의 발효 과정에 관여하며 폴리페놀과 카로티노이드는 산화 스트레스와 세포 보호 작용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결국 껍질의 가치는 암을 치료하는 특별한 성분이 아니라 우리가 버리던 부분에서 식이섬유와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첫 번째 ‘단호박 껍질’… 베타카로틴과 식이섬유를 함께 챙긴다
단호박을 찐 뒤 숟가락으로 노란 속살만 파먹고 초록색 껍질을 남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충분히 익힌 단호박의 껍질은 식용이 가능하며 속살과 함께 먹으면 식이섬유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 단호박을 비롯한 호박류에는 베타카로틴을 포함한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과 비타민 C,칼륨 등이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필요에 따라 비타민 A로 전환되며 정상적인 면역 기능과 점막 유지 등에 관여한다. 카로티노이드는 항산화 작용과 관련해서도 폭넓게 연구되는 식물성 색소다. 단호박 껍질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영양이 아니라 단단한 식감이다.
그래서 생으로 억지로 먹기보다 깨끗하게 세척한 뒤 껍질째 충분히 찌거나 구워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단호박죽을 만들 때도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얇게 남긴 상태로 익힌 뒤 갈아주면 식감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 섭취할 수 있다. 올리브유를 소량 발라 껍질째 구워 먹는 방법도 좋은데 카로티노이드는 지용성 성분이므로 소량의 지방과 함께 먹으면 흡수에 유리하다.

두 번째 ‘감자 껍질’… 식이섬유와 칼륨이 있지만 반드시 확인할 것이 있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상태가 좋은 감자는 깨끗하게 세척해 껍질째 조리할 수 있다. 껍질을 포함해 먹으면 감자의 식이섬유와 칼륨을 비롯한 여러 미량영양소를 보다 온전히 섭취하는 데 유리하다. 감자에는 비타민 C도 들어 있으며 껍질과 바깥쪽 조직에는 클로로겐산을 비롯한 페놀성 화합물도 존재한다. 이러한 폴리페놀 성분들은 항산화 작용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먹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작은 감자를 솔이나 깨끗한 수세미로 문질러 흙을 충분히 제거하고 껍질째 찌거나 오븐에 굽는다.
감자조림을 만들 때도 상태가 좋다면 얇은 껍질을 남겨둘 수 있다. 다만 감자는 세 음식 가운데 껍질 상태를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한다. 햇빛에 노출돼 녹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난 감자에는 글리코알칼로이드 계열의 솔라닌과 차코닌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감자는 쓴맛이 날 수 있고 많이 섭취하면 구토와 복통,설사 같은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녹색 부분이나 싹이 광범위하다면 건강을 위해 껍질까지 먹겠다고 고집하지 말고 폐기하는 편이 안전하다.

세 번째 ‘사과 껍질’… 식이섬유와 퀘르세틴 같은 폴리페놀을 놓치지 않는다
세 가지 가운데 가장 간편하게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것은 사과다. 사과를 깎아 먹어도 영양가 있는 과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껍질까지 먹으면 식이섬유와 다양한 폴리페놀을 추가로 섭취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퀘르세틴과 카테킨,클로로겐산 등의 페놀성 화합물이 사과에 존재하며 일부 성분은 과육보다 껍질 쪽에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분포한다. 사과 한 개를 껍질째 먹으면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섬유질도 섭취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까지 이동한 일부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고 정상적인 배변에도 도움을 준다. 먹기 전에는 흐르는 물에서 표면을 충분히 문질러 세척한다. 껍질 식감이 질기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사과를 아주 얇게 썰거나 플레인 그릭요거트에 잘게 썰어 넣으면 부담이 줄어든다. 사과주스로 갈아 마시는 것보다 껍질째 씹어 먹는 것이 식이섬유를 온전히 챙기고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는 데도 유리하다.

세 껍질의 공통점은 ‘식이섬유’… 대장 환경을 생각하면 의미가 더 커진다
암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껍질에 들어 있는 특정 항산화 성분 하나만 강조하기보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는 식사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하며 일부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부티르산을 비롯한 단쇄지방산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부티르산은 대장 상피세포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특히 세계암연구기금은 식이섬유가 포함된 식품 섭취가 대장암 위험 감소와 관련된 강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한다. 세계암연구기금 대장암과 식생활 자료 단호박과 감자,사과의 껍질을 먹는 것 역시 이런 식물성 식품 섭취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껍질과 바깥 조직에 존재하는 폴리페놀과 카로티노이드까지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진다. 껍질 하나가 암을 막는 것이 아니라 껍질까지 활용하는 식습관이 식물성 식품과 식이섬유의 섭취량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다.

부담 없이 먹으려면 ‘사과는 그대로,단호박은 푹 익히고,감자는 상태부터 확인한다’
세 껍질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과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세척한 뒤 껍질째 먹고,단호박은 단단한 껍질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찌거나 구운 뒤 과육과 함께 먹는다. 감자는 표면을 깨끗하게 문질러 씻은 다음 찌거나 구워 먹되 녹색으로 변하거나 싹이 난 것은 피한다. 처음부터 껍질의 질감이 부담스럽다면 전부 먹을 필요도 없다. 단호박 껍질은 죽이나 수프에 함께 갈고 사과는 잘게 썰어 요거트에 넣는 식으로 식감을 바꾸면 된다.
무엇보다 암 예방을 위해서는 이 세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기보다 채소와 과일,콩류,통곡물을 다양하게 먹고 가공육과 과도한 음주를 줄이며 적정 체중과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호박과 감자,사과 껍질의 진짜 장점은 버리던 부분에서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카로티노이드 같은 영양소를 조금 더 챙길 수 있다는 데 있다. 매번 습관처럼 칼부터 들기 전에 ‘이 껍질도 먹을 수 있을까’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것,그 작은 변화부터 건강한 식탁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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