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 건강을 생각하면 유산균부터 찾기 쉽지만 평소 밥상에서 얼마나 다양한 식이섬유를 먹느냐도 중요하다. 미역과 다시마,김 같은 해조류에는 육상 채소와는 다른 종류의 수용성 식이섬유와 여러 미네랄,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다. 대장암을 직접 막아주는 음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와 건강한 장내 환경을 만드는 데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대장암 예방에서 왜 ‘식이섬유’가 계속 등장할까… 장 안에서 하는 일이 다르다
대장 건강을 이야기할 때 식이섬유가 빠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이 섭취한 식이섬유 가운데 일부는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변의 부피와 수분 유지에 영향을 주고 일부 섬유질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돼 발효된다. 발효 과정에서는 부티르산을 비롯한 단쇄지방산이 생성될 수 있는데,특히 부티르산은 대장 상피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물질이다. 세계암연구기금 역시 통곡물과 식이섬유가 포함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대장암 위험 감소와 관련된 강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암연구기금 대장암 예방 자료 그렇다고 해조류를 먹으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해조류에 대한 직접적인 암 예방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대신 해조류는 평소 식단에서 식이섬유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드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기와 흰쌀밥 위주로 먹던 식탁에 해조류와 채소,콩,통곡물이 들어오면 대장 건강을 위한 전체적인 식사 구성이 달라진다.

첫 번째는 ‘미역’… 부드러워 중년 이후에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해조류를 자주 먹지 않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활용하기 좋은 것이 미역이다. 물에 불리면 부드러워지고 국과 무침 등 익숙한 음식으로 만들 수 있어 나이가 들어 치아나 소화력이 예전 같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미역에는 알긴산을 비롯한 해조류 특유의 수용성 식이섬유가 들어 있으며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도 섭취할 수 있다. 해조류의 다당류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과 발효 과정은 현재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미역국도 좋은 활용법이지만 대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리법이 중요하다. 소고기와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넣어 진하게 끓이고 국물을 여러 그릇 마시면 나트륨 섭취량이 높아진다. 미역의 양을 충분히 넣고 간은 싱겁게 하며 두부나 들깨 등을 적당히 활용하는 편이 낫다. 여름에는 불린 미역에 오이와 식초를 곁들여 미역초무침으로 만들면 국물을 먹지 않고도 간단하게 해조류를 섭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다시마’… 끈끈한 성분 속에 수용성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다시마를 물에 불렸을 때 나타나는 미끈한 질감에는 해조류 특유의 다당류가 관여한다. 대표적인 것이 알긴산과 라미나란 등이다. 이런 성분들은 사람의 소화효소만으로 모두 분해되는 일반 탄수화물과 성질이 다르며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시마에는 칼륨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도 포함돼 있다. 가장 쉬운 섭취법은 국물을 낼 때만 사용하고 버리는 대신 부드럽게 익힌 다시마를 잘게 잘라 반찬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채 썬 다시마에 오이와 식초를 넣어 무치거나 쌈다시마를 밥과 함께 먹으면 된다. 다만 시판 초장은 당과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많이 찍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다시마에는 요오드가 매우 많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고 매일 대량으로 먹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특히 갑상선질환이 있거나 요오드 섭취를 조절해야 하는 사람은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대장 건강을 위해서는 다시마 한 종류를 집중적으로 먹기보다 다른 해조류와 번갈아 먹는 편이 현실적이다.

세 번째는 ‘김’… 밥 먹을 때 가장 간편하게 추가할 수 있는 해조류다
매번 미역국을 끓이거나 다시마를 불리기 어렵다면 김이 가장 간단하다. 김은 얇고 가벼워 보이지만 식이섬유와 단백질,여러 미네랄과 색소 성분을 함유한 해조류다. 특히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평소 햄이나 소시지,젓갈을 반찬으로 자주 먹던 사람이 김과 채소 반찬으로 일부를 바꾸면 해조류 섭취는 늘리고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식사 변화까지 만들 수 있다.
대장암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로 이 부분도 중요하다. 세계암연구기금은 가공육 섭취가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해조류를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식탁에서 무엇을 밀어내느냐도 살펴야 한다. 김을 선택할 때는 소금과 기름이 많이 첨가된 조미김보다 구운 무염김이나 소금 사용량이 적은 김을 활용하면 나트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미나 보리를 조금 섞은 밥에 김을 싸고 두부나 계란,채소 반찬을 곁들이면 한 끼의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함께 보완하기도 좋다.

해조류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 ‘장내 미생물’과 만난다
해조류에는 육상 채소와 다른 구조를 가진 여러 다당류가 존재한다. 미역과 다시마 같은 갈조류에는 알긴산과 라미나란,푸코이단 등이 있고 김과 같은 홍조류 역시 독특한 다당류를 가지고 있다. 일부 성분은 소장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대장에 도달해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하면 단쇄지방산과 다양한 대사산물이 생성되며 이것들이 대장 점막과 면역 기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중요한 연구 분야다.
다만 시험관이나 동물실험에서 특정 해조류 성분의 항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사람이 미역국을 먹으면 암세포가 사라진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재 사람에게 가장 확실하게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사 패턴이 대장 건강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해조류는 그 식단에 한국인이 어렵지 않게 추가할 수 있는 식재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대장암 예방하려면 해조류만 늘리지 말고 ‘식탁의 자리’를 바꿔야 한다
미역과 다시마,김을 먹으면서 매일 햄과 소시지,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많이 먹는다면 대장암 예방 식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해조류를 활용해 기존 반찬의 구성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는 무염김과 계란,점심에는 미역초무침,저녁에는 쌈다시마처럼 일주일 동안 여러 종류를 번갈아 소량씩 먹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현미와 보리 같은 통곡물,콩과 두부,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어 식이섬유 공급원을 다양화한다.
반대로 가공육과 과도한 붉은 고기,음주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그리고 50세 전후부터는 식습관만 믿기보다 국가검진을 포함한 대장암 검진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해조류가 대장암을 막아주는 특별한 약은 아니다. 하지만 미역과 다시마,김처럼 매일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식품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탁을 만드는 것은 대장을 위한 훨씬 현실적인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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