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는 달콤한 맛 때문에 간식용 과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수면과 관련된 여러 영양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특히 트립토판과 비타민 B6,마그네슘,칼륨 등이 눈에 띈다. 바나나를 따뜻하게 구우면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강해져 밤에 부담스러운 디저트를 대신하기도 좋은데,숙면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구웠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나나를 구우면 숙면 성분 흡수율이 크게 높아진다?… 이 부분은 조금 다르다
먼저 흔히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바나나를 굽는다고 트립토판이나 마그네슘 같은 수면 관련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이 갑자기 크게 높아진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가열하면 바나나의 세포벽과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전분 구조가 변하면서 씹고 소화하기 편해질 수는 있다. 특히 덜 익은 바나나에 많았던 전분은 숙성과 가열 과정에서 먹기 쉬운 형태가 되고 수분이 일부 빠지면서 단맛도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생바나나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구운 바나나가 밤에 먹기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우면 숙면 영양소 흡수율이 크게 증가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오히려 구운 바나나가 숙면 간식으로 관심을 받는 핵심은 원래 바나나에 들어 있는 트립토판과 비타민 B6,마그네슘,칼륨 등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고 고열량 야식을 대신하기 좋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목할 성분은 ‘트립토판’…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재료가 된다
바나나와 수면을 연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영양소가 트립토판이다. 트립토판은 사람이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하지 못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체내에 들어온 트립토판은 여러 단계를 거쳐 세로토닌 생성에 이용될 수 있으며 세로토닌은 다시 수면과 일주기 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합성 경로와 연결된다. 쉽게 말하면 트립토판은 멜라토닌을 직접 공급하는 수면제가 아니라 우리 몸이 수면과 관련된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원료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하면 된다.
다만 바나나에 들어 있는 트립토판의 양만으로 불면증을 치료할 정도의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바나나에는 트립토판 외에도 탄수화물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탄수화물을 포함한 식사가 트립토판의 뇌 이용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운 바나나 한 개가 잠을 강제로 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면에 필요한 영양소를 포함한 가벼운 간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비타민 B6도 빼놓을 수 없다… 트립토판이 이용되는 과정에 필요하다
바나나가 단순히 트립토판만 들어 있는 과일이었다면 수면과의 연결고리는 지금보다 단순했을 것이다. 바나나에는 비타민 B6도 들어 있다. 비타민 B6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대사에 관여하며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지는 여러 효소 반응에도 필요하다.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이어지는 대사 과정에도 비타민 B6가 관여한다. 따라서 바나나는 트립토판이라는 원료와 그 원료가 체내에서 이용되는 과정에 필요한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여기에서도 ‘바나나를 먹으면 멜라토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식의 설명은 피해야 한다. 수면은 음식 하나로 결정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빛 노출과 취침시간,카페인과 음주,스트레스,신체활동 등 훨씬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밤마다 과자나 케이크,라면 같은 야식을 먹는 사람이 이를 구운 바나나 소량으로 바꾼다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과식은 줄이면서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섭취하는 간식 선택이 될 수 있다.

마그네슘과 칼륨도 들어 있다… 밤에 긴장된 몸을 위한 미네랄
바나나에는 마그네슘과 칼륨도 들어 있다. 마그네슘은 정상적인 신경과 근육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미네랄이며 신경계 조절과 수면의 관계를 중심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칼륨 역시 정상적인 신경 신호 전달과 근육 기능,체액 균형에 중요한 영양소다. 하루 종일 일하고 운동까지 한 날 밤에 종아리가 뻐근하거나 몸이 긴장돼 있다고 해서 바나나 하나가 즉시 근육을 이완시키고 잠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식단에서 이런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특히 밤늦게 배가 고플 때 짠 라면이나 과자,가공육을 먹으면 많은 나트륨과 열량을 섭취하기 쉬운데 바나나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대체 간식이 된다. 구운 바나나의 숙면 효과를 특정 성분 하나의 마법 같은 작용으로 보기보다 밤에 먹는 음식의 질을 바꿔주는 선택지로 바라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굽자마자 훨씬 달아지는 이유… 설탕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바나나를 프라이팬이나 오븐에서 천천히 가열하면 과육이 부드러워지고 향이 진해지면서 생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달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숙면 간식으로 활용할 때 의외의 장점이 생긴다. 밤에 단것이 당길 때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초콜릿 대신 따뜻한 바나나를 먹으면 별도의 설탕이나 시럽 없이도 디저트 같은 만족감을 얻기 쉽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잘 익은 바나나 반 개에서 1개 정도를 세로로 잘라 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팬에서 약한 불로 앞뒤를 살짝 익히거나 오븐·에어프라이어에서 부드러워질 정도로만 가열하면 된다. 여기에 설탕과 꿀,연유를 듬뿍 뿌리면 밤 간식으로 선택한 장점이 줄어든다. 플레인 그릭요거트나 무염 견과류를 소량 곁들이는 정도면 포만감을 보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잠들기 바로 직전에 먹기보다는 저녁 식사가 빨랐고 허기가 심할 때 취침 1~2시간 전 소량을 먹는 정도가 부담이 적다.

숙면을 위해 먹었는데 혈당이 올라갈 수도… ‘잘 익은 바나나+가열’은 양이 중요하다
구운 바나나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마음껏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바나나가 익을수록 전분 일부가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강해지고 가열하면 식감이 더욱 부드러워져 빠르게 먹기 쉬워진다. 특히 당뇨병이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밤마다 잘 익은 바나나 두세 개를 구워 꿀까지 뿌려 먹는다면 숙면을 위한 간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반 개 정도부터 양을 조절하고 견과류나 무가당 그릭요거트처럼 단백질과 지방이 있는 식품을 소량 곁들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신장기능이 저하돼 의료진으로부터 칼륨 제한을 지시받은 사람은 바나나를 임의로 자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구운 바나나의 장점은 굽는 순간 특별한 수면제가 되는 데 있지 않다. 트립토판과 비타민 B6,마그네슘,칼륨 등을 가진 바나나를 따뜻하고 부드러운 형태로 먹으면서 밤늦은 고열량 디저트와 야식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잠들기 전 무언가 달콤한 것이 당기는 사람이라면 설탕 가득한 디저트 대신 활용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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