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잎은 단순히 소나무에 붙어 있는 잎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을 가지고 있어 항산화 소재로 꾸준히 연구돼 왔다. 다만 ‘솔잎을 먹으면 혈압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만큼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솔잎이 혈관 건강 식품으로 거론되는 이유와 실제 섭취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을 살펴봤다.
솔잎이 혈관 건강에 좋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핵심은 ‘항산화 성분’이다
혈관 건강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산화 스트레스다. 체내에서 과도하게 발생한 활성산소와 이를 방어하는 항산화 체계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면 혈관을 이루는 내피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이런 변화는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질환의 발생 과정과 관련돼 연구되고 있다. 솔잎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나무 잎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페놀산 계열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이 존재하며 여러 실험 연구에서 항산화 활성이 확인돼 왔다. 솔잎 추출물과 소나무 유래 성분을 대상으로 혈관 기능이나 지질대사,산화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들도 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실험실에서 솔잎 추출물이 항산화 작용을 나타냈다고 해서 솔잎차 한 잔이 사람의 동맥경화를 막거나 고혈압을 치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까지 솔잎 자체를 이용한 대규모 인체 임상시험은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솔잎은 고혈압 치료제가 아니라 항산화 식물성 성분을 가진 식재료 또는 차 재료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혈압을 직접 낮춘다기보다 혈관 기능과 관련된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고혈압에서는 단순히 혈압계에 표시되는 숫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혈관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혈관이 필요할 때 적절하게 이완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산화질소는 혈관의 긴장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물질로 작용한다. 산화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산화질소의 정상적인 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항산화 물질과 혈관 기능의 관계가 오랫동안 연구돼 왔다. 소나무 잎과 소나무의 다른 부위에서 추출한 여러 폴리페놀 성분 역시 이런 이유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소나무 유래 폴리페놀 가운데 프로안토시아니딘과 여러 플라보노이드 계열 성분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혈관 내피 기능 등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소나무 껍질 추출물’과 ‘솔잎’을 동일하게 보면 안 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비교적 많이 진행된 것은 특정 소나무 껍질 추출물이며 그 결과를 일반 솔잎차의 효과로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 솔잎이 고혈압에 매우 좋다는 표현보다는 혈관 건강과 관련된 항산화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만 혈압 강하 효과는 추가적인 인체 연구가 필요한 식품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솔잎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부터 비타민까지 다양하다
솔잎의 영양학적 특징은 한 가지 성분보다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에 있다. 품종과 채취 시기,가공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솔잎에서는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산,프로안토시아니딘을 비롯한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확인돼 왔다. 일부 소나무 종의 잎에는 비타민 C와 카로티노이드,엽록소 등의 성분도 존재한다. 특히 솔잎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항산화 활성이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과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성분 가운데 하나이며 사람이 섭취했을 때도 산화·염증 반응과 관련된 다양한 생리작용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다고 솔잎을 비타민 보충제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채소와 과일에서도 폴리페놀과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잎의 가치는 평소 차를 즐기는 사람이 설탕이나 시럽이 많이 들어간 음료 대신 향을 즐길 수 있는 무가당 차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솔잎은 생으로 씹기보다 ‘식용 제품으로 만든 차’가 가장 부담이 적다
솔잎을 먹겠다고 산에 올라가 아무 소나무의 잎을 따서 씹거나 갈아 먹는 것은 권하기 어렵다. 가정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식품용으로 제조·유통되는 솔잎차나 솔잎 원료를 이용해 차로 마시는 것이다. 제품에 표시된 양과 우림 방법을 우선 따르고 처음 마신다면 연하게 우려 맛과 몸의 반응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설탕이나 꿀을 많이 넣으면 혈압과 체중을 관리하려고 무가당 차를 선택하는 의미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그대로 마신다.
솔잎 분말이나 농축액 역시 ‘농축돼 있으니 더 건강하다’고 생각해 많은 양을 먹을 필요는 없다. 식물성 천연물도 농축하면 일반적인 차 한 잔과 섭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혈압약을 비롯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이나 고농축 추출물을 장기간 섭취하기 전에 의료진 또는 약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솔잎은 약처럼 많이 먹는 것보다 식품으로 안전하게 제조된 제품을 가볍게 차로 즐기는 정도가 현실적인 섭취법이다.

산에서 직접 따온 솔잎은 특히 조심… ‘소나무처럼 생겼다’고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솔잎을 소개할 때 효능보다 더 강조해야 하는 부분이 안전성이다. 침엽수라고 해서 모두 식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주목(yew)처럼 독성이 강한 침엽수도 존재한다. 주목에는 탁신 계열의 독성 성분이 존재해 섭취할 경우 심각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인이 잎 모양만 보고 침엽수 종류를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운 만큼 야외에서 직접 채취한 잎을 차로 끓이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로 주변이나 공원수 역시 농약과 방제약품,미세먼지 등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사람,간·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처럼 식물 추출물 섭취에 주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농축 솔잎 제품을 임의로 많이 먹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결국 혈압을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솔잎을 찾는 일이 아니라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으며 적정 체중과 운동을 관리하고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다.

솔잎차 한 잔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의 혈압 관리다
솔잎에는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등 다양한 식물성 성분이 들어 있고 항산화 활성과 혈관 건강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돼 왔다. 하지만 현재 근거만으로 솔잎차가 고혈압을 치료하거나 혈관 속 노폐물을 제거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다. 오히려 솔잎차의 현실적인 장점은 달콤한 음료 대신 무가당으로 마실 수 있고 다양한 식물성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혈압과 혈관을 정말 관리하려면 소금과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통곡물,콩류,생선 등을 골고루 먹는 식사 패턴이 먼저다. 여기에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관리,금연을 더해야 한다. 솔잎을 즐기고 싶다면 정체가 불분명한 야생 솔잎을 직접 채취하기보다 식용으로 안전하게 제조된 솔잎차를 제품 표시대로 연하게 마시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천연’이라는 말이 곧 ‘많이 먹어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솔잎은 혈압약을 대신하는 특별한 치료제가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 한 잔 정도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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