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억6500만 년 전 쥐라기의 숲은 어떤 소리로 가득했을까. 과학자들이 곤충 화석의 날개 구조를 분석해 당시 숲의 소리들을 재구성했다. 일부 곤충은 박쥐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초음파 영역의 소리를 냈을 가능성도 확인됐다.
중국과 영국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 ‘멸종한 소리 환경의 복원, 쥐라기 초음파 소통을 보여주다(Reconstruction of an extinct soundscape reveals ultrasonic communication in the Jurassic)’를 2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중국 네이멍구에서 발견된 중기 쥐라기 곤충들의 화석이다. 오늘날 여치나 귀뚜라미와 가까운 총 9종의 날개 화석 20개를 분석한 연구팀은 각 벌레들이 소리를 만드는 구조를 파악했다.

쥐라기 숲의 소리를 과학으로 일부 복원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사진=pixabay」
중국 쓰촨농업대학 구쥔제 연구원은 “이런 곤충들은 날개의 특수한 구조를 서로 비벼 소리를 낸다”며 “단단한 날개 부분은 화석으로 남을 수 있는데, 톱니 구조와 진동 부위를 토대로 생전에 어떤 주파수의 소리를 냈는지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쥐라기 숲의 소리를 재현하는 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석만으로는 곤충이 얼마나 빠른 간격으로 울었는지 행동 정보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현대 곤충들의 울음 자료와 예측 모델을 이용해 음절 반복 속도 등을 예상하고, 여러 종이 동시에 우는 가상의 쥐라기 숲속 소리 환경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PNAS와 유튜브에 게재한 참고 영상에는 현대 숲의 풀벌레 합창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가 담겼다. 물론 쥐라기 숲의 벌레들 소리를 그대로 되살린 것은 아니다. 화석 날개에서 얻은 물리적 정보와 현대 곤충의 자료, 모델링을 결합한 결과물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쥐라기 곤충들의 소리 영역은 학자들 예상보다 다양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는 사람 귀에도 들리는 주파수에서 울었지만, 어떤 종은 20㎑를 넘는 초음파 영역까지 이용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대목은 곤충 소리의 진화와 관련해 특히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초음파를 이용하는 현대 곤충은 흔히 박쥐의 포식을 피하기 위해 고주파 소리를 진화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에 분석된 곤충들은 박쥐가 등장하기 약 1억 년 전부터 살았다.
연구팀은 현생 곤충의 실제 날개 진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해 화석 날개에서 울음 주파수를 복원하는 방법의 정확성을 검증했다. 오른쪽은 약 20.5㎑의 초음파를 낸 것으로 추정된 쥐라기 곤충 시그마보일루스 페레그리누스의 화석 날개와 분석 결과 「사진=PNAS 공식 홈페이지」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박쥐의 출현만으로 곤충이 초음파 소통을 개발했다고 설명하기는 어려워졌다고 결론 내렸다. 같은 환경에서 여러 곤충이 서로 다른 주파수를 이용해 신호가 뒤섞이는 것을 피했거나, 당시 존재했던 다른 포식자의 청각에 대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쥐라기 생태계를 눈에 보이는 화석뿐 아니라 소리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복원한 점에 주목했다. 구쥔제 연구원은 “공룡이 어떤 소리를 냈는지는 발성기관이 화석으로 거의 남지 않아 불명확하지만, 곤충들 덕에 쥐라기 숲의 소리를 조금이나마 다시 듣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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