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꽈리고추와 쑥,들깨는 한국 식탁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식재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꽈리고추에는 비타민 C와 카로티노이드,쑥에는 폴리페놀과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들깨에는 알파리놀렌산을 중심으로 한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세 식재료의 영양학적 강점이 서로 달라 평소 식단에 번갈아 활용하면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꽈리고추… 비타민 C와 카로티노이드가 숨어 있는 초록색 채소
멸치와 볶거나 간장에 조려 먹는 꽈리고추는 양념 맛 때문에 영양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고추류에 속하는 채소다. 고추류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해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등 다양한 카로티노이드,폴리페놀 계열의 식물성 화합물이 들어 있다. 특히 비타민 C는 체내에서 항산화 영양소로 작용해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데 관여하며 피부와 혈관을 비롯한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 합성에도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필요한 만큼 비타민 A로 전환돼 정상적인 시각 기능과 면역기능,피부와 점막 유지에 관여한다. 고추류의 폴리페놀과 카로티노이드 역시 항산화 특성 때문에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꽈리고추는 일반적인 매운 고추보다 매운맛이 약한 경우가 많아 한 번에 여러 개를 반찬으로 먹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꽈리고추멸치볶음이나 장조림처럼 간장과 물엿을 많이 사용하는 조리법이라면 채소 자체의 장점과 별개로 나트륨과 첨가당이 많아질 수 있다. 따라서 간장은 필요한 만큼만 넣고 센 불에 오래 볶기보다 짧게 익혀 꽈리고추 자체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방식이 좋다.

쑥… 향긋한 냄새 뒤에는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성 화합물이 있다
봄이면 쑥국과 쑥떡,쑥전으로 먹는 쑥은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식재료로 활용돼 온 식물이다. 쑥속 식물에는 플라보노이드와 페놀산을 비롯한 여러 폴리페놀 계열 화합물이 존재하며 종류와 재배 환경,채취 시기 등에 따라 성분 구성은 달라진다. 쑥에서 발견되는 식물성 화합물들은 항산화와 염증 반응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학적 작용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항산화 효과를 ‘몸속 독소를 빼준다’거나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항산화 물질은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여러 반응에 관여하며,이런 식물성 성분을 다양한 채소와 함께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건강한 식사 패턴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쑥에는 식이섬유와 여러 비타민,미네랄도 들어 있어 나물이나 국으로 활용하면 채소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다만 쑥을 건강식으로 먹는다면 쑥떡처럼 설탕과 쌀가루가 많이 들어가는 형태보다는 쑥국이나 쑥나물처럼 쑥 자체의 비중이 높은 음식이 영양학적으로 활용하기 쉽다. 또한 야생에서 직접 채취할 경우 비슷하게 생긴 식물과 혼동하거나 오염된 환경에서 채취할 위험이 있으므로 식용으로 유통되는 안전한 쑥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들깨… 식물성 오메가3 ‘알파리놀렌산’이 가장 큰 영양학적 특징이다
세 가지 가운데 지방산 구성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을 가진 식품은 들깨다. 들깨에는 지방이 풍부하지만 상당 부분이 불포화지방이며 특히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의 비율이 높다. 알파리놀렌산은 사람이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지방산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서도 들기름은 알파리놀렌산이 풍부한 식물성 기름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알파리놀렌산 섭취는 심혈관 건강과 관련해 꾸준히 연구돼 왔다.
들깨에는 지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비롯해 칼슘,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토코페롤,폴리페놀 계열 성분도 포함돼 있다. 들깨가루를 나물이나 국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강해지면서 이런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알파리놀렌산을 고등어나 연어에 들어 있는 EPA와 DHA와 똑같은 오메가3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몸에서 ALA 일부가 EPA와 DHA로 전환되지만 그 전환율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생선과 들깨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대신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형태의 오메가3 공급원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혈관을 생각한다면 들깨를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들깨의 알파리놀렌산이 특히 주목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심혈관 건강이다.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식사 패턴은 LDL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건강 관리에 유리한 방향으로 권고되며,식물성 오메가3인 ALA 섭취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들깨를 먹으면 혈관에 붙은 기름이 녹아 없어진다는 식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들깨의 장점은 버터나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을 많이 먹는 식생활에서 불포화지방을 포함한 식물성 식재료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들깨가루 한두 숟가락을 시래깃국이나 버섯탕,나물 등에 넣으면 별도의 소스를 많이 넣지 않아도 고소한 맛을 낼 수 있어 활용하기도 쉽다. 다만 들깨는 지방이 많은 만큼 열량 밀도도 높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들깨가루를 밥 위에 여러 숟가락씩 쌓아 먹거나 들기름을 음식마다 듬뿍 붓는다면 전체 열량이 빠르게 늘어난다. 또 ALA처럼 다중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기름은 산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들기름은 빛과 열을 피해 보관하고 개봉 후에는 오래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한 지방도 결국 지방이다. 적당량을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 가지를 함께 보면 답이 보인다… 한 가지 ‘슈퍼푸드’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꽈리고추와 쑥,들깨를 굳이 하나의 순위로 세울 필요는 없다. 꽈리고추는 비타민 C와 카로티노이드,쑥은 여러 폴리페놀과 식물성 화합물,들깨는 알파리놀렌산과 불포화지방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세 가지가 보여주는 것은 전통적인 한식 재료의 다양성이다. 꽈리고추를 짜지 않게 볶아 채소 반찬으로 먹고 쑥은 국이나 나물로 활용하며 들깨가루는 시래기나 버섯 요리에 소량 넣는다면 한 끼에서 서로 다른 영양소를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식재료의 ‘항산화 효과’나 ‘오메가3’라는 단어만 보고 한 음식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암 등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식생활은 특정 식품 하나보다 채소와 과일,통곡물,콩류,견과·씨앗류 등을 다양하게 먹는 전체적인 식사 패턴과 더 밀접하다. 한국에서는 너무 흔해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꽈리고추와 쑥,들깨의 진짜 장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한 건강식품을 새로 찾지 않아도 평소 먹던 식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만으로 식사의 영양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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