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파를 이용한 부양 기술이 40㎝ 떨어진 작은 물체를 띄우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학계는 음원에서 멀어질수록 힘이 약해지는 기존 음향부양 기술의 한계를 특수 초음파 빔으로 넘어섰다고 주목했다.
일본 쓰쿠바대학교와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한쪽에서 발사한 초음파만으로 최대 약 40㎝ 떨어진 물체를 안정적으로 띄우는 실험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같은 날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도 소개됐다.
소리를 이용해 물체를 접촉 없이 공중에 띄우는 기술을 음향부양이라고 한다. 물체와 장치가 직접 닿지 않아 깨지기 쉬운 재료나 오염에 민감한 시료, 위험물 등을 다루는 기술로 관심을 받아 왔다.

초음파 배열에서 형성된 제로차 베셀 빔의 고음압 중심부에 뜬 입자를 표현한 이미지 「사진=쓰쿠바대학 공식 홈페이지」
기존 음향부양 장치는 주로 서로 마주 보는 음원이나 반사판 사이에 음파를 만들어 물체를 가뒀다. 한쪽에서만 초음파를 조사하는 장치도 개발됐지만 음원과 멀어질수록 물체를 붙잡는 힘이 약했다. 일정 거리를 넘어서면 오히려 물체를 밀어내는 힘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였다.
연구팀은 제로차 베셀 빔(zero-order Bessel beam)이라는 특수한 초음파에 주목했다. 일반적인 음향 빔이 진행 과정에서 점차 퍼지는 것과 달리, 베셀 빔은 높은 음압이 집중된 가느다란 중심부를 비교적 먼 거리까지 유지한다.
연구팀은 40㎑ 초음파 소자 256개를 16×16으로 배열한 장치를 이용해 베셀 빔을 만들었다. 기존 방식처럼 음압이 낮은 지점에 물체를 가두지 않고, 정반대로 빔 중심의 음압이 높은 영역에 물체를 붙잡았다. 이론적으로만 가능성이 제기됐던 방식을 실제 공중에서 실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입자를 동시에 띄운 음향부양 실험. 왼쪽은 베셀 빔을 나란히 만들어 두 입자를 좌우로 띄운 것이고, 오른쪽은 서로 다른 높이에서 입자 두 개를 수직으로 띄운 상황이다. 청록색 표시는 입자의 위치 변동 범위를 나타낸다. 「사진=쓰쿠바대학 공식 홈페이지」
스쿠바대 타츠키 후시미 교수는 “실험에서는 지름 1.5㎜의 발포 폴리스티렌 구슬을 초음파 발생장치로부터 141~397㎜ 떨어진 곳에서 안정적으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며 “기존 단측 음향트랩의 최대 작동 거리 약 67㎜와 비교하면 약 6배에 이르며, 공중에 뜬 구슬을 앞뒤와 좌우, 위아래로 이동하는 3차원 조작도 구현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나가 아닌 여러 물체를 동시에 띄우거나 구형이 아닌 물체를 부양하는 것도 가능했다”며 “마른 찻잎과 에어로겔 조각 같은 불규칙한 물체 역시 공중에 띄울 수 있었던 점은 이번 실험의 주요 성과”라고 자평했다.
장애물 너머에서 물체를 띄운 음향부양 실험. 왼쪽은 장애물을 지난 뒤 베셀 빔의 음압 분포가 다시 형성되는 과정을 계산한 결과이며, 오른쪽은 실제로 장애물 위쪽에서 입자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다. 「사진=쓰쿠바대학 공식 홈페이지」
특히 연구팀은 빔 진행 방향에 장애물이 있어도 그 너머에서 물체를 띄웠다. 베셀 빔은 일부가 장애물에 가려도 남은 음파가 뒤쪽에서 다시 모여 중심부의 음압 구조를 복원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음원과 물체 사이가 완전히 트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비접촉 조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는 이번 기술이 개방된 공간에서 먼 거리의 물체를 접촉 없이 조작 가능한 데 의미를 뒀다. 향후 기술 고도화가 이뤄진다면, 위험도가 높은 실험이나 폭발물 제거 등에 활용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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