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생채는 재료가 단순해 보여도 만드는 순서에 따라 완성도가 크게 달라지는 반찬이다. 무에 양념을 한꺼번에 넣고 버무리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흥건하게 생기고 고춧가루 색까지 흐려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채 썬 무를 설탕과 소금으로 가볍게 절여 물기를 먼저 제거하고, 고춧가루로 색을 입힌 다음 나머지 양념을 넣는 순서를 활용해볼 만하다.
무생채가 몇 시간 만에 물바다가 되는 이유, 시작은 무 자체의 수분이다
갓 만든 무생채를 식탁에 올렸을 때는 아삭하고 매콤하지만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 날 꺼내면 그릇 아래에 붉은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는 경우가 있다. 무는 본래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다. 여기에 소금과 액젓, 간장처럼 염분을 포함한 양념이 들어가면 삼투압에 의해 무 조직 안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모든 양념을 동시에 넣고 버무렸을 때는 이 물이 양념과 그대로 섞이면서 무생채가 점점 묽어진다. 문제는 수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고춧가루가 무 표면에 제대로 달라붙기 전에 물이 많이 나오면 붉은색이 희석돼 갓 무쳤을 때보다 색깔이 옅고 싱거워 보일 수 있다. 양념 맛 역시 퍼지면서 처음 의도했던 새콤하고 매콤한 맛이 약해진다. 그래서 무생채를 오래 아삭하게 먹으려면 양념의 종류를 늘리는 것보다 무에서 나올 수분을 어느 정도 먼저 빼놓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작은 순서 하나가 완성된 무생채의 식감과 색깔을 크게 좌우한다.

채 썬 무에 설탕과 소금을 먼저 넣는다, 아삭한 식감을 만드는 첫 단계
무는 너무 가늘게 썰면 절이는 과정에서 쉽게 숨이 죽고 반대로 지나치게 굵으면 양념이 잘 배지 않는다. 일정한 두께로 채를 썬 뒤 가장 먼저 넣을 것은 고춧가루가 아니라 소금과 설탕이다. 소금을 뿌려 가볍게 버무리면 무 안에 있던 수분이 조금씩 빠져나오는데, 여기에 설탕을 함께 사용하면 무의 풋맛을 부드럽게 잡으면서 기본적인 단맛도 입힐 수 있다. 오래 절여 무를 완전히 흐물거리게 만들 필요는 없다.
무가 살짝 휘어지면서도 씹었을 때 아삭함이 남아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잠시 지나 그릇 아래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 물을 따라내고 무에 남아 있는 수분도 가볍게 제거한다. 이때 무를 손으로 강하게 비틀어 짜면 조직이 손상돼 오히려 식감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체에 받치거나 손으로 가볍게 눌러주는 정도가 좋다. 무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양념을 넣었을 때 쏟아져 나올 여분의 수분을 미리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굵은 고춧가루 1큰술에 고운 고춧가루 1티스푼, 다른 양념보다 먼저 넣는다
물기를 제거했다면 여기서 바로 액젓과 식초를 붓지 않는다. 이번에는 고춧가루가 먼저다. 굵은 고춧가루 1큰술과 고운 고춧가루 1티스푼을 넣고 무 전체를 골고루 버무린다. 굵은 고춧가루만 사용했을 때보다 고운 고춧가루를 소량 섞으면 무 표면에 붉은색이 보다 촘촘하게 묻어 먹음직스러운 색을 내기 쉽다. 특히 앞 단계에서 무의 겉수분을 어느 정도 제거했기 때문에 고춧가루가 묽은 양념물에 떠다니지 않고 무 표면에 직접 붙는다.
실제로 버무리다 보면 처음에는 하얗던 무채가 점차 선명한 붉은빛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충분히 색을 낸 다음 액체 양념을 넣어야 한다. 처음부터 고춧가루와 액젓, 간장, 식초를 한꺼번에 넣어버리면 무에서 나오는 물까지 섞이면서 색이 쉽게 옅어질 수 있다. 무생채를 만들 때 흔히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순서다. ‘절이고 물 빼기→고춧가루로 색 입히기→액체 양념 넣기’만 기억해도 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

멸치액젓과 국간장을 조금씩, 감칠맛은 강하게 넣는 것보다 겹쳐 만드는 것이 낫다
고춧가루가 충분히 묻었다면 이제 무생채의 맛을 잡는다. 멸치액젓과 다진 마늘, 국간장, 올리고당을 소량씩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액젓이나 국간장 한 가지에 의존해 간을 세게 하지 않는 것이다. 멸치액젓은 특유의 감칠맛과 짠맛을 더하고 국간장은 전체적인 간을 보완한다. 다진 마늘은 무 특유의 시원한 맛과 어우러져 알싸한 풍미를 만든다. 올리고당은 설탕으로 절이는 과정에서 들어간 단맛을 보완하는 정도로만 소량 넣으면 된다.
특히 무는 계절에 따라 단맛과 매운맛 차이가 상당하다. 겨울철 무처럼 자체적으로 단맛이 충분하다면 올리고당을 적게 넣어도 되고 상대적으로 매운맛이 강한 무라면 맛을 보면서 조금 조절할 수 있다. 액젓과 국간장 역시 처음부터 많이 붓기보다 적게 넣고 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미 첫 단계에서 소금으로 무를 절였기 때문에 양념 단계에서 간을 과하게 하면 시간이 지난 뒤 예상보다 훨씬 짠 무생채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맛을 깨우는 것은 사과식초 한 스푼, 무의 단맛과 매운맛 사이를 정리한다
무생채 특유의 산뜻한 맛을 살리는 마지막 양념은 식초다. 이때 일반 식초 대신 사과식초를 한 큰술 정도 넣으면 새콤한 맛과 함께 은은한 과일 향을 더할 수 있다. 무생채에 식초가 들어가면 단순히 신맛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넣은 설탕과 올리고당의 단맛, 액젓과 국간장의 짠맛, 고춧가루의 매운맛 사이에 산미가 들어오면서 전체적인 맛의 대비가 또렷해진다. 입에 넣었을 때 처음에는 새콤하고 매콤하다가 씹을수록 무의 시원한 맛과 단맛이 느껴지는 식이다.
다만 식초 역시 무조건 많이 넣는 것은 좋지 않다. 산미가 지나치게 강하면 무 자체의 맛과 액젓의 감칠맛이 가려질 수 있으므로 한 큰술 정도를 기준으로 무의 양과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모든 양념을 넣은 뒤에는 손에 지나치게 힘을 주지 말고 아래에서 위로 무채를 들어 올리듯 가볍게 버무린다. 마지막에 참깨를 넉넉하게 뿌려 고소한 향을 더하면 아삭함과 매콤함, 새콤함, 감칠맛이 차례로 느껴지는 무생채가 완성된다.

순서만 바꿔도 달라진다, 물 덜 생기는 무생채는 ‘먼저 절이고 나중에 양념한다’
전체 과정을 다시 보면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재료보다 순서에 있다. 무를 일정한 굵기로 채 썬 다음 설탕과 소금을 넣어 가볍게 절이고, 빠져나온 물을 제거한다. 여기에 굵은 고춧가루 1큰술과 고운 고춧가루 1티스푼을 가장 먼저 넣어 무채 전체에 붉은색을 입힌다. 그다음 멸치액젓과 다진 마늘, 국간장, 올리고당을 소량 넣어 감칠맛과 간을 맞추고 사과식초 한 큰술을 더해 산뜻한 맛을 살린다. 마지막에는 참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소금과 액젓을 비롯한 모든 양념을 한꺼번에 넣고 무치는 것보다 무에서 뒤늦게 빠져나오는 수분을 줄이는 데 유리하고 고춧가루도 무 표면에 보다 고르게 묻힐 수 있다. 무생채를 만들 때마다 다음 날 그릇 아래 생기는 물 때문에 아쉬웠다면 양념을 바꾸기 전에 ‘절이기→물기 제거→고춧가루→나머지 양념’이라는 순서부터 바꿔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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