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564대를 리콜해도… ‘무상 교체’만으론 전기차 화재 원인은 다 못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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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I 생성 이미지
■ 핵심 사항
-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에서 2023년 47건으로 5년 새 크게 늘었습니다.
- 화재 대부분은 셀 내부 결함·과충전·외부 충격이 겹쳐 온도가 폭발적으로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원인입니다.
- 등록대수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 화재 발생률은 아직 내연기관차보다 약 10% 낮은 수준입니다.
전기차를 사기 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불나면 못 끈다”는 걱정이다. 그런데 정작 얼마나 자주 나고, 왜 나고, 리콜과 무상 교체로 얼마나 해결됐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국회의원실이 소방청 자료를 받아 낸 통계와 국토교통부 리콜 발표, 소방 진압 장비 도입 현황까지 근거를 모아 정리했다.
국내 전기차 화재, 5년 새 몇 배로 늘었나
전용기 의원실이 소방청 자료를 받아 공개한 수치를 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 2019년 5건, 2020년 12건, 2021년 15건, 2022년 33건, 2023년 47건으로 매년 늘었다. 2024년 상반기에만 벌써 24건이 집계됐다. 5년 만에 건수가 15배 넘게 뛴 셈이다.
최초 발화점은 고전압배터리, 차량 기타부품, 외부요인으로 나뉘는데 상황을 딱히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에도, 주차만 해뒀는데도, 충돌을 포함한 주행 중에도 화재가 났다. “충전할 때만 조심하면 된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물론 이 증가세를 그대로 위험 신호로만 읽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전기차 등록대수 자체가 급증했기 때문에, 건수 증가와 보급 확대가 함께 맞물려 있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왜 배터리가 스스로 타는가, 열폭주의 메커니즘
전기차 화재의 핵심 키워드는 ‘열폭주(thermal runaway)’다. 배터리 셀 내부 결함, 과충전, 외부 충격, 열관리 실패 중 하나 이상이 겹치면 특정 셀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고, 그 열이 옆 셀로 연쇄적으로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재로 번진다. 내연기관차 화재가 대개 한 지점에서 시작해 서서히 번지는 것과 달리, 열폭주는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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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최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셀 하나하나의 전압·온도·충방전 이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미리 잡아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6년형 신차 다수가 AI 기반 실시간 이상 감지 BMS를 탑재하는 추세인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코나 일렉트릭 리콜이 남긴 교훈
전기차 화재 리콜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코나 일렉트릭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0월 2017년 9월 29일부터 2020년 3월 13일 사이 생산된 코나 일렉트릭 2만5,564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원인은 LG화학이 만든 ‘NCM622’ 셀의 제조 불량, 즉 분리막 손상에 따른 내부 합선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2021년 2월 24일 국토부가 추가 조사를 거쳐 최종 원인을 다시 발표했는데,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정정됐다. 처음 지목한 원인과 실제 최종 결론이 달랐던 셈이다. 리콜은 2020년 10월 16일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점검, 배터리 교체 순으로 진행됐고, 이후 범위가 넓어져 코나 EV·아이오닉 EV·일렉시티를 합쳐 총 2만6,699대의 배터리를 전량 교체하는 리콜로 확대됐다. 국내 리콜 제도상 배터리 결함이 확인되면 제작사가 무상 수리·교체 의무를 진다.
다만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리콜받으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인 규명부터 최종 조치까지 4개월 넘게 걸렸고, 그 사이에도 같은 배터리를 단 차량은 계속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무상 교체가 사후 대응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남는다.
불이 나면 어떻게 끄고, 전기차가 정말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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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는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쉽게 꺼지지 않아 전용 진압 장비가 따로 개발됐다. 대표적인 게 질식소화덮개다.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 공급을 차단해 불을 잡는 방식으로, 소방청이 전국에 확충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장비다. 두 번째는 이동식 수조다. 튜브형 수조로 차량을 감싼 뒤 배터리가 완전히 잠길 때까지 물을 채워 열폭주 자체를 냉각시키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실제로 더 잘 타는 걸까.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보면 답은 “아직은 아니다”에 가깝다. 2023년 기준 뉴시스 집계로는 10만대당 화재 건수가 전기차 14.4건, 내연기관차 16.1건이었고, 데이터솜 집계로는 1만대당 전기차 1.32건, 내연기관차 1.47건이었다. 두 통계 모두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약 10% 낮은 수준이다.
다만 방심할 수치는 아니다. 데이터솜 기준으로 전기차 화재 발생률은 2017년 0.4건에서 2021년 1.04건, 2022년 1.10건, 2023년 1.32건으로 꾸준히 올라 내연기관차 수준에 점점 가까워지는 추세다. ‘전기차가 훨씬 안전하다’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지금은 통념만큼 압도적으로 위험하진 않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숫자는 늘어도 대응 공식은 아직 진화 중
정리하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건수 자체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등록대수당 발생률은 아직 내연기관차보다 낮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 리콜 사례처럼 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리고, 무상 교체도 사후 조치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리콜·보증만 믿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결국 전기차 화재 원인을 줄이는 열쇠는 BMS 같은 사전 감지 기술의 발전과, 질식소화덮개·이동식 수조처럼 현장 진압 장비의 보급 속도에 달려 있다. 화재율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인 만큼, 다음 신차를 고를 때는 배터리 관리 기술이 얼마나 최신인지도 함께 따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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