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넘게 대기업에 다닌 남편이었다. 아침 7시면 양복을 입고 나갔고 늦은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가족들은 퇴직하는 날만 기다렸다.
이제 아빠도 여행 다니고 늦잠도 자면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퇴직한 지 몇 달이 지나자 가족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편의 모습을 보게 됐다.

1. 아침이면 여전히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출근할 곳이 없는데도 새벽이면 일어나 샤워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아내가 “이제 좀 늦잠 자도 되잖아.”라고 하면 남편은 “평생 이렇게 살아서 잠이 안 와.”라며 웃었다.
가족들이 출근하고 집이 조용해지면 혼자 신문을 읽고 동네를 몇 바퀴 돌았다.

2. 가족들에게 자신이 할 일을 계속 물었다
“장 볼 거 없어?”, “은행 갈 일 있으면 내가 갔다 올게.”, “차 정비할 때 되지 않았나?” 작은 일이라도 생기면 유난히 반가워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은퇴해서 심심한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이 찾는 것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이 아직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아무도 없는 날 혼자 양복을 입어보고 있었다
어느 날 외출했다가 일찍 돌아온 아내는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남편이 거울 앞에서 몇 년 전 회사에 다닐 때 입었던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갈 곳이 있느냐고 묻자 남편은 당황하며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냥 한번 입어봤어. 아직 맞나 싶어서.”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생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출근했던 사람에게 그 양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매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었던 시절의 흔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특정 대기업 퇴직자의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은퇴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설명해주던 직함과 일과표, 동료와 역할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족이 은퇴한 부모나 배우자에게 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말은 어쩌면 거창한 위로보다 “당신이 있어서 우리가 참 든든해.”라는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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