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지 38년째였다. 크게 싸운 적도 없었고 자식들도 모두 결혼해 제 가정을 꾸렸다. 남편은 몇 년 전 퇴직했고 부부는 이제 남은 인생을 조용히 함께 보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평소 말이 없던 남편이 아내에게 뜻밖의 말을 꺼냈다. “우리 그냥 이혼할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퇴직한 뒤 집에서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아침마다 갈 곳이 있었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내에게 “거기 있지 말고 좀 나가.”,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아내에게는 가벼운 잔소리였지만 남편에게는 자신이 집에서도 방해되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2. 가족의 대화에서 조금씩 빠져 있었다
아내는 딸과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했고 자식들과 가족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옆에서 듣다가 가끔 의견을 보태면 “당신은 잘 모르잖아.”라는 말을 듣곤 했다. 자식들도 필요한 이야기는 대부분 엄마에게 먼저 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만 가족의 바깥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3. 자신이 없어져도 아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내는 혼자서도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다녔다. 자식들도 각자의 가정에서 잘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당신은 내가 없어도 잘 살 것 같더라.” 아내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묻자 남편은 한참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평생 당신들 먹여 살리면 내가 필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돈을 안 버니까 내가 여기서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 그제야 아내는 남편이 이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아직 자신이 필요한 사람인지 확인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의 경제적인 책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은퇴와 노후는 부부가 함께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다만 오래된 부부일수록 서로의 역할보다 사람 자체를 인정해주는 말이 필요하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해온 남편에게 가끔은 “돈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있어서 든든했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어떤 선물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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