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을 비롯한 국내 해안 지역에서 불판 위에 매콤하게 구워 먹는 꼼장어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별미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꼼장어라고 부르는 ‘먹장어(hagfish)’는 해외 일부 어업 현장에서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파고들거나 엄청난 양의 점액을 내뿜는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골칫거리 취급을 받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먹장어가 상품성을 갖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와 해외 수입 수요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판 위 별미, 해외에서는 잡히면 반갑지 않았던 생물
꼼장어라는 이름 때문에 흔히 장어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먹는 꼼장어의 정식 명칭은 ‘먹장어’다. 일반적인 장어류와는 생물학적으로 상당히 다른 원시적인 형태의 해양 척추동물로, 영어권에서는 ‘hagfish’ 또는 엄청난 점액 때문에 ‘slime eel’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국에서는 껍질을 벗긴 먹장어를 잘라 양념에 볶거나 숯불에 구워 먹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특히 부산을 비롯한 남부 해안 지역에서 친숙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먹장어를 흔히 식용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 어업에서도 상황은 달랐다.
캘리포니아 어업 자료에 따르면 먹장어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주요 어획 대상이 아니었으며 미끼를 먹거나 그물과 낚싯줄에 걸린 다른 물고기를 훼손하는 습성 때문에 ‘nuisance’, 즉 성가신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한국에서 먹장어 수요가 커지고 국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업체들이 해외 공급원을 찾기 시작했고 1987년 무렵에는 캘리포니아 어민들에게까지 먹장어 공급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잡혀도 골치 아픈 생물이 다른 나라에서는 돈을 주고 수입하는 별미가 된 셈이다.

건드리는 순간 점액이 폭발한다, 해외에서 ‘슬라임 장어’라 불리는 이유
먹장어가 어민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빨이나 독이 아니다. 바로 점액이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포식자에게 공격받거나 강한 자극을 받으면 피부의 점액샘에서 물질을 분비한다. 이것이 바닷물과 섞이는 순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단백질 성분과 점액 물질이 물속에서 빠르게 펼쳐지면서 끈적한 슬라임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실제 연구에서도 먹장어가 먹이를 먹거나 자극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런 점액을 분출하는 특성이 확인돼 있다.
자연에서는 이 점액이 훌륭한 방어수단이다. 포식자가 먹장어를 물면 대량의 점액이 아가미 주변에 엉겨 붙어 공격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물이나 배 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마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점액을 뿜으면 어획물과 장비 주변이 끈적한 물질로 뒤덮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꼼장어구이만 본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해외에서 먹장어가 ‘slime eel’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점액만 문제가 아니다, 잡아놓은 물고기까지 파고들어 먹는다
먹장어가 과거 일부 어업에서 골칫거리로 여겨진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먹장어는 바다 밑바닥에서 죽거나 약해진 생물의 조직을 먹는 독특한 섭식 습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물이나 낚싯줄에 걸려 움직이기 어려워진 물고기는 먹장어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어업 관련 자료에는 먹장어가 미끼를 먹어버리거나 그물에 잡힌 상어, 깊은 바다의 볼락류 등에 파고들어 내부 장기를 먹고 시간이 충분하면 나머지 부분까지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어민 입장에서는 물고기를 잡아 올렸는데 상품으로 팔아야 할 어획물이 훼손돼 있다면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잡혀 올라온 먹장어가 스트레스를 받아 점액까지 분출하면 처리 과정도 번거로워진다. 그래서 과거에는 굳이 먹장어 자체를 잡으려 하지 않는 지역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살려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등으로 먹는 식문화가 만들어지면서 먹장어 자체에 상품 가치가 생겼다. 해외 어민에게는 다른 어획물을 망가뜨리는 훼방꾼이었지만 한국 소비자에게는 일부러 찾아 먹는 식재료였던 것이다.

보기와 다르게 영양도 알차다, 특히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꼼장어가 오래전부터 술안주나 보양 음식 이미지로 소비된 데에는 특유의 식감뿐 아니라 영양적인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먹장어의 근육 조직 역시 다른 수산물과 마찬가지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근육과 피부, 효소와 여러 조직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기본 영양소다. 먹장어의 독특한 점액 역시 단순히 미끈한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먹장어 점액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여러 단백질 성분과 효소가 확인됐으며, 점액 자체의 독특한 단백질 섬유 구조 때문에 최근에는 식품을 넘어 새로운 소재 연구 대상으로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흔히 꼼장어를 소개할 때 장어류의 영양성분을 그대로 가져와 ‘비타민 A와 DHA, EPA가 매우 풍부하다’고 설명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먹장어는 뱀장어, 붕장어와 같은 일반적인 장어류와 다른 생물이기 때문에 각각의 영양성분표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꼼장어의 영양적 장점을 설명할 때는 단백질을 포함한 수산 식품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보고, 실제 먹는 양과 조리법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정확하다.

꼼장어의 기름진 맛, 양념까지 더해지면 먹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꼼장어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살코기 생선과 식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쫄깃하면서도 기름진 맛이 있고 특히 양념구이로 조리하면 매콤하고 진한 맛 때문에 술안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수산물에서 얻는 지방 가운데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해양 생선은 EPA와 DH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주요 식품군이다. EPA와 DHA는 세포막 구성에 관여하고 우리 몸에서 여러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산이다.
다만 꼼장어를 먹는다고 이런 영양소를 무조건 많이 섭취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영양성분은 먹장어의 종류와 부위, 조리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흔히 먹는 양념 꼼장어에서는 조리 방식도 중요하다. 고추장과 간장, 설탕이나 물엿 등이 들어간 양념을 많이 사용하면 나트륨과 당류 섭취가 함께 늘어날 수 있다. 꼼장어 자체만 보는 것보다 양념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고 채소와 함께 적당량을 즐기는 것이 한 끼 식사로는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해외의 ‘골칫거리’를 별미로 바꾼 한국, 꼼장어의 진짜 반전은 따로 있다
꼼장어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같은 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과거 미끼와 잡힌 물고기를 훼손해 성가신 존재로 여겨졌지만 한국에서는 불판에 올려 먹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한국 내 먹장어 수요가 커지면서 해외에서 별다른 상업적 가치가 없던 생물이 수출 대상이 되는 변화까지 일어났다. 캘리포니아 자료에서도 한국 연안 먹장어 자원이 강한 어획 압력을 받자 한국 가공업체들이 해외 공급원을 찾았고, 이후 캘리포니아 먹장어 어업이 형성되는 과정이 확인된다.
결국 꼼장어는 단순히 ‘이상하게 생긴 장어’가 아니다. 자극을 받으면 엄청난 점액을 만들어 포식자를 피하고, 바다 밑에서는 죽거나 약해진 생물을 먹으며 살아가는 독특한 생물이다. 해외 일부 어업에서는 이런 특징 때문에 성가신 존재였지만 한국에서는 그 쫄깃한 식감에 주목해 전혀 다른 음식 문화를 만들어냈다. 남들이 골칫거리라고 여겼던 바다 생물을 별미로 바꾸고, 결국 해외에서 잡힌 먹장어까지 한국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는 것. 꼼장어의 가장 재미있는 반전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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