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게 서민음식이라고?” 탈북민들이 한국 오면 의외로 놀라는 ‘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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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놀라는 것은 높은 건물이나 교통시설 같은 눈에 보이는 발전상만이 아니다. 마트에서 언제든 식재료를 구하고 평범한 외식이나 집밥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직접적인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특히 생선회, 족발, 계란찜처럼 남한에서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음식도 북한에서 살았던 지역과 시기, 경제적 형편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고층건물보다 식탁에서 실감한 차이,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 먹는다고?’
북한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의 정착 경험을 살펴보면 음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북한 주민의 식생활을 모두 ‘굶주림’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해서는 실제 모습을 놓치기 쉽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8년 탈북한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87.9%가 북한에서 하루 세 끼 이상 먹었다고 답했고 백미 섭취가 늘어나는 등 식생활이 이전보다 개선된 모습도 나타났다. 동시에 육류나 특정 식재료를 얼마나 자주 먹을 수 있는지는 거주지역과 경제력 등에 따라 차이가 컸다.
남한에 와서 느끼는 충격도 결국 ‘북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음식’을 처음 발견했다기보다 과거에는 귀하거나 구하기 어려웠던 음식이 남한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마트와 식당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풍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탈북민 크리에이터들이 음식과 생활문화를 직접 소개하면서 이런 차이가 더욱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선회와 족발, 계란찜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세 음식 자체가 북한에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유통, 식재료 접근성, 먹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선회, “생선을 익히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고?” 냉장 유통 환경에서 생긴 차이
세 음식 가운데 문화적인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생선회다. 남한에서는 동네 횟집은 물론 대형마트와 배달을 통해서도 회를 어렵지 않게 접한다. 바다에서 잡힌 생선이 산지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까지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유통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풍경이다. 반면 북한에서는 지역에 따라 신선한 수산물을 내륙까지 안정적으로 운송하고 보관하는 환경에 제약이 있었다. 이 때문에 생선을 소금에 절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보존해 먹는 경험에 익숙한 사람이 남한에서 날생선을 그대로 썰어 먹는 모습을 처음 접하면 상당히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실제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생선회를 처음 보고 먹는 음식이라는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받아들였다는 경험담도 소개된 바 있다. 물론 북한에서도 지역에 따라 날생선을 먹는 문화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은 회를 먹지 않는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남한에서는 신선한 회를 특정 지역의 별미가 아니라 일상적인 외식 메뉴로 소비할 만큼 유통과 냉장 환경이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탈북민에게 회 한 접시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차이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다.

족발, 북한에도 있지만 문제는 ‘먹고 싶을 때 쉽게 살 수 있느냐’였다
족발은 조금 다른 경우다. 돼지의 다리를 조리해 먹는 문화 자체는 북한에도 있기 때문에 탈북민이 족발이라는 식재료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접근성이다. 탈북민들이 참여한 북한 향토요리 행사에서도 족발이 언급됐는데, 북한에서는 출산한 집에서 준비하기도 하지만 족발 자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참가자는 남한에서는 흔하지만 북한에서는 구하기 어려워 요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한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동네마다 족발 전문점이 있고 대형마트에서는 포장된 족발을 판매하며 밤늦게 스마트폰으로 주문해 집에서 받아먹는 것도 가능하다. 더구나 족발은 재료 자체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삶는 데 필요한 향신채와 양념을 준비하고 오랜 시간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이 남한에서는 특별한 날에만 등장하는 귀한 요리가 아니라 야식이나 배달음식으로 소비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족발이라는 음식을 처음 봐서’가 아니라 과거에는 쉽게 구하기 어려웠던 부위를 남한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날 주문해 먹는다는 것, 바로 이 차이가 더 큰 문화적 충격이 될 수 있다.

계란찜, 계란을 몰라서 놀란 게 아니다… 한 그릇에 넉넉하게 쓰는 풍경이 달랐다
계란찜은 세 음식 가운데 가장 조심해서 설명해야 한다. 북한에도 당연히 계란을 이용한 음식이 있으며 계란 자체가 생소한 식재료도 아니다. 실제 북한 음식에서도 계란 지단을 고명으로 사용하고 감자와 계란을 이용한 지짐이 같은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 탈북민 출신 요리사가 소개한 북한식 온면에도 계란 지단이 고명으로 올라가며, 탈북민들이 참여한 북한요리 경연에서도 감자와 계란을 이용한 음식이 등장했다. 따라서 ‘탈북민은 계란찜을 처음 봐서 놀란다’고 표현하면 지나친 일반화가 된다. 차이가 있다면 계란을 사용하는 양과 빈도, 그리고 남한에서 계란이 차지하는 위치에서 찾는 편이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는 계란 한 판을 마트에서 쉽게 구입하고 여러 알을 한꺼번에 풀어 뚝배기 가득 계란찜을 만들기도 한다. 고깃집에서는 주문한 고기의 곁들임 반찬으로 계란찜이 나오기도 한다.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생활을 경험한 탈북민이라면 이런 모습에서 식재료의 풍족함을 체감할 가능성이 있다. 즉 놀라움의 대상은 계란 자체보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용한 계란 요리가 특별식이 아닌 평범한 반찬처럼 소비되는 모습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음식인데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귀한 음식’이 남한에서는 평범한 한 끼
생선회와 족발, 계란찜을 한데 놓고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남한에서는 세 음식 모두 특별한 부유층의 음식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일이나 기념일이 아니어도 회를 주문하고 퇴근길에 족발을 포장하며 집에 계란이 여러 개 남았다면 커다란 계란찜을 만든다. 남한에서 태어나 이런 환경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너무 평범해 굳이 생각해볼 이유조차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특정 식재료를 구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장면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소개되는 두부밥이나 강냉이죽, 옥수수를 이용한 온면 등을 보면 제한된 재료를 활용해 한 끼를 만드는 생활문화도 확인할 수 있다.
탈북민 출신 요리사 역시 북한에서는 밀가루가 귀해 온면에 옥수수가루를 이용하고 일반 가정에서는 수육이나 여러 채소 고명을 풍성하게 올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북의 식탁 차이는 ‘어느 음식이 더 맛있느냐’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재료를 얼마나 쉽게 구하고, 원하는 순간 먹을 수 있느냐의 차이가 식탁 위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탈북민들이 놀란 건 음식 3가지가 아니라 ‘평범함의 기준’이었다
한국에 처음 온 탈북민이 생선회 한 접시나 족발, 계란찜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는 음식 자체만 떼어놓고 보면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북한에서도 돼지고기를 먹고 계란으로 음식을 만들며 지역에 따라 다양한 수산물을 접한다. 실제 최근 북한의 식생활 역시 과거 극심한 식량난 시기의 모습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탈북민의 경험담에서 음식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식탁이 생활 수준의 차이를 가장 즉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냉장 유통을 거친 생선회를 언제든 주문하고, 구하기 어려웠던 족발을 야식으로 먹으며, 여러 개의 계란을 사용한 계란찜을 고깃집에서 곁들임 메뉴로 먹는다. 남한 사람에게는 대단하지 않은 하루의 식사가 누군가에게는 이전 생활과의 차이를 단번에 느끼게 하는 장면이 되는 셈이다. 놀라운 것은 회도, 족발도, 계란도 아니었다. 과거 자신에게 귀했던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평범한 일상이 된 풍경, 탈북민들이 한국의 식탁에서 경험하는 문화 차이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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