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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풍경화에서 초상화로! 이준익 감독의 ‘세로 혁명’,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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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가로 영화가 풍경화라면 세로 화면은 초상화다. 인물의 내면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고, 현장에서는 모든 배우가 단독 샷을 받는 평등한 영화의 해방구가 펼쳐진다. 이는 매스미디어가 해체되고 철저히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 문명의 진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준익 감독

지금은 바야흐로 ‘세로 혁명’ 시대다. 한국영화계의 거장 역시, 숏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59년생, 만 66세, 이제 막 15번째 장편영화 〈반딧불이〉 크랭크인을 앞둔, 그 누구보다 가장 실험에 앞장서 온 한국영화계의 거장은, ‘세로형 숏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할까.

지난 29일 오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는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행사로 이준익 감독의 〈아버지의 집밥〉 상영과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9월 9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어워즈 초청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영화 〈왕의 남자〉, 〈사도〉, 〈동주〉, 〈자산어보〉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도전하는 첫 숏드라마로, 고리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아버지의 집밥〉
〈아버지의 집밥〉

〈아버지의 집밥〉은 아내 순애(이정은)가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남편 하응(정진영)이 처음으로 집밥을 하게 되면서 가족의 관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과 찌개로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어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믿으며 한 번도 아침밥을 거른 적 없던 하응은, 매일 아침 아내의 노동과 희생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가 쓰러진 뒤에야 비로소 ‘집밥’의 무게와 ‘한집에서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식구’(食口)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게 된다.

영화 상영 후에는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가 모더레이터로 나선 GV가 이어졌다. 이날은 이준익 감독이 숏드라마 연출에 나서게 된 배경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소감, 그리고 영화를 관람한 일반 관객들의 질문까지 오가며, 세로 화면이라는 낯선 형식을 두고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끊임없이 실험해 온 감독 이준익, “산업이 확장되려면, 이야기의 틀을 넓혀가야 한다”

“감독으로만 영화 14편을 찍고, 다음 달에 15번째 작품을 크랭크인 준비하고 있는데, 〈아버지의 집밥〉을 개봉하는 게 가장 떨린다”라고 말한 이준익 감독은 1993년 〈키드캅〉으로 데뷔한 이후 수십 년간 끊임없이 실험해온 인물이다. 2005년 〈왕의 남자〉로 사극에 파격적인 화법을 접목해 1000만 관객을 모은 이래, 2016년 〈동주〉와 2021년 〈자산어보〉를 흑백 화면으로 연출하며 상업영화의 익숙한 문법을 비틀었다. 2011년부터 5년간은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 영화제였던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을 몸소 실천했고, 2022년에는 티빙 오리지널 〈욘더〉로 첫 OTT 드라마 연출에 나서 SF 장르에까지 손을 뻗었다. 형식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그릇에 이야기를 담아온 셈이다.

이와 같은 필모그래피에 대해 정작 이준익 감독은 “결과적으로 ‘도전’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는데, 그건 내가 떠밀려서 과도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책임 콤플렉스로 인해 도망가지 못하고 감당하느라 결과적으로 도전하게 된 작품”이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기존 숏드라마 대부분이 자극적인 상황극 위주였다는 점을 짚으며, 자신은 결국 패밀리 무비, 가족 이야기를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짧은 1분 30초에서 2분 사이 상황극으로 가족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젊은 관객에게 불리한 소재일 수 있지만, 이준익 감독은 ” 매체가 더 건강하게 산업적으로 확장되려면 끊임없이 이야기의 틀을 넓혀가는 것이 먼저 영화를 찍는 사람이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는 생각으로 연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풍경화에서 초상화로, 이준익 감독의 ‘세로론’

이날 GV의 가장 심도 있는 대화는 ‘가로와 세로’를 둘러싼 이준익 감독의 지론에서 나왔다. 그는 “가로로 영화를 계속 찍던 사람인데, 가로와 세로라는 것은 영화 포맷의 차이이기 이전에 우리가 천 년 이상 익숙하게 봐온 그림의 형식과 닿아 있다”고 운을 뗐다. 가로로 그린 그림은 대부분 풍경화였고, 세로로 그린 그림은 오랫동안 초상화나 인물화였다는 것. 그는 “가로 화면에서는 인물의 연기와 더불어 그가 처한 배경까지 정보가 된다”며 “반면 세로는 그 배경을 다 배제하고 온전히 인물만 직대면하는 소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로 화면일 때는 2~3명이 동시에 등장해 ‘관계의 외면’에 대한 정보로 영화를 보게 되지만, 세로는 배경을 다 배제하고 온전히 그 인물만을 대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버지의 집밥〉을 본 관객이 2시간 반 동안 지루하지 않게 보셨다면, 그것은 인물 개개인의 내면을 가까이 느끼고 디테일을 따라갔기 때문”이라며 세로 화면만이 줄 수 있는 몰입감을 강조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 새로움은 점점 더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 문명에 오히려 더 적합한, 어쩌면 더 진화된 포맷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세로형 숏드라마의 등장은 “극장 환경의 변화이기 이전에 문명의 변화로 확대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매스미디어에서 개인미디어로 전환되고 영화라는 권력화된 기성 매체마저 해체되는 맥락 속에서, 인물 내면에 철저히 집중하는 세로 숏드라마는 필연적인 문명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배우들이 모두 평등한 존재감을 보이는, 영화의 해방구

이준익 감독은 가로 영화와 세로 영화의 또 다른 큰 차이로 촬영 현장의 풍경을 꼽았다. 그는 “가로 영화는 주인공, 주조연, 조연, 조단역, 단역으로 나뉘는 다섯 가지 계급 사회”라며 “대부분의 영화는 70~80%가 주인공 단독 샷 위주이고, 조연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촬영된다”고 말했다. 반면 세로 화면 촬영 현장에서는 다르다. 여러 인물이 모인 장소를 잠깐 소개한 뒤에는 등장인물 모두가 예외 없이 단독 샷, 즉 원샷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준익 감독은 “숏드라마에서는 조연이든 단역이든 무조건 원샷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그 순간 자기가 다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굉장히 아나키한 현장”이라고 말하며 숏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독립된 하나의 존재로 보이며 평등해지는 ‘영화의 해방구’라고 전했다. 그는 신인이나 조연 배우들도 온전히 자신의 연기에 집중해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포맷이라며 숏드라마의 매력에 애정을 드러냈다.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제1회 코리아 숏드라마 어워즈 1부 〈아버지의 집밥〉 GV 현장(사진=씨네플레이)

제작비의 효율성과 무한한 확장성

끝으로 그는 숏드라마의 현실적인 장점인 제작비의 효율성도 언급했다. “영화보다 출연 배우의 숫자도 적고, 스태프의 수도 3분의 1 이하로 적어 비용과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다만 그것이 이야기의 크기가 작다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비용의 장벽이 높은 영화보다 훨씬 저비용으로 창작자나 예술가가 자신의 역량을 꽃피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매체”라고 덧붙이며 숏드라마가 산업의 장벽에 막힌 신진 창작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GV를 마무리하며 이준익 감독은 이날 유독 눈에 띄었던 연로한 관객들을 향한 소회를 전했다. “두 달 전 부천영화제 상영 당시 관객 평균 연령은 20~30대였는데, 오늘은 정반대로 저보다 연로하신 분들이 조용히 마지막 장면을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라. 〈아버지의 집밥〉의 내용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와 비슷한 세대 분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공기를 마셨다는 게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짧은 형식의 숏드라마를 통해 가장 큰 확장성을 보여준 이준익 감독의 〈아버지의 집밥〉은 9월 9일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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