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관 건강을 생각한다고 모든 지방을 식탁에서 없앨 필요는 없다. 올리브유는 올레산을 중심으로 한 단일불포화지방이 풍부하고, 특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는 폴리페놀 성분도 들어 있어 지중해식 식단의 대표적인 지방 공급원으로 활용된다. 다만 매일 한 숟갈씩 약처럼 마시는 것보다 버터나 동물성 지방, 진한 소스가 들어갈 자리에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토마토와 채소, 두부 같은 음식에 소량 곁들이는 방법이 혈관 건강을 위한 식사 원칙에 더 가깝다.
올리브유가 특별한 이유… 지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올레산’
올리브유를 혈관 건강과 연결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지방의 종류다. 올리브유에는 올레산(oleic acid)을 중심으로 한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우리가 흔히 ‘기름’이라고 한데 묶어 부르지만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같지 않다. 미국심장협회(AHA)는 포화지방을 단일불포화지방과 다중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대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삼겹살과 버터, 크림소스 등으로 포화지방을 이미 많이 섭취하면서 올리브유를 한 숟갈 추가한다고 혈관이 좋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존 식단에 들어 있던 포화지방의 일부를 올리브유와 같은 불포화지방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LDL 콜레스테롤이 장기간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는 죽상동맥경화 과정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혈관 건강에서는 지방을 완전히 끊는 것보다 어떤 지방을 주로 먹느냐가 중요하다. 올리브유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는 지방만 있는 게 아니다… 폴리페놀도 주목한다
올리브유, 특히 물리적인 방식으로 얻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는 지방산 외에도 하이드록시티로솔과 티로솔 등을 비롯한 여러 페놀계 성분이 존재한다. 이들 올리브 폴리페놀은 항산화와 염증, LDL 산화 등 심혈관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돼 왔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올리브유 폴리페놀에 대해 일정량 이상을 함유한 제품에서 ‘혈중 지질을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는 건강표시 근거를 인정한 바 있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있다.
대표적인 PREDIMED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심혈관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보충한 지중해식 식단 또는 견과류를 보충한 지중해식 식단을 적용했을 때 저지방 식사 조언을 받은 대조군보다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이 낮았다. 다만 이 결과를 ‘올리브유 한 숟갈이 심근경색을 예방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채소와 과일, 콩류, 견과류, 생선 등을 포함한 전체 지중해식 식사 패턴 속에서 올리브유를 주요 지방원으로 활용했을 때 나타난 결과라는 점이 중요하다.

올리브유를 매일 원샷할 필요 없다… 한 숟갈도 결국 약 120㎉다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침 공복에 올리브유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혈관 건강을 위해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올리브유도 순수한 지방이기 때문에 1g당 약 9㎉의 에너지를 내며 일반적인 한 큰술은 대략 120㎉ 안팎이다. 평소 식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매일 올리브유를 한두 숟갈씩 추가하면 생각보다 많은 열량이 더해진다. 특히 체중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런 추가 열량이 장기간 누적될 수도 있다. 또한 기름을 그대로 삼키면 느끼함이나 메스꺼움, 소화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올리브유는 건강기능식품처럼 ‘하루 한 숟갈 복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버터를 바르던 자리에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크림이나 마요네즈가 많이 들어가는 소스 대신 올리브유를 활용하는 식으로 기존 지방을 교체하는 방법이 좋다. 볶음이나 구이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샐러드나 채소에 소량 곁들이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혈관 건강에서는 올리브유를 얼마나 추가했느냐보다 포화지방이 많은 지방을 얼마나 올리브유로 바꿨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토마토에 뿌려 먹기… 올리브유와 가장 설명하기 좋은 조합이다
올리브유를 어떤 음식에 뿌려 먹을지 고민한다면 토마토는 상당히 좋은 선택이다. 토마토에는 붉은색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인 라이코펜이 풍부하다. 라이코펜은 지용성 성분이어서 지방과 함께 섭취하면 장에서 흡수되는 과정에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토마토를 올리브유와 함께 조리해 섭취했을 때 혈중 라이코펜 농도가 증가하는 결과가 관찰됐다. 특히 가열하면 토마토의 세포 구조가 부드러워지고 라이코펜의 생체이용률에 유리한 변화가 생길 수 있어 방울토마토나 잘게 자른 토마토를 살짝 익힌 뒤 올리브유를 곁들이는 방법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올리브유를 흥건하게 붓는 것이 아니다. 토마토 한 접시에 소량을 둘러 먹는 정도면 된다. 여기에 후추나 바질, 양파를 더하면 소금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맛을 낼 수 있다. 올리브유와 토마토의 조합은 좋은 지방과 채소를 함께 섭취하면서 지용성 카로티노이드의 흡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생활 활용도가 높다.

케일·시금치·파프리카에도 좋다… 지용성 카로티노이드 흡수를 돕는다
올리브유는 토마토에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케일과 시금치, 당근, 파프리카 같은 색이 진한 채소에 소량 곁들이는 방법도 좋다. 이런 채소에는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제아잔틴 등 다양한 카로티노이드가 들어 있는데 카로티노이드는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에 유리하다. 실제 샐러드에 지방을 함께 섭취했을 때 카로티노이드의 흡수가 증가하는 결과는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래서 생채소만 한 대접 먹으면서 지방을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 소량의 올리브유와 식초를 섞어 드레싱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영양소 흡수 측면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
시판 드레싱에는 제품에 따라 설탕과 나트륨이 많이 들어가므로 올리브유와 레몬즙 또는 식초, 후추 정도로 간단히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데친 시금치나 구운 파프리카에 마지막으로 올리브유를 소량 두르는 방식도 좋다. 채소가 식이섬유와 칼륨, 여러 식물성 영양소를 공급하고 올리브유가 불포화지방을 더하는 조합이 만들어진다. 혈관 건강 식단은 좋은 기름을 따로 마시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한 접시의 구성을 바꾸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두부에도 뿌려보자… 버터·마요네즈 대신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리브유를 부담 없이 활용할 또 다른 방법은 두부와 콩류에 곁들이는 것이다. 데친 두부나 구운 두부에 간장을 많이 붓는 대신 올리브유를 소량 두르고 후추와 잘게 썬 채소를 올리면 식물성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을 한 끼에서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병아리콩과 토마토, 양파, 파프리카를 섞은 샐러드에 올리브유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콩류에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심혈관 건강을 고려한 식단에 활용하기 좋으며 여기에 올리브유를 더하면 포화지방이 많은 소스를 사용할 필요가 줄어든다.
반대로 ‘올리브유가 좋다’며 삼겹살을 올리브유에 굽거나 치즈와 가공육이 잔뜩 들어간 음식 위에 추가로 뿌리는 것은 혈관 건강 식사의 핵심에서 벗어난다. 좋은 기름이라고 해도 많이 추가한다고 효과가 비례해 커지는 것은 아니다. 토마토와 녹색 채소, 파프리카, 두부, 콩처럼 원래 혈관 건강 식단에 활용하기 좋은 식품에 올리브유를 적당히 곁들이고 버터와 크림, 포화지방이 많은 소스를 대신하는 것, 이것이 올리브유를 가장 영리하게 먹는 방법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올리브유는 올레산을 중심으로 한 단일불포화지방이 풍부하며 엑스트라 버진 제품에는 다양한 폴리페놀도 들어 있다.
토마토에 소량 곁들이면 라이코펜처럼 지용성인 카로티노이드를 지방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케일·시금치·파프리카에 뿌리면 채소의 카로티노이드와 올리브유의 불포화지방을 한 접시에서 챙기기 좋다.
두부·콩류와 함께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을 조합하기 쉽다.
핵심은 올리브유를 약처럼 원샷하는 것이 아니라 버터나 포화지방이 많은 소스를 대신해 채소와 콩류에 적당량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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