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남극에서 거대한 십각형 대기 구조가 포착됐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북극의 유명한 육각형에 이어 남극에서도 규칙적인 다각형이 확인되면서 토성 특유의 대기역학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 바스크대학교 아구스틴 산체스라베가 교수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 관측 자료를 이용해 토성 남극을 둘러싼 십각형 대기파를 확인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 성과를 담은 조사 보고서 ‘토성 남극을 둘러싼 십각형 파동(A decagon wave around Saturn’s south pole)’은 같은 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십각형은 토성 남위 약 63° 부근의 강력한 제트기류에 자리한다. 구름이 우연히 각진 모양을 만든 것이 아니라 대기 자체가 주기적으로 굽이치며 10개의 변을 이루는 거대한 파동 구조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서로 다른 파장으로 촬영한 결과 여러 고도에서 같은 구조가 확인돼 상당한 수직 범위를 가진 대기 현상으로 분석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 분석 과정에서 드러난 토성 남극의 십각형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토성의 다각형 대기 구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북극에는 이미 유명한 육각형이 존재한다. 1980년대 보이저 탐사선이 관측한 거대한 제트기류로, 2004~2017년 토성을 돌며 관측 활동을 펼친 카시니 탐사선도 선명한 육각형 구조를 촬영했다.
흥미로운 것은 토성의 남극에서는 오랫동안 이런 구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1990년대부터 북극 육각형에 대응하는 남극 구조를 찾아왔지만 카시니 관측에서도 장기간 유지되는 다각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최근이다. 연구팀이 허블우주망원경의 외행성 대기 장기 관측 프로그램 OPAL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남극 십각형은 2023년부터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4년 지상 관측에서 굽이치는 띠가 파악됐고 2025년에는 십각형 형태가 한층 뚜렷해졌다.
토성 남극의 십각형은 2023년부터 희미하게 관측됐고, 2025년 8월 29일 허블우주망원경이 제대로 촬영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아구스틴 산체스라베가 교수는 “토성 북극의 육각형과 남극의 십각형은 외형은 비슷해도 성격은 크게 다를 가능성이 있다”며 “북극 육각형은 관측이 시작된 이후 40년 넘게 유지된 매우 안정적인 구조인 반면 남극 십각형은 최근 등장해 점점 선명해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에이미 사이먼 연구원은 “토성 남극에서 이런 현상을 본 이는 아무도 없다”며 “최근 갑자기 형성된 이유가 가장 흥미롭다. 거대한 행성 규모의 대기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추적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십각형이 생긴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강력한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서 일정한 파동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토성 북극의 육각형 역시 제트기류와 주변 대기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거대한 파동으로 여겨져 왔다.
우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토성 북극의 육각형. 카시니 탐사선이 촬영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다만 왜 북극에서는 변이 6개, 남극에서는 변이 10개 만들어졌는지는 풀리지 않은 문제다. 제트기류의 속도와 폭, 주변 풍속과 온도 등 남·북반구의 미세한 대기 조건 차이가 서로 다른 파동을 만들었다고 추측할 뿐이다.
연구팀은 향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토성 남극 관측 자료를 대조 분석할 계획이다. 아울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토성의 남극 십각형이 북극 육각형처럼 오랫동안 유지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지 확인할 예정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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