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은 종류에 따라 정제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 단독으로 먹으면 식후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이때 바질과 올리브오일, 견과류, 치즈 등을 갈아 만드는 바질페스토를 적당량 곁들이면 탄수화물만 먹는 것과 달리 지방과 소량의 단백질, 다양한 식물성 성분이 더해진다. 특히 지방이나 단백질을 탄수화물과 함께 먹으면 위 배출과 포도당 흡수 속도가 달라져 초기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드는 데 유리할 수 있어 빵을 조금 더 균형 있게 먹는 방법으로 활용할 만하다.
바질페스토의 정체… 바질·올리브오일·견과류를 갈아 만든 초록색 소스다
바질페스토는 이탈리아 리구리아 지역에서 시작된 소스로 알려져 있으며 전통적인 ‘페스토 알라 제노베제’는 신선한 바질 잎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잣, 마늘, 파르미자노 레자노와 페코리노 같은 치즈를 넣어 으깨 만든다. ‘페스토’라는 이름 역시 재료를 찧거나 으깨는 조리법에서 유래했다.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초록색 페스토도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지만 제품에 따라 잣 대신 캐슈너트나 호두를 사용하고 올리브오일 대신 다른 식물성 기름을 섞기도 한다.
영양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이 재료들의 조합이다. 바질에서는 비타민 K와 카로티노이드, 다양한 폴리페놀을 얻을 수 있고 올리브오일에서는 올레산을 중심으로 한 단일불포화지방을 섭취한다. 잣이나 견과류는 불포화지방과 식물성 단백질, 마그네슘 등을 더하고 치즈에서는 단백질과 칼슘이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바질페스토는 설탕이나 전분을 중심으로 만드는 소스와 달리 식물성 재료와 불포화지방이 중심이 되는 소스라는 특징이 있다. 빵에 발랐을 때도 단순히 맛만 더하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에 지방과 소량의 단백질, 미량영양소를 함께 더하게 된다.

빵만 먹었을 때와 달라진다… 탄수화물에 지방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다
흰 식빵이나 바게트처럼 정제 밀가루 비중이 높은 빵을 단독으로 먹으면 전분이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때 식사의 구성은 대부분 탄수화물에 치우치기 쉽다. 하지만 빵에 바질페스토를 곁들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페스토의 올리브오일과 잣에서는 지방이, 치즈와 견과류에서는 지방과 단백질이 추가된다. 탄수화물에 지방과 단백질을 함께 먹으면 위에서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 속도와 영양소가 흡수되는 양상이 달라지면서 식후 초기 혈당 상승이 완만해질 수 있다.
실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탄수화물 식사에 단백질과 지방을 함께 섭취하게 한 연구에서도 탄수화물만 섭취했을 때보다 식후 초기 혈당 반응이 낮아지는 결과가 확인돼 왔다. 다만 지방이 추가되면 뒤쪽 시간대의 혈당 반응이 길어질 수 있어 단순히 ‘지방을 넣으면 혈당이 무조건 낮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서 바질페스토의 장점은 빵을 탄수화물 하나만으로 먹지 않도록 식사의 구성을 바꿔준다는 것이다. 특히 버터나 설탕잼 대신 소량의 페스토를 선택한다면 불포화지방과 식물성 재료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핵심 재료는 올리브오일… 불포화지방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바질페스토에서 실제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올리브오일이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올레산이라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폴리페놀을 비롯한 여러 미량의 식물성 성분도 포함한다. 심혈관 건강을 위한 식사에서도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된다. 바질페스토가 빵과 잘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빵에 버터를 두껍게 바르면 포화지방 섭취가 늘어나기 쉽지만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중심으로 만든 페스토를 적당량 사용하면 지방의 구성을 불포화지방 중심으로 가져갈 수 있다.
올리브오일과 혈당 대사의 관계를 살펴본 임상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식사에 함께 섭취하게 한 소규모 무작위 연구에서는 식후 혈당과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는 방향의 변화가 관찰됐다. 지중해식 식사와 올리브오일을 살펴본 더 넓은 연구에서도 혈당과 심혈관 대사 측면의 장점이 꾸준히 연구돼 왔다. 중요한 것은 올리브오일을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버터나 크림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지방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바질과 잣도 그냥 향을 내는 재료가 아니다… 식물성 영양소까지 더해준다
페스토의 선명한 초록색을 만드는 바질에는 비타민 K를 비롯해 베타카로틴과 루테인 같은 카로티노이드, 다양한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존재한다. 한 번에 먹는 바질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평소 빵에 설탕잼만 발라 먹던 것과 비교하면 식물성 재료가 추가된다는 차이가 생긴다. 여기에 전통적인 페스토에 사용하는 잣은 불포화지방과 식물성 단백질, 마그네슘 등을 공급한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서 수백 가지 효소 반응에 관여하며 정상적인 근육과 신경 기능, 혈당 조절 과정에도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다.
견과류 자체도 혈당을 관리하는 식사에서 활용하기 좋은 식품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당뇨병 관리를 위한 식사에서 비전분 채소와 통곡물, 콩류뿐 아니라 견과류와 씨앗류처럼 영양 밀도가 높고 최소 가공된 식품을 포함하는 식사 패턴을 강조한다. 따라서 페스토의 장점은 ‘바질에 혈당을 낮추는 특별한 물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바질, 올리브오일, 잣이라는 서로 다른 식품이 만나 탄수화물 중심인 빵에 불포화지방과 식물성 단백질, 미량영양소를 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혈당을 생각한다면 ‘빵의 종류’까지 바꾸면 효과가 더 커진다
바질페스토를 발랐다고 흰 식빵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혈당 관리 효과를 제대로 살리고 싶다면 페스토와 함께 빵 자체를 바꾸는 방법이 중요하다. 흰 밀가루 비중이 높은 식빵이나 부드러운 롤빵보다 통밀이나 통곡물이 충분히 들어간 빵을 선택하면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릴 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가 있는 사람에게 최소 가공 상태의 영양 밀도가 높은 고식이섬유 탄수화물을 강조하고 있으며 하루 총섭취열량 1,000kcal당 최소 14g의 식이섬유를 권고한다. 통곡물과 콩류, 채소와 과일 등이 대표적이다.
빵을 고를 때도 갈색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보다 원재료명에서 통밀이나 통곡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여기에 바질페스토를 얇게 바르고 삶은 계란이나 닭가슴살, 토마토와 채소를 곁들이면 통곡물의 식이섬유+페스토의 불포화지방+계란이나 고기의 단백질이라는 구성이 만들어진다. 혈당 관리라는 관점에서는 페스토 하나만 추가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한 끼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다.

집에서 만든다면 어렵지 않다… ‘설탕 없는 페스토’가 기본이다
바질페스토는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신선한 바질 잎 40~50g,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50~70mL, 잣 20~30g, 파르메산 치즈 20~30g, 마늘 1쪽 정도를 준비해 믹서나 푸드프로세서로 원하는 질감이 될 때까지 갈면 된다. 너무 되직하다면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추가한다. 소금은 치즈 자체에도 들어 있으므로 처음부터 많이 넣지 않는 편이 좋다.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꿀이나 설탕, 시럽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시판 제품을 구입할 때도 원재료표를 확인하면 좋다. 제품에 따라 올리브오일 함량이 적고 다른 정제 식물성 기름이 많이 들어가거나 전분, 설탕 등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스토는 지방이 많은 소스라 열량도 높은 편이므로 빵 한 장에 듬뿍 올리기보다 1~2티스푼 정도 얇게 펴 바르는 것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다. 이렇게 만든 페스토는 빵뿐 아니라 토마토와 닭고기, 두부, 생선, 통밀 파스타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설탕이 많은 소스를 줄이는 데도 유용하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바질은 비타민 K와 카로티노이드, 폴리페놀 등 다양한 식물성 성분을 더해준다.
올리브오일과 잣은 불포화지방을 중심으로 지방과 미량영양소를 공급해 탄수화물에 치우친 빵의 영양 구성을 보완한다.
혈당 관리에서는 바질페스토만 믿기보다 통밀·통곡물 빵을 적당량 먹고 단백질과 채소를 함께 구성하면 더욱 좋다.
핵심은 설탕잼을 듬뿍 바른 흰빵보다 통곡물 빵에 바질페스토를 소량 곁들여 탄수화물·지방·단백질·식이섬유가 함께 들어오는 식사로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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