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어머니는 늘 먼저 날짜를 정하셨습니다. 올해는 전화를 걸어 이제 그만하겠다고 하셨습니다.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만둔다는 말에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는 힘들다는 말씀을 먼저 하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늘 괜찮다고만 하시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그만하겠다고 말한 것은 오래 고민한 결과일 것입니다. 자식들 손이 덜 가게 하려는 뜻도 있었을 것입니다. 짧은 한마디 뒤에 긴 시간이 있었습니다.

부모가 놓는 일은 하나씩 늘어난다
어느 해부터 부모는 하던 일을 하나씩 줄여 갑니다. 김장이 그렇고 명절 준비가 그렇습니다. 자식들은 편해졌다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정작 그만두는 쪽의 마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 해 온 일을 놓는 데는 아쉬움이 따릅니다.

역할이 사라지면 자리도 흔들린다
사람은 자기가 맡은 일이 있을 때 자리가 분명해집니다. 김장은 어머니에게 그런 일이었습니다. 그 일이 사라지면 가족 안에서의 자리도 조금 옅어집니다. 그래서 그만둔다는 말이 홀가분하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새로 맡을 자리를 함께 찾아 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올해는 제가 김장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면서 손이 많이 간다고만 하셨습니다.부모가 무언가를 그만두겠다고 할 때는 이유가 함께 있습니다. 그 말 뒤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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