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졸린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몸이 무거워지며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남는 느낌이 반복될 수 있다. 이럴 때 바나나와 타트체리, 우유처럼 멜라토닌과 트립토판, 비타민 B6, 마그네슘 등 수면과 관련된 생리 과정에 관여하는 영양소를 가진 식품을 식단에 활용해볼 만하다.
바나나… 비타민 B6와 마그네슘, 칼륨까지 한 번에 챙긴다
바나나가 숙면 음식으로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단순히 부드럽고 소화하기 편해서만은 아니다. 바나나에는 비타민 B6와 마그네슘, 칼륨 등이 들어 있으며 소량의 트립토판도 섭취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트립토판은 우리 몸에서 직접 만들어 충분히 공급할 수 없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트립토판은 뇌에서 세로토닌을 만드는 재료가 되고 세로토닌은 다시 수면과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합성 과정과 연결된다. 비타민 B6 역시 아미노산 대사와 신경전달물질 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영양소다. 마그네슘과 칼륨은 정상적인 신경과 근육 기능에 필요한 미네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바나나 한 개에 들어 있는 트립토판이 수면제처럼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밤늦게 케이크나 과자, 라면 같은 무거운 야식을 찾던 사람이 출출할 때 바나나처럼 간단한 음식을 적당량 선택한다는 데 실생활적인 장점이 있다. 평소 칼륨 제한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녁이나 취침 전 배가 고플 때 작은 바나나 1개 정도를 가벼운 간식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부담이 적다. 트립토판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수면과 연결된 가능성이 확인돼 왔지만, 연구에서 사용된 보충제 용량과 바나나 한 개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타트체리…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멜라토닌’ 때문에 수면 연구가 이어졌다
세 음식 가운데 수면과 관련해 사람을 대상으로 비교적 직접적인 연구가 진행된 식품은 타트체리다. 일반적으로 단맛이 강한 체리와 달리 신맛이 강한 타트체리에는 안토시아닌을 비롯한 폴리페놀과 멜라토닌이 들어 있다. 멜라토닌은 어두워지는 시간에 맞춰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조절하고 밤이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이다.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이중맹검 교차시험에서는 몽모랑시 타트체리 주스 농축액을 7일간 섭취했을 때 소변에서 측정한 멜라토닌 지표가 증가했으며 총 수면시간과 수면 효율에서도 개선이 관찰됐다. 더 최근 자료도 흥미롭다.
2025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타트체리를 이용한 7개의 중재 연구를 검토했는데, 이 가운데 3개 연구에서 수면시간이나 수면 효율, 잠드는 시간 등의 지표가 유의하게 개선됐고 3개에서는 멜라토닌 증가가 보고됐다. 타트체리의 붉은색을 만드는 안토시아닌도 대표적인 항산화성 식물 화합물이다. 따라서 타트체리는 단순히 ‘멜라토닌이 든 과일’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멜라토닌과 다양한 폴리페놀을 함께 가진 과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따뜻한 우유… 핵심은 온도보다 단백질 속 ‘트립토판’이다
잠들기 전 따뜻한 우유 한 잔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수면 습관이다. 우유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트립토판, 칼슘, 비타민 B12, 리보플라빈 등이 들어 있고 제품에 따라 비타민 D가 강화돼 있기도 하다. 특히 우유 단백질에 포함된 트립토판은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합성 경로의 출발 물질이라는 점에서 수면과 연결해 연구돼 왔다. 실제 우유와 유제품의 수면 효과를 검토한 2025년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9개의 임상시험이 정성 분석에 포함됐으며, 메타분석이 가능했던 4개 임상시험을 종합했을 때 유제품 섭취 후 주관적인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가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연구마다 섭취한 유제품과 대상자, 조건이 달랐기 때문에 효과의 크기를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흥미로운 부분은 ‘따뜻함’ 자체가 우유 속 수면 영양소를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뜻하게 마시는 것은 개인에게 편안한 취침 루틴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영양적인 부분은 우유 자체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트립토판 등의 성분에서 찾는 것이 정확하다. 잠자기 전이라면 설탕이나 초콜릿 시럽을 넣기보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그대로 한 컵 정도 마시는 편이 좋다.

세 음식이 주목받는 공통점… 결국 ‘멜라토닌 경로’로 이어진다
바나나와 타트체리, 우유는 생김새도 영양 구성도 전혀 다르지만 수면이라는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우리 몸의 트립토판→세로토닌→멜라토닌으로 이어지는 생리적 경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이고 세로토닌은 멜라토닌을 만드는 데 이용된다. 멜라토닌은 밤이 됐다는 신호를 신체에 전달하면서 수면과 각성의 일주기 리듬을 조절한다. 타트체리는 식품 자체에 멜라토닌이 존재한다는 특징이 있고, 우유는 트립토판을 포함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바나나는 비타민 B6와 마그네슘, 칼륨 등 여러 영양소를 보탤 수 있다. 음식과 수면을 다룬 연구에서도 트립토판 이용 가능성과 세로토닌·멜라토닌 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음식이 수면과 연결될 가능성이 꾸준히 논의돼 왔다. 2026년 멜라토닌 함유 식품에 대한 문헌고찰에서도 타트체리 등 일부 식품이 수면시간과 수면 효율, 수면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확인됐다. 세 음식이 숙면 음식으로 자주 거론되는 배경에는 이런 생리적 연결고리가 있다.

밤에는 ‘무엇을 먹느냐’만큼 많이 먹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숙면을 위해 바나나와 타트체리, 따뜻한 우유를 챙긴다고 해서 세 가지를 자기 전에 모두 먹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늦은 밤 과식하는 습관을 피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를 선택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저녁을 일찍 먹어 잠자리에 들기 전 배가 고프다면 작은 바나나 한 개나 우유 한 컵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타트체리는 생과일이나 무가당 제품을 활용하고, 주스를 고른다면 당류가 많이 첨가된 제품인지 영양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타트체리 주스가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큰 컵으로 여러 잔 마시면 당류와 열량 섭취량도 함께 증가한다.
우유 역시 설탕이나 시럽을 듬뿍 넣으면 가벼운 수면 간식이라는 장점이 줄어든다. 결국 세 음식의 역할은 억지로 잠을 재우는 것이 아니라 수면과 관련된 영양소를 공급하면서 늦은 시간의 자극적이고 과도한 야식을 대신하는 선택지로 보는 것이 좋다. 실제 타트체리 연구 역시 효과가 모든 연구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므로 한 가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결국 ‘잠잘 수 있는 환경’이다
숙면 음식의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본적인 수면 습관이 먼저 받쳐줘야 한다. 매일 잠드는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자기 직전까지 밝은 화면을 보거나 늦은 시간 카페인을 마시면서 바나나나 타트체리만 추가한다고 수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반대로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을 유지하고 밤에는 조명을 낮추며 늦은 카페인과 음주를 줄인 상태에서 출출할 때 부담이 적은 식품을 선택하면 훨씬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따뜻한 우유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마시는 행위 자체가 ‘이제 잘 시간’이라는 취침 루틴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타트체리는 멜라토닌과 안토시아닌이라는 특징이 있고, 바나나는 비타민 B6와 마그네슘, 칼륨 등을 공급한다.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만큼 세 가지를 한꺼번에 먹기보다 저녁 식사와 생활패턴에 맞춰 한 가지씩 활용하는 것이 충분하다. 잠을 잘 자기 위해 특별한 건강식품부터 찾기보다 밤마다 반복하는 작은 습관을 정돈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부담이 적은 음식을 넣는 것이 더 오래 유지하기 좋은 방법이다.
한눈에 보는 핵심 정리
바나나는 비타민 B6와 마그네슘, 칼륨 등을 공급하며 트립토판-세로토닌-멜라토닌 경로와 관련된 영양소를 보탤 수 있다.
타트체리는 멜라토닌과 안토시아닌 등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으며 세 음식 가운데 사람 대상 수면 연구가 비교적 직접적으로 진행돼 있다.
따뜻한 우유는 양질의 단백질과 트립토판, 칼슘, 비타민 B12 등을 공급하며 유제품 섭취와 수면의 질을 다룬 임상연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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