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 일본 서민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음식을 먹었고, 일부 고급 식재료도 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교적 가난한 사람들이 묻힌 공동묘지의 인골 치석을 분석했더니 당시 고급 어종이던 참돔은 물론 먼 지역에서 운반된 연어류와 금기시되던 짐승고기의 흔적이 확인됐다.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와 규슈대학, 아오모리공립대학 공동 연구팀은 오사카 우메다묘에서 출토된 막부 말기 성인 8명의 치석을 분석한 결과를 이달 19일 국제 학술지 Anthropolog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치석에서는 식품 17종에서 유래한 단백질 38종이 확인됐다. 섬나라 사람들 답게 어류가 9종으로 가장 다양했다. 에도시대 문헌에서 고급 어종으로 취급된 참돔은 8명 중 6명에게서 검출됐다. 오사카만에 자연적으로 살지 않는 연어류의 단백질도 나왔다.

뭍에서 사는 고기의 흔적도 확인됐다. 당시 네발짐승의 고기를 먹는 것이 금기시됐지만 8명 중 4명의 치석에서 인간 이외 육상 포유류의 단백질이 검출됐다. 건강이나 치료를 명목으로 야생동물을 먹는 이른바 약식(薬食い·쿠스리구이)이 실제 서민층에도 퍼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목화씨 단백질도 파악됐는데, 연구팀은 당시 오사카 주변에서 활발했던 면실유 생산과 관련성을 떠올렸다.
이번 연구는 ‘천하의 부엌’으로 불린 일본 오사카의 풍부한 유통망이 비교적 가난한 서민의 식탁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실을 밝혀낸 것이 수백 년 동안 치아에 들러붙은 치석이라는 사실이다.
치석은 치태가 광물화해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음식물의 미세 잔류물과 단백질을 함께 가둘 수 있다. 덕분에 인골의 탄소·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는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식재료까지 좁힐 수 있다. 유적에서 생선뼈가 발견되는 것이 특정 지역의 식생활을 보여준다면, 치석은 한 개인이 실제로 무엇을 먹었는지에 더 가까운 자료다.

치석을 활용한 조사는 이전부터 고고학에 활용돼 왔다. 여러 시대 인골의 치석에서 우유 단백질 베타-락토글로불린을 찾아 소·양·염소의 젖 섭취를 확인한 2014년 연구가 대표적이다. 2018년에는 크로아티아 중석기시대인의 치석에서 물고기 비늘과 살점, 녹말 입자를 긁어내 식생활을 일부 규명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그렇다고 치석이 한 사람의 평생 식단을 완벽하게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음식 단백질이 반드시 보존되는 것도 아니고, 이번 연구 대상도 8명에 불과해 에도시대 오사카 주민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른 계층과 지역의 인골 치석을 비교하면 시대와 신분에 따른 식생활 차이를 더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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