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에 8기통 5.0을 넣던 시절”…1억 넘던 회장님 세단이 1000만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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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산 고급차 시장은 6기통 터보와 하이브리드, 전동화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그런 흐름 속에서 5.0리터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국산 세단은 이제 과거의 상징처럼 남았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제네시스 EQ900 5.0 GDi다. EQ900은 2015년 출시 당시 3.8 V6, 3.3 V6 트윈터보, 5.0 V8 등 세 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최상위 5.0 GDi에는 배기량 5038cc의 타우 V8 자연흡기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은 425마력, 최대토크는 53.0kg·m이며 8단 자동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조합했다.
복합연비는 AWD·19인치 타이어 기준 7.3km/L였다. 효율보다 부드러운 출력과 정숙성, 여유로운 가속감을 중시했던 당시 국산 플래그십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구성이다.
1억1700만원 하던 차가 지금은 1000만원대로

EQ900 5.0은 신차 시절 가격도 확실한 플래그십급이었다.
2016년 1월 1일 이후 출고분 기준 5.0 GDi의 판매가격은 1억1700만원이었다. 당시 3.8 GDi가 7300만~1억700만원, 3.3 터보 GDi가 7700만~1억1100만원이었던 만큼 5.0은 라인업 꼭대기에 자리했다.

하지만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가격이 크게 내려왔다. 최근 등록 매물을 보면 2016년식 5.0 GDi AWD 프레스티지는 주행거리 14만km대 차량이 1400만원대, 2018년식 5만km대 차량은 26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주행거리가 30만km를 넘긴 일부 차량은 1000만원 초반까지 내려온 사례도 있다. 리무진 5.0 역시 1300만원대가 아니라 대체로 1900만~2200만원대 매물이 확인되는 만큼, 상태와 주행거리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크다.
425마력보다 더 강한 건 플래그십 감성

EQ900 5.0의 매력은 단순히 425마력이라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제네시스는 EQ900을 기존 쇼퍼드리븐 세단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너가 직접 운전해도 만족할 수 있는 최고급 세단으로 개발했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출력과 정숙성, 큰 차체가 주는 안정감이 그 성격을 뒷받침했다.

실내 역시 플래그십다운 구성이 강점이었다.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와 12.3인치 내비게이션, 뒷좌석 9.2인치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당시 국산차 최고 수준의 편의사양이 적용됐다.
특히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는 EQ900을 상징하는 장비 가운데 하나였다. 항공기 1등석을 참고해 개발됐고, 리무진 기준 최대 18방향 전동조절과 다양한 착좌모드를 제공했다.
1000만원대라고 유지비까지 싸진 건 아니다

중고가격만 보면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지만 유지비 구조까지 저렴해진 것은 아니다.
5.0리터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자동차세와 연료비 부담이 크고, 복합연비도 7.3km/L 수준이다. 도심 주행 비중이 높다면 실제 연료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대형 세단답게 타이어와 브레이크, 하체 부품, 각종 전동 편의장비의 유지·수리비도 일반 중형 세단보다 높게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특히 1000만원대 매물 중에는 주행거리가 15만~30만km 이상인 차량도 적지 않다. 구매 전에는 사고이력과 누유 여부, 냉각계통, 하체 상태, 전동시트와 각종 편의장비 작동 상태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종되고 나서 오히려 대체하기 어려워졌다

EQ900은 이후 G90으로 이름을 바꾸며 세대를 이어갔지만 5.0리터 자연흡기 V8은 결국 사라졌다.
현재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도 터보 엔진과 전동화 기술을 중심으로 효율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EQ900 5.0처럼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중심에 둔 국산 세단은 다시 보기 어려운 구성이 됐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1000만원대부터 접근 가능한 매물도 있지만, 이 차의 가치는 단순히 가격이 싸졌다는 데만 있지 않다. 5.0리터 8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1억원대 플래그십 세단의 공간·장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유지비와 정비 부담까지 감당할 수 있다면 EQ900 5.0은 단순히 오래된 대형 세단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국산 V8 플래그십 시대를 경험할 수 있는 희소한 중고차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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