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가 올해는 텃밭을 그만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힘에 부친다는 말이 처음이라 마음에 걸렸습니다.주말에 내려가 정리를 도우려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밭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밭에 심겨 있던 것들
밭은 어머니 혼자 쓰기에는 지나치게 넓었습니다. 상추와 고추가 줄줄이 심겨 있었습니다. 다 자란 것들은 이미 따서 나누어 준 뒤였습니다. 어머니 혼자 드시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습니다. 그 밭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해마다 오르내리던 손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봄이면 늘 씨를 뿌리셨습니다. 자식들이 내려올 때마다 봉지에 담아 주셨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힘들다는 말보다 담아 주는 손이 먼저였습니다. 그 손이 이제 멈추려 하고 있었습니다.

줄이는 것도 준비입니다
그만두는 일이 꼭 물러서는 것은 아닙니다. 감당할 만큼으로 줄이는 것도 하나의 준비입니다. 결국 밭 절반만 남기기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상추 몇 줄이면 충분하다고 어머니도 웃으셨습니다. 줄인 자리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밭 하나에 오랜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없앤다는 말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늦게 알았습니다.부모님이 무언가를 그만두겠다고 하시면 한 번 여쭤보시면 어떨까요. 그 안에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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