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7000선을 회복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그 위쪽을 향하고 있다. 문제는 7500포인트 이상 구간에 쌓인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이다. LS증권 분석에 따르면 개인은 이 구간에서 194조원을 투입했고, 이 중 100조원 가량이 손실 상태에 놓여 있다. 주식 순매수 기준으로만 따져도 128조원 중 63%인 81조원이 고점에 묶인 상태다.
구간을 세분화하면 상황이 더 명확해진다. 7500~8000 구간에서 45.7조원, 8000~8500 구간에서 17.3조원, 8500 이상에서 37.1조원이 각각 손실을 기록 중이다. 주식 직접 매수만 놓고 보면 7500~8000에서 39.4조원, 8500 이상에서 35.7조원이 물려 있다. 이는 단순한 차익매물 수준을 넘어 두터운 ‘저항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투자 관점의 핵심 질문이 등장한다. 과연 이 매물대가 상승을 가로막는 장벽인가, 아니면 적극적 매집 기회를 알리는 신호인가. 현재 시장 구조를 보면 후자에 가까운 해석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지수 등락을 상승 추세 종료가 아닌 ‘주도주 재편 과정’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중동 정세와 물가지수 발표를 앞둔 경계감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지만, 7000선 부근의 공방은 차익 매물 소화 국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더 중요한 건 자금의 흐름이다. 실적 전망이 뚜렷한 반도체 소부장과 전력설비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단순히 매도 일변도가 아니라 선택적 재배치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9일 장중 기관은 381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지지했고, 반도체와 전기전자주가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기는 3.14%, SK하이닉스는 2.51% 상승했으며, 코스닥에서는 HPSP가 6.00%, 주성엔지니어링이 5.60% 뛰었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투자자예탁금은 6월 139조원대에서 8월 말 99조원으로 석 달 만에 28.6% 증발했다. 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도 같은 기간 24.7% 줄어들었다. 이는 ‘상단 악성 매물’과 ‘하단 실탄 고갈’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형적인 유동성 덫 구조다. 100조원대 매물을 소화할 탄약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수가 7500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세와 기관의 지속적인 지지가 필수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7500 돌파를 단기 목표로 삼기보다는 매물 소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지수보다는 개별 종목의 실적 모멘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장비주와 전력설비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은 지수와 무관하게 수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유동성 회복 시그널을 주시해야 한다. 예탁금 추이와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반등하는 시점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 진입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결국 현재 국면은 공포보다는 인내가 필요한 구간이다. 7500 위 100조원 매물은 분명 부담이지만, 이를 소화하는 과정 자체가 다음 상승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지금 ‘돌파’가 아니라 ‘정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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