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영의 오르골] 분노의 시간을 지나 다시 울려 퍼지는 노래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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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오아시스: 돈 룩 백 인 앵거〉(이하 〈돈 룩 백 인 앵거〉)는 실제 인물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반복되는 관찰 대상의 신화화 따위는 애초부터 집어치운 채 시작한다. 영화는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의 ‘F*ck’이 난무하는 ‘Oasis Live ’25 Tour’의 준비 과정과 그들의 인터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한다. 그들의 솔직함으로 무장한 이 다큐멘터리는 퍽 유쾌하게 진행되고, 코미디 듀오에 버금가는 갤러거 형제의 정체성을 친밀하게 풀어낸다. 그렇게 딱딱함을 탈피한 영화는 유쾌함에 더해 따뜻한 감동마저 전달한다. 맨시티가 우승할 때와 자식이 태어날 때만 운다고 했던 노엘은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의 프리미어 상영 직후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물론 리암은 형의 옆에서 그답게 웃어 보였고, 아버지를 따라 운 노엘의 아들 도노반을 놀려 댔다.) 이처럼 감정의 파노라마를 자아내는 〈돈 룩 백 인 앵거〉는 오아시스의 팬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와닿을 만한 감정적 호소력을 지닌다. 다큐멘터리의 주제 의식과 이어져 있는 음악 ‘Don’t Look Back in Anger’를 비롯한 수많은 오아시스의 명곡 라이브와 함께 그들의 분노가 용서로 향하는 과정을 보다 보면, 어느새 웃다가 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돈 룩 백 인 앵거〉는 9월 극장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돈 룩 백 인 앵거〉는 오아시스를 지나간 과거의 록스타가 아닌 지금 이 자리에 다시 불러 세운다. 오아시스의 이전 다큐멘터리 〈슈퍼소닉〉(2016)은 이미 흩어진 밴드의 과거 공연 영상, 홈비디오 등의 아카이브 영상으로 다큐멘터리를 구성했다. 과거 푸티지에 의존하는 〈슈퍼소닉〉은 전기영화의 성격을 띠며 오아시스를 지난 시간 속에 박제한다. 그러나 〈돈 룩 백 인 앵거〉는 2025년 오아시스의 재결합 투어 현장으로 들어가 현재의 시간을 기록한다. 일면 공연실황과도 같은 영화는 ‘Don’t Look Back in Anger’를 비롯한 ‘Champagne Supernova’, ‘Supersonic’, ‘Some might Say’, ‘Wonderwall’, ‘Live Forever’ 등등 오아시스의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콘서트 라이브 무대와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현장감 있게 담아낸다. 또 〈슈퍼소닉〉은 밴드 오아시스의 결성 과정부터 각 곡의 창작 배경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연대기적 구성을 취한다. 이와 같은 다소 단순한 구성은 관객의 감정이 이입될 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정보의 나열로 느끼게 한다. 〈돈 룩 백 인 앵거〉는 갈등이 해소되는 결말로 나아가는 서사영화의 극적인 구성 방식을 빌려온다. 이러한 방식은 밴드의 재결합을 이미 성사된 사건으로 설명하는 대신, 활동 중단 이후 다시 만난 형제와 밴드가 갈등과 불안을 통과해 무대에 함께 서는 과정을 하나의 극적인 여정으로 만든다.
무엇보다 〈돈 룩 백 인 앵거〉는 무대 위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대 밖에서 15년의 빈틈을 메운 팬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함께 무대에 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를 바라보는 팬들의 리액션숏은 음악이 듣는 이에게 닿아 실제로 작동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음악의 힘을 가시화한다. 또 노래에 관한 각자의 해석을 말하는 팬들의 인터뷰는 아티스트에게서 시작된 노래가 어느새 팬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노래라는 언어의 힘을 체감케 한다. 하지만 〈돈 룩 백 인 앵거〉는 오아시스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더없이 황홀한 팬 무비가 되어주면서 그들의 잔치로만 끝내지 않는다. 콘서트 현장 속 팬들의 생생한 반응과 노래에 자신의 이야기를 덧입힌 팬들의 인터뷰는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근원을 건드린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음악 ‘Don’t Look Back in Anger’는 오아시스의 대표곡으로 노엘이 첫 리드 보컬을 맡은 곡이다. 담담한 노엘의 음색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화자의 목소리와 잘 맞아떨어진다. 곡의 화자는 상처를 남긴 과거와 끝난 관계에 대해 도려내는 방식이 아닌 상처와 혼란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성난 감정으로 계속 되돌아보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성숙한 태도를 제시한다. 이러한 곡의 의미는 2017년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한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 테러 이후 공동체적 애도의 메시지로 확장된다. 끔찍한 테러 이후 맨체스터 시민들은 그들을 추모하고, 다시 연대와 회복력을 다지기 위한 집회에서 ‘Don’t Look Back in Anger’를 불렀다. 맨체스터 시민들에 의해 공동체적 의미를 갖게 된 ‘Don’t Look Back in Anger’는 이후 회복과 재생의 찬가로 거듭났다. 결국 ‘Don’t Look Back in Anger’는 오아시스의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영국을 넘어서 전 세계인의 기억에 남았고, 맨체스터의 비극과 연대, 오아시스의 재결합, 수많은 팬의 합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딜리안 서던과 윌 로벨라스 감독은 이 곡의 확장된 의미를 다큐멘터리의 주제로 끌고 온다. 감독은 오아시스의 투어를 따라가면서도 전 세계의 위태로운 정세를 상기시킨다.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는 한때 시대를 휩쓴 밴드 내의 갈등이 봉합된 것을 넘어서서 불화로 치닫는 지금의 전 세계로 확장한다. 〈돈 룩 백 인 앵거〉는 오아시스의 음악이 그랬던 것처럼 분노에 사로잡힌 채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고 외치며, 음악이 갖는 치유의 힘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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