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 버리고 미국 달러 쓰자” 마두로 사라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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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에서 자국 화폐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법정통화로 쓰자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단순히 달러 사용을 인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앙은행 자체를 없애자는 내용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미군 작전으로 붙잡혀 미국으로 이송되고 델시 로드리게스가 이끄는 정부가 들어선 뒤, 경제 정상화를 둘러싼 논쟁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튀고 있는 모습이다.
물가 400%, 국민들은 이미 달러 쓴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400%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전해진다. 자국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가 무너지면서 국민들의 저축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고, 상당수 국민은 정부 허가와 상관없이 달러로 거래하고 저축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자 스티브 행키 교수가 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안토니오 에카리와 함께 달러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키 교수는 여러 국가의 초인플레이션 대응에 관여해 온 인물로, 볼리바르를 폐지하고 중앙은행을 닫자는 게 골자다.
중앙은행을 없애자는 이유

논리는 단순하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마구 찍어낸 것이 초인플레이션의 원인이니, 발행 주체를 없애면 근본 원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통화가 안정되면 금리와 투자 위험이 낮아지고 해외 투자가 들어와 핵심 산업인 석유 생산도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법안 추진 측은 환율 불안만 해소되면 원유 생산이 회복돼 GDP의 1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부채도 갚아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기 오면 구해줄 곳이 없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앙은행이 사라지면 금융위기나 뱅크런 때 은행에 긴급 자금을 대줄 ‘최종 대부자’가 없어진다. 독자적인 통화정책도 불가능해져, 국제유가가 떨어져 베네수엘라 경기가 나빠져도 미국 상황에 따라 금리가 움직이게 된다.

2000년 달러를 도입한 에콰도르가 외부 충격 때 환율 방어 대신 임금·복지 삭감으로 버텨야 했던 전례도 거론된다. 반미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아온 나라가 미국 화폐를 받아들이는 데 대한 정치적 반발도 크다. 헌법이 볼리바르를 화폐 단위로 명시하고 있어 개헌 문제까지 얽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이 법안은 정부 차원의 공식 정책이라기보다 한 의원과 외국 경제학자가 함께 추진하는 단계에 가깝다. 법안 통과 여부와 별개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이미 사실상의 달러 경제로 굴러가고 있다는 현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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