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낡은 지갑을 두고 가셨길래..” 안을 열어 보고 알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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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녀가신 다음 날 거실 탁자에 낡은 지갑이 놓여 있었습니다. 두고 가신 줄 알고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다음에 가져가면 된다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며칠을 그대로 두었다가 결국 안을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지갑이 손때로 반질반질했습니다
가죽이 닳아 모서리가 하얗게 일어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쓰신 것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새것을 사 드린 기억이 두어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잘 쓰겠다고 하시고는 이 지갑을 계속 쓰셨습니다. 왜 그러셨는지 그날은 알지 못했습니다.

안쪽에 사진이 여러 장 있었습니다
지폐 칸 뒤에 접힌 사진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제 초등학교 졸업 사진이 맨 앞에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동생 사진과 손주 사진이 이어졌습니다. 사진마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습니다. 자주 꺼내 보셨다는 뜻이었습니다.

맨 뒤에 종이 한 장이 있었습니다
사진 뒤에 접힌 종이가 한 장 더 있었습니다. 펼쳐 보니 제 회사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적어 두신 것이었습니다. 글씨는 오래전에 쓰신 듯 색이 바래 있었습니다. 그 종이를 한참 들고 서 있었습니다.

주말에 지갑을 들고 아버지 댁에 갔습니다. 새 지갑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대신 사진 한 장을 더 찍어 넣어 드리고 왔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손주 사진도 한 장 챙겨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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