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아들 내외가 손주를 데리고 다녀갔습니다. 손주는 올해 아홉 살이 되었습니다.돌아가는 길에 접은 종이 하나를 제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펴 보라고 했습니다.

종이는 네 번이나 접혀 있었습니다
작게 접힌 종이를 펴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맞춤법이 틀린 곳이 여러 군데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말이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읽다 말고 안경을 몇 번 닦았습니다.

맨 아래에 그림이 하나 있었습니다
글 밑에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있었습니다. 네 사람이 손을 잡고 서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가운데 두 사람은 지팡이를 짚고 있었습니다. 제 모습과 아내 모습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습니다. 아직 지팡이는 안 짚는다고 웃었지만 눈이 뜨거워졌습니다.

접힌 자리 안쪽에 한 줄이 더 있었습니다
종이를 완전히 펴자 접힌 자리 안쪽에 글씨가 보였습니다. 오래 살아 달라는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그 줄만 연필로 여러 번 덧그려져 있었습니다. 손주가 무슨 마음으로 그 자리에 적었을지 생각했습니다. 종이를 다시 접어 지갑에 넣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지갑을 열 때마다 그 종이가 보입니다. 아들에게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다음에 손주가 오면 답장을 써 주려고 합니다. 맞춤법은 조금 틀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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