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땅집고
오래 쌓여 있던 재고가 어느 날 절반 이하로 줄어 있으면 보통은 상황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게 판단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대구 부동산 자료를 보다 조금 이상한 지점에서 눈이 멈췄다. 미분양은 확실히 빠르게 줄고 있는데 대구에 기반을 둔 건설사들은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 사업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숫자만 보면 회복인데 다른 쪽 움직임을 보면 아직 방어에 가깝다. 지금 대구 시장에서 정말 봐야 할 숫자는 단순한 미분양 총량이 아니었다.
미분양 69% 감소의 이면
출처: 한국경제
대구 미분양은 2023년 2월 1만3,987가구까지 쌓였다. 하지만 2026년 7월에는 4,278가구까지 줄었다. 정점 대비 69.4% 감소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한 회복처럼 보인다. 문제는 남은 4,278가구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이 3,481가구라는 점이다. 이미 집을 다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은 물량이 전체의 81%를 넘는다.
3월에는 대구와 경북의 준공 후 미분양이 7,054가구로 전국의 23.2%를 차지했다. 7월에는 6,451가구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의 약 22%다. 재고는 줄었지만 어려운 재고가 많이 남았다는 의미다.
서울 향하는 지역 건설사
출처: 한국경제
이런 환경에서 지역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HS화성이다. 지난해 약 1조5천억원의 수주를 확보하면서 서울 면목동과 잠원동, 성수동 등으로 정비사업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면목본동 3구역에 인접한 4구역을 편입하면서 사업 규모를 247가구에서 512가구로 키웠다. 계약금액도 약 773억원에서 1,625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를 대구를 버리고 서울로 도망간다고 표현하는 것은 조금 과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한 지역의 신규 분양에 의존하기보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두터운 수도권 정비사업과 공공공사 등으로 위험을 나누는 전략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 움직임 자체가 대구 시장의 현재 체력을 보여준다고 본다. 지역 대표 건설사조차 사업지역을 적극적으로 넓힐 정도라면 미분양 감소 숫자 하나만으로 정상화를 선언하기는 어렵다.
7월 착공 17가구의 경고
출처: 파이낸셜뉴스
오히려 눈여겨볼 숫자는 공급 쪽에 있다. 대구의 7월 신규 분양은 0가구였고 주택 착공은 불과 17가구였다. 1~7월 누적 분양도 905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5% 감소했다.
결국 미분양 감소에는 기존 재고가 팔린 효과와 함께 새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영향도 섞여 있다. 미분양이 줄었다고 곧바로 주택 수요가 강하게 살아났다고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다.
반대로 공급 위축이 장기간 이어지면 몇 년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지금은 준공 후 미분양을 걱정하지만 신규 착공이 계속 줄면 향후 입주물량 감소가 가격과 전세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대구 부동산을 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분양이 줄었으니 바닥을 찍었다는 단순한 계산이라고 본다. 지금은 4,278가구라는 전체 숫자보다 그중 3,481가구가 준공 후에도 남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명확하다. 준공 후 미분양이 실제 수요로 계속 소진되는지, 거래량과 가격이 함께 살아나는지, 그리고 급감한 착공과 분양이 언제 정상화되는지다. 대구 시장의 다음 방향은 미분양 숫자가 아니라 이 세 가지 지표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참고 및 출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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