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둘도 없이 친한 사이였다. 만날 때마다 수다가 끊이지 않았고 이번 여행도 우리는 잘 맞을 거라며 서로 웃으며 약속했었다.

숙소를 함께 고르고 맛집 리스트를 짜면서 벌써부터 설렜다. 주변 친구들도 부러워했다, 너희는 진짜 잘 맞는 것 같다고.

옵션 앞에서 갈린 마음
여행 첫날은 그야말로 즐거웠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가이드가 추가 옵션을 권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돈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 친구만 가이드 편을 들며 추가 결제를 하자고 밀어붙였다. 다들 부담스러워하는데도 방콕할 거면 뭐 하러 여행 왔냐는 말까지 나왔다.
처음엔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그런 선택의 순간이 반복될수록 자꾸 나만 양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30분과 계산서에서 벌어진 균열
둘째 날 아침,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춰 로비에서 기다렸는데 그 친구는 3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여행 와서까지 그렇게 빡빡하게 할 필요 있냐는 말을 듣고 나니 더 할 말이 없었다.
점심 계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간단히 먹었는데 비싼 메뉴를 시킨 그 친구는 그냥 반씩 내자고 했다. 몇천 원 차이였지만 이상하게 그 순간부터 기분이 계속 가라앉았다.
겉으로는 웃으며 넘겼지만 그날 하루 서운했던 일들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쌓여갔다.

거리 한복판에서 터진 말
셋째 날, 결국 일정을 두고 부딪혔다. 오늘은 이곳에 가고 싶지 않다는 내 말에 그럼 혼자 호텔에 있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결국 그 친구 입에서 “솔직히 너랑 여행 와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라는 말이 나왔고, 나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서도 우리는 서로 등을 돌린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어색함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먼저 연락하던 사람이 먼저 연락하지 않게 됐다. 요즘도 가끔 그때 생각이 나는데, 그 며칠이 그 친구를 바꿔놓은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해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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