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이라 뜯어고치기 아까워서 가구에 다 썼어요” 헤링본 마루 27평 아파트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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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지 10년이 채 안 된 27평 아파트다. 방 3개에 부부 둘이 사는 집인데, 처음 봤을 때부터 채광이 좋고 집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공사는 최소한으로 잡았다.
페인트칠과 바닥, 시스템 가구 정도로 기초만 손보고, 남은 예산은 손이 자주 닿는 가구를 고르는 데 돌렸다. 벽을 세우고 몰딩을 붙이는 대신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와 그 빛을 받는 물건에 집중한 셈이다. 그 선택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현관부터 차례로 따라가 본다.
현관

문을 열면 벽 대신 나무 책장이 먼저 보인다. 뒤가 훤히 비치는 오픈형 선반이라 시선은 거실까지 통하는데, 동선은 자연스럽게 한 번 꺾인다. 벽을 세웠다면 좁아 보였을 자리에 책장을 세워 현관과 거실을 나누면서도 빛은 막지 않은 것이다.
바닥은 패턴 타일을 깔았다. 신발을 벗는 자리를 눈으로도 구분하려는 이유가 크고, 마루보다 흙과 물기에 강하다는 실용적인 계산도 있었다고 한다. 현관 타일과 거실 마루가 만나는 선이 곧 안팎의 경계다.
거실

이 집 거실의 주인공은 창이다. 건물 구조상 창이 L자로 꺾여 두 면을 감싸고 있어서, 오후가 되면 빛이 방향을 바꿔 가며 바닥을 훑고 지나간다. 이 창을 살리기 위해 거실 쪽에는 벽을 하나도 새로 세우지 않았다. 창의 꺾임 자체가 공간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TV벽도 만들지 않았다. 소파에 앉았을 때 벽이 시야를 막지 않고 창 너머까지 시선이 이어지길 바랐던 까닭인데, 대신 다리가 가늘고 낮은 TV 스탠드를 두어 화면이 공간을 지배하지 않게 했다.

소파는 등받이 높이와 좌석 깊이가 자리마다 조금씩 다른 제품을 골랐다. 한 덩어리로 보이지 않고 앉는 사람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니, 장식 없이도 시각적인 층이 생긴다.
옆에 조형적인 사이드 테이블과 스탠드 조명 하나를 더한 게 전부다. 헤링본으로 깐 원목마루가 그 아래에서 잔잔한 무늬를 만들고, 벽은 밝은 페인트로만 마감해 빛이 부드럽게 퍼지도록 했다. 화려한 소품이 없는데도 허전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이닝룸

식탁은 길이가 늘어나는 확장형이다. 평소에는 둘이 쓰기 좋은 크기로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판을 빼서 늘린다. 27평에서 큰 식탁을 상시로 두면 동선이 막히니, 필요할 때만 커지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의자는 일부러 같은 디자인으로 맞추지 않았다. 등받이 곡선과 다리 형태가 제각각인 의자를 섞어 놓으니 식탁 주변이 가구 매장이 아니라 사람이 오래 쓴 자리처럼 보인다. 라인이 다양한 만큼 다이닝룸이 거실과 구분되는 지점도 이 의자들이다.
작은방

세 번째 방은 서재도 손님방도 아닌, 그때그때 쓰임이 바뀌는 방으로 남겼다. 바닥은 거실에서 이어지는 헤링본 마루를 그대로 깔고 벽면에는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 대신 소파 베드 하나를 들였다. 등받이와 팔걸이가 하나로 이어져 둥글고 통통한 형태인데, 손님이 자고 갈 일이 생기면 등받이를 앞으로 젖혀 평평한 침대로 편다.

붙박이장이나 목공으로 침대 자리를 짜 넣었다면 나중에 방의 용도를 바꾸기 어렵고, 공사 폐기물과 비용도 그만큼 늘었을 것이다. 가구 하나가 두 몫을 하니 방은 비어 있는 채로 언제든 다른 얼굴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이 집에서 새로 만든 벽은 없다. 창이 나누고, 책장이 가르고, 의자와 소파가 자리를 정했다. 상태 좋은 새 아파트를 굳이 뜯지 않고도 집이 달라 보이는 방법이 있다는 걸, 27평이 담담하게 보여 준다.
출처:nor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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